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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루이스

뜻밖의 미래

by 나철여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만이라도 나는 여행작가이고 싶다.


주말엔 짧은 여행,

주 중엔 길었던 여행을 천천히 녹여 먹는다.


떠나보면 안다. (든몰난표)

내가 떠난 자리를 남편이 알게 되었고,

내가 떠나보니 남편에게 나는 보호자의 존재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보 잘 있지"

"벌써 보고 싶어요"

"잘 자요"

떨어져 있는 동안 주고받은 문자를 보면 우리 부부의 현재와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확신이다. 이 또한 뜻밖의 축복?이다.

두 달 전에 여행캐리어를 풀고도,

일상은 여전히 여행처럼 여겨진다. 아침밥을 먹고 돌아서면 점심, 돌아서면 저녁밥상을 차리는, 돌ㆍ밥ㆍ돌ㆍ밥을 해도 화가 나거나 식상하지도 않다. 아직 여행기분으로 지낸다.
아직도 아침 조깅을 한다. 캐나다 록키투어 이후 생긴 새로운 루틴이다. 나다운 게 뭔지를 캐냈다. 그저 즐겁고 행복하다.


내게 있어 여행은 뜻밖에 잘 살고 있다는 우리 미래를 보여주었다.






세계 10대 절경인 레이크 루이스가 있는 캐나다 앨버타주 밴프로 투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먼저 레이크 루이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로 호수 담은 선율에 흠뻑 젖어든다.


리프트를 타고 멀리서 바라도 아름다운 레이크루이스 호수가 되기 전에는 빙하였다 한다.


우리 딸이 너무나 좋아하는 김연아선수가 루이스레이크에서 피겨스케이팅 하는 아름다운 영상도 단연 떠오른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이 걸맞다.


빙하는 깡깡한 빙원의 일부가 녹아 강물이 되기 전, 빙원氷源으로부터 낮은 산악지대 방향으로 흘러 쳐져 생기는 얼음덩어리다. 빙하가 녹아 고이면 호수가 되고 지형에 따라 색깔도 다르다고 한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에서 내다 본 루이스 레이크
바라보는 지점따라 색깔도 다르다

여기서 잠깐 브런치 작가 실비아 님 사했던 을 기억했다.

<캐나다 쉰 살 아줌마 오늘도 삽니다>의 브런치북을 구독하던 중 나의 <브런치 들고 떠납니다> 매거진의 로키투어 일정을 보고 댓글뿐 아니라 작가제안 메일로도 깨알 같은 장소정보 팁들을 보내왔었다. 페어몬트 호텔에서 바라본 루이스레이크의 뷰포인트도 그중 하나다.


물감을 풀어놓은듯한 옥빛의 페이토호수는 가히 호수의 여왕이라는 호칭답다.

아싸 바스카 폭포 협곡을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했다.

가이드의 해설보다 빙하의 흐름은 더 빠르다.

아싸바스카 폭포



어떤 날은 이동 중에 식당이 없어 샌드위치를 테이크아웃해 공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날도 있었다.

멀지 않은 곳으로 소풍 온 기분이었다. 다람쥐가 낯가림 없이 오물오물 한참을 놀다 간다.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유명한 보우폭포에서 한컷,

훗날 이곳을 기억해 내면,

버논으로 세 시간 이동하던 중 곤욕을 치렀던 화장실과 요호 국립공원의 에메랄드호수 떠올릴 것이다.


여행 7일째 되는 날이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 위치한 캐나다 서부의 숨은 보석이라고도 하는, 오카나간 밸리로 가는 중에 잠깐 들른 와이너리 투어다. 예능프로에서 봤던 이효리의 한달살이 체험기가 떠올라 더 궁금했던 곳이다.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답게 주변 자연경치도 아름다우니 또 한컷, 찰칵찰칵!

와인공장에 와서 와인 한잔 시음도 못한 건, 이른 아침 오픈 전이기도 하지만 하루 일정 때문에 구경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사진 찍고, 화장실 이용만 하고, 오카나간 호수를 바라보다 떠나지만 그래도 남은 건 추억담은 사진이다.


랍슨강을 따라 캠룹스를 지나, 호프를 거쳐, 밴쿠버로 이동했다.

대략 5시간 정도 걸렸으나 집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니 패키지 팀원들이랑 빠른 속도로 친해지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잠시 휴게소에 쉴 때도 서로 간식을 대접하기에 바빴다.

교수부부 (17살 나이차), 두 자매부부(식사 때마다 음주), 럭셜모녀 (명품족), 과묵한 리치부부 (강남빌딩소유자), 그리고 우리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 여행이 특별해 보였던지 뭐든 짬짬이 친절을 베풀었다. 모두 자칭 여행 狂이라 했다.

교수부부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있다. (나의 결혼관을 다시 쓸 정도다.)


달디 단 여행,

오늘 다시 녹여 먹는 캐나다 록키투어 여행기도 참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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