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꿀 Jun 05. 2023

마드리드 #5 - 원초적인 욕구에 대해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행복을 알려드릴게요.


Y의 집에 오자마자 '그곳'으로 향했다. 하얀색 커버에 앉아 중력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니 참았던 고통이 풍덩 빠져나갔다. 쾌변이다. (승리의V)


사실 아란후에스도 좋고 레티로 공원도 정말 좋았지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 일'을 성공하는 것만큼 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없고, '그 일'을 실패하는 것만큼 크고 불행한 일도 없는 것 같다.


비우고 나면 또 채워야 한다. 그것 역시 원초적인 욕구다. 한국에서 가져온 신라면 건면을 넣고 스페인산 빨간 고추도 으깨어 촤악 뿌려 팔팔 끓였다. 올라오는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른다. 캬. 말끔하게 피로를 풀어 줄 강력한 맛이라는 것을 먹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옆에는 얼음 동동 띄운 최애 드링크, 띤또 데 베라노 (Tinto de Verano)까지 준비되어 있다. 끝장이다.



Tinto de Verano:
Tinto는 레드와인, Verano는 여름이다. 즉, 직역하면 여름의 레드와인.
레드와인에 탄산수와 레몬을 넣어 마실 수 있는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드링크 중 하나. 달달구리를 좋아하는 초딩입맛의 나는 레스토랑에서 주문해서 마시는 것보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La Casera 브랜드의 띤또 데 베라노가 가장 맛있었다. 논알코올도 있다.


이런 종류의 드링크는 음료처럼 후루룩 후루룩 넘기다 보면 금방 또 취기가 올라온다. 비우고 채우고 알코올까지 수혈되니 Y를 만나면 꼭 꺼내고 싶었던 그 말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참 희한하지. 생리적인 욕구를 채우고 나면 이렇게 또 다른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니까.


(다음 편 계속)

작가의 이전글 마드리드 #4 - 레티로 공원을 도망쳐 나온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