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들 마다하리
예전엔 글 따라 사진이 왔다.
사진 따라 글이 갈 차례다.
남의 밥그릇이 더 커 보이던 때는 지났다.
가을이 손 흔들며 가을가을 떠나가려 한다.
바람도
떨어진 기온도
낙엽의 존재를 흔들어 댄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환절기가 되니 독감 예방 접종 문자가 먼저 왔다.
미루다 갔더니 무료 주사약이 없다 한다. 유료접종은 사양,
독감예방도 치매예방도 돈 안 들이고 예방하자며 벌써 한 달째 하루 건너 하루씩 뛰고 있다.
어제는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거렸다. 그래도 살짝 뛰었다. 살짝 땀이 나더니 이내 감기기운은 물러갔다.
오늘은 도서관 가는 길에 또 뛰었다.
벤치의 유혹은 본능처럼 찾아든다.
'잠시 쉬어가자' '바람 불어 그냥 가자' 이럴 땐 뛰는 게 상책이다. 뛰었다. 치매까지 가기 전에 숨 막히겠다. 숨참음의 순간은 또 다른 재밋거리를 가져왔다.
낙엽,
너무 예쁜 유혹에 허리를 구부리고 말았다.
빨간 것 옆에 벌레 먹은 다홍낙엽 하나 둘 책갈피에 끼웠다.
책,
매일아침 손자 등원시키려 며느리네 집에 간다. 며느리가 보던 책은 나에게 항상 젊게 다가온다. '또 이런 책도 있었네' 하며 슬그머니 빌린다. 책은 며느리 퇴근하기 전까지 다 읽기에도 충분한 두께다.
책 들고 도서관 간다.
들고뛰기에도 가볍다.
한 손엔 폰을, 또 한 손엔 책을 들고 도서관까지 뛰었다.
치매예방에 배가 된다. 러닝과 독서 둘 다 보약이다.
행복?
별거 아니다!
뛰다가 주운 낙엽들은 책갈피에 끼웠지만 낙엽으로 연애편지 쓰던 나이가 아니다.
저녁 식탁에서 수저받침으로 쓸 참이다.
저녁식탁이 가을로 차려질 걸 생각하니 벌써 행복하다.
내친김에 사진 몇 장도 담았다.
데크 틈 사이로,
조각달 벤치 위로,
살아보겠다고, 폼 잡아 보겠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별것 아닌 것과 별것인 것 사이에는 참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어딘들 어떠하리
뭔들 어떠하리
왜냐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