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 파리올림픽, 생각의 낙수 I - 개막식 단상]
(작가 신청을 늦게 해, 글을 쓴 지 한참 지나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순서도 약간 꼬였네요. 그러려니 하고 편하게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오래전 모 대학교에서 어학 전공 학생들이 자기 전공 언어 해당 국가의 음악에 맞춰 그 나라 고유의 춤을 추는 축제 행사가 있었다. 행사가 가장 크게 열릴 때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정도의 작지 않은 행사였다.
그런데 한 해에는 프랑스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캉캉 춤’을 공연하자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들이 펄쩍 뛰며 반대해서 결국 없던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리곤 아주 품위 있고 고상한 음악에 맞추어 프랑스 궁중무용을 공연했고, 그 공연은 가장 지루하고 인기 없는 공연이 되었다.
교수들이 캉캉에 반대했던 이유는 파리의 술집 무희들이 치마를 쳐들며 추는 춤을 어떻게 학생들이 추느냐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씀들이기는 한데, 캉캉을 공연했다면 최고의 인기는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캉캉의 음악은 프랑스 작곡가 오펜바흐의 오페레타(작은 오페라) ‘지옥의 오르페(우스)’ 중 나오는 ‘지옥의 갤럽’이 원곡이다. 그러나 캉캉 춤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져 이제는 ‘지옥의 갤럽’보다 ‘캉캉’이 거의 당연한 제목처럼 되었다.
파리에서 프렌치캉캉이 공연되는 대표적인 곳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물랭루주와 리도쇼를 들 수 있다. 물랭루주는 19세기말 처음 세워진 몽마르트르에 아직도 있으며, 리도쇼 공연장은 관광지이자 번화가의 중심인 샹젤리제에 있다. 전통에 있어서는 물랭루주가 당연히 앞서겠으나, 화려함은 리도쇼가 우위에 있는 것 같다.
두 곳의 공연 모두 여성 무용수들이 중심이며, 춤과 음악에 스토리와 화려함, 약간의 서커스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있다. 여성 무용수들이 Topless로 출연하는 장면이 많은데, 어린이들을 동반한 관람객도 적지 않아 놀랐다. 두 쇼 모두 마지막은 화려한 프렌치캉캉으로 끝난다.
요금은 식사를 하느냐, 샴페인을 몇 잔이나 마시느냐 등에 따라, 또 요일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수십 명의 무희들이 바로 눈앞에서 요란한 춤 동작을 펼치는데, 어두운 조명 때문에 안 보여서 그렇지 엄청난 먼지들이 떠다닐 텐데, 그런 환경에서 식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아울러 두 쇼 모두 지정좌석이 없는데, 입장할 때 안내하는 웨이터들에게 약간의 팁을 주면 좋은 좌석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정석이 아닌 걸까?
음악 자체의 경쾌함에 ‘프렌치 캉캉’으로 불리는 캉캉 춤의 흥미까지 더해져, 캉캉은 물랑루주의 대표적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프랑스의 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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