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ar.me는 연간 15억 건의 거래가 일어났고 직원은 11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Pagar.me를 운영하려던 두 청년의 계획은 살짝 틀어졌다. 바로 앞에 보다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었고 실리콘밸리에서 지금보다 더 큰 사업을 일으켜보고 싶다는 야망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10월 '수백만 달러'를 받고 브라질 최대의 온라인 결제 회사인 Stone에 회사를 매각한다. 창업한 지 3년 반 정도가 지났을 때다.
회사를 매각하고 스탠퍼드 컴퓨터 공학으로 입학하여 3개월을 보냈을 즈음, 두 사람은 다시금 사업을 해야 한다는 열망에 휩싸였다. 이번 사업은 결제 분야가 아닌 뭔가 '첨단(edge)'을 담당하는 기술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 기술로 무엇인가 해보자 결심했다. 'Veyond'라는 이름을 짓고 유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 17년 겨울 배치에 지원하여 합격한다.
참고로 와이콤비네이터는 세계 최고의 엑셀러레이터로서 약 7%의 지분을 취하는 대신, 초기 투자와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전 세계에서 지원을 하며 갈수록 들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2023년 겨울 배치는 282개 기업을 선정하는데 2만 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몰려 1%대의 합격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비록 가상현실 콘셉트로 와이콤비네이터의 높은 문턱을 넘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두 창업자는 뭔가 잘 못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반이므로 가상현실에 관한 기본적인 하드웨어부터, 광학 기술 등에 관해 문외한이었던 것이다. 그들은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핀테크 (Fintech)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핀테크 쪽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모색하던 중, 은행들이 자신들의 회사에는 법인 카드 발행을 안 해주는 현실을 마주했다. 영업 관련 기록이 없고, 신용도가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히크와 페드로는 회사 통장에 이미 초기 투자로 받은 12만 달러가 예치되어 있었음에도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와이콤비네이터의 같은 배치에 들어온 스타트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엔히크와 페드로는 스타트업을 타깃으로 하는 법인 카드 시장이 어쩌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바로 피벗을 단행했다. 마음은 급하지만, 금융 기반 회사의 특성상 여러 제반 여건을 갖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각종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은행 및 카드 회사와도 파트너십도 맺어야 했다. 결국, 2017년 3월에 있는 데모데이 (Demo day: 스타트업이 시범 제품을 공개하는 행사)에 시제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 뒤로부터 1년 3개월이 지난 2018년 6월에 첫 공식 론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2017년 3월 데모데이 직 후 고등학생 시절 창업한 회사인 Pagar.me의 투자자였던 ArpexCapital을 비롯한 13개 투자기관으로부터 7백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공식 론칭을 한 2018년 6월에는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마크 레브친 등이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4개월 후인 2018년 10월, DST Global 등이 참여한 시리즈 C 라운드에서는 무려 1억 2천5백만 달러가 투자되었고, 기업 가치가 11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공식 론칭 후 4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