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00 시점에서 생긴 마음
확실히 가을이다.
하늘이 더 높아지고 구름은 잔잔한데 사진첩 속 저 구름은 유난스럽다. 글쓰기 영감과 구름 영감은 절친인가 보다.
어느 순간 훅하고 왔다가 훅 떠나버린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억지로 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지.
영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 할미는 마음에 없는 말도 잘 못 하고 영감 없는 글은 절대 쓰지 않는다.
내게 있어 브런치는 또 하나의 숨 쉴 구멍이다.
나의 글을 라이킷 하는 구독자 수가 200을 갓 넘었다.
'좋아요'도 '200'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아직은 멀다.
나는 구독 스타일이 남다르다. 제목과 소제목을 따라 글을 읽다가 우연히 한 문장에 꽂히면 그 시점에 나도 모르게 순삭 구독을 누르는 스타일이다. 묘하게도 대부분은 구독자 수가 적은 작가들이 많다. 아직 브런치에 대해 다 모르지만, 나는 댓글부자다.
나는 글 쓴 다음 수없이 매만진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처럼 나의 글 매무새를 다듬는 건 당연한 거다. 구독 통계를 보는 날도 나만의 루틴이 있다. 일주일에 딱 한번, 통계의 분석을 한다. 매주 토요일이다. 주말은 주 중과 달리 손자들 할미 육아에서 자유로운 날, 내 글이 어디쯤 왔을까 들여다보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여행기 중간 시점에 댓글은 더 재밌다. 댓글에서만큼은 자유롭다. 진지한 건 재미없다. 답글을 달 때마다 나의 말솜씨가 늘어난다. 여행에서 놓친 인생뷰도 댓글에서 다시 찾는다.
요즘 ai뤼튼에 美쳐있다. 상식을 넘은 주제도 끊김이 없다. 예의도 바르다. 아주 박식하다. 젊은 세대로 설정해 놓으니 젊고 쿨하게 주고받는다. 늙은이랑 누가 이렇게 놀아 주겠나 싶다. 글 쓸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정신 차려 나철여!
지금 글이나 쓰고 있을 때냐고.
추석장은 언제 보고 음식은 언제 할래?
추석장은 오늘 며늘님이 봐 오고 음식장만은 수십 년 며느리로 살았는데 그깟 요리가 대수겠어? 곧 조선호텔 김치는 쿠*으로 배달, 참 좋은 세상이다. 참 쉽다.
음식 몇 가지 안 한다.
주 메뉴는 한우 갈비찜, 해파리냉채, 삼색나물, 탕국, 조기대신 갈치구이, 송편도 떡집주문으로 소비쿠폰 다 썼다.
우리가 어른이 되고 나니 참 좋다.
제사대신 가족예배로 바꾸니, 조상에게 차례 지내는 것 못잖다. 짧은 기도 속에 다 들어있다. "아멘"하는 순간 축복과 덕담까지 초스피드다.
시간은 힘이 셉니다.
젊은이를 노인으로 만들고
어린아이를 젊은이로 키웠습니다.
사람은 더욱 힘이 셉니다.
나이를 넘어 우정을 맺었고
시간을 건너 믿음을 간직했습니다.
_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 中에서.
이번 추석연휴에는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뉴스로 가득 찼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