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풍선
늦은 가을에 모기 한 마리가 철없다.
여름이 물러설 것 같지 않았으나 겨울 같은 가을이 성큼성큼 지나가는 늦은가을 그것도 이 새벽 웽웽 거리는 소리에 깼다. 바로 불을 켰다. 조용하다. 브런치를 깨웠다. 밤새 다녀간 걸음들을 따라가는 루틴의 시작, 바로 그때 또 모기 소리, 이번에도 목덜미만 스쳤다. 침대 머리 뒤를 휘저으니, 침대 안전바 뒤에 숨바꼭질하다 들킨 듯 나 잡아보란 듯 웽 거리며 도망갔다.
다시,
깊은 숨결로 마음을 건네는 나 작가의 글을 읽는데 웽거리며 모기가 바로 내 눈앞에서 날아다닌다. 잡았다. 잡고 보니 엄지검지 두 손가락으로 살짝 비벼도 먼지처럼 부서진다. 소리는 왜 그리도 컸을까. 훅 불어버렸다.
이 모기도 아주 짧게 나철여의 여러분 속에 포함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금까지 나를 철들게 한 여러분이 있다며 세 글자로 줄여서 이름 지어 준 나철여, 대개는 나를 힘들게 했던 샤람들이다. 힘듦이 철듦으로.
이 새벽 찾아온 파란 풍선은 다르다.
댓글로 달기엔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서평 같은, 독후감 같은, 나의 글로 이어진다. 철없을 땐, 남편에게 손목 잡힌 줄 알았다. 겨우 철들었나 싶을 즈음, 아픈 남편에게 발목 잡힌 줄 알았다. 보호자로 엮인 끈 때문에 더 자유롭지 못하다고. 파란 풍선의 깨달음이 또 나를 철들게 한다.
에잇, 저 끈만 없으면
난 무지개 꼭대기까지 갈 수 있을 텐데
내 자유를 막는 무거운 짐
때로는 책임이었고
때로는 사랑이었고
때로는 놓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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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유는 혼자 떠도는 가벼움이 아니라
내 안의 흔들리지 않는 평화가 함께 하는것...
동화같이 다가온 글, 잠언書 같다.
철듦에
햇살이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