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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펀치 Jul 06. 2023

1년 차 고시생은 무엇을 공부할까

첫 해의 공부


누구나 처음엔 의욕이 넘친다. 달리기 경주에서 스타트 경쟁하듯이 빠르게 치고 나가며 추진력을 얻는다.

첫 해의 공부는 가장 의욕이 넘친다. 빨리 지치든 아니든 일단 달리고 보기 때문이다.


고시생의 일과는 단순하다.


학원 수업은 보통 아홉 시에 시작한다. 따라서 일찍 와서 자습하거나 아침을 먹는 학생들이 있다.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은 학원 수업 전에 독서실에 가서 아침 공부를 하고 온다. 나도 보통 여섯 시 반쯤 일어나 일곱 시에 고시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독서실로 향했던 것 같다. 가장 머리가 맑고 독서실도 조용한 시간이라 집중이 잘된다.

학원 수업이 빡빡한 날은 저녁이 되어야 끝나고 오후에 수업이 없는 경우 밥 먹고 독서실로 간다. 여기서 잠깐 쉰다고 집에 들르면 그날 공부는 끝난다. 잠깐 한눈팔면 저녁 시간 되어있는 마법을 볼 수 있다. 하루 공부가 끝날 때까지는 자취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스터디까지 있는 날은 저여덟 시, 아홉 시가 되어야 독서실에 앉기도 다. 그때부터 약 열두 시나 독서실 문 닫는 새벽 한 시까지 공부를 한다. 아침부터 학원수업에 스터디까지 하면 정작 독서실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 때도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독서실도 있었지만 나는 야행성이 아니기에 필요 없었다.


아침부터 책을 보고 머리를 쓰고 나면 사실 그날 저녁 8시만 되어도 글자가 더 이상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뇌가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다. 머리도 멍해진다. 나는 그 느낌을 좋아했다. '오늘 하루도 불태웠구나' 그때부터는 경제학 계산문제나 1차 시험 '자료해석' 과목의 암산 연습을 했다.

행시생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암산 문제집 '비타민'

 공직자를 뽑는 시험에 자료와 그래프를 빠르게 해석하는 능력은 필요하다. 그런데 저런 곱셈의 대소비교를 왜 이렇게 연습시켰는지 모르겠다. 물론 실전에서 암산이 빠르면 문제 푸는 속도도 빨라진다.


첫 해의 공부는 전 과목을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게 있구나 정도 알아간다. 학원 진도와 복습만 하기에도 벅차다. 자연스레 속세의 인연과는 멀어진다. 불러도 나갈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해의 공부를 방해하는 것은 속세와의 인연이다. 고시공부 한다고 아무리 주변에 얘기를 해도 다들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주 보던 친구나 지인들은 끊임없이 연락이 온다.


"야 잠깐 나와서 밥만 먹자."

밥을 먹으러 나오면 그날 공부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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