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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Jun 18. 2023

처갓댁에 처음 발을 들였던 때 -1-

그런 이유로 방문했다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커플이거나 부부라면, 당신은 언제 애인이나 배우자의 본가에 처음 발을 들여보셨나요? 저는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저조차도 생각 못한 이유로 처갓댁에 발을 들였었습니다. 그것도 무려 4박 5일씩이나 말이죠.


이 이야기의 시작을 위해서는 시간을 2012년 11월 말로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키워드를 끌어와야 하니 그것은 바로 '군대'입니다. 스무 살이 된 이후 저는 마음 한편에 군입대에 대한 조급함을 계속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군대를 어디로 갈지 확실히 결정지은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의무경찰 소속 독도경비대를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때마침 그 시기에는 경찰에서 독도경비대원을 별도로 지원받아 시험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저 시험만 통과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결국에는 2012년 11월 21일에 독도경비대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당시 독도경비대원 접수 후 캡처했던 '접수확인' 화면.


그런데 독도경비대원 지원자는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었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시험날 '무조건 경북지방경찰청(現 경상북도경찰청)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죠. 대개의 의무경찰은 때마다 각 지방경찰청에서 선발했기에 지원자가 원하는 지역을 고를 수 있었지만, 독도경비대는 독도 자체가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소속이기 때문에 경북지방경찰청에서만 대원을 선발했던 것이죠. 거기에 경북지방경찰청의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었으니 본청의 소재지가 '대구광역시'였던 점입니다. 분명 경상북도의 경찰 업무를 관할하는 곳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당시에는 본청의 소재지가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이었던지라 지원자는 '대구에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에서 독도경비대원 시험을 봐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이렇게 특수한 선발과정을 가진 '독도경비대원' 모집에 응시를 하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다음 달이면 1박 2일 정도 대구에 있다가 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대구에서 하룻밤 자고 경북지방경찰청을 갈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 그렇게 계획을 잡았던 게 시간이 지나며 '제가 아내의 본가에 내려가서 며칠 머무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마침 시험을 보는 12월 26일보다 이틀 전인 12월 24일이 저와 아내가 만난 지 200일이 되는 날이었고, 동시에 그날은 아내가 학기를 마치고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날이었기 때문에 택배로 부치는 짐 외에 나머지 짐을 제가 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 등이 겹쳐져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학기도 끝나고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012년 12월 24일. 저희는 서로의 200일을 나름대로 기념하고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가는 KTX 열차를 같이 타서 대구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본가가 있는 곳으로 계속 이동했죠. 가는 길에 저는 첫 방문이란 사실에 다소 긴장했던지 아내에게 시시콜콜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했었습니다. 혹시 예전에 집에 친구 데리고 왔을 때 부모님께서 맘에 안 들어하는 행동은 없으신지 같은 질문이었죠. 그때의 대구가 서울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제가 느꼈던 따뜻함의 일부는 긴장감으로 인해 생겼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날씨와 무관하게요.


해가 지고 날이 어둑어둑해져셔야 저와 아내는 본가에 도착을 했습니다. 본가가 아파트여서 공동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야 집 앞에 도착을 했죠. 그리고 아내는 집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처갓댁에 처음 발을 들이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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