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세이노의 가르침
요즘 잇몸이 자주 부어서 잇몸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치과는 중년의 여선생님이 하시는 곳인데 선생님과 대화할 때 마치 제가 어릴 적 중학생 때 느꼈던 다정한 엄마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
"많이 아프죠? 아이고 많이 부었네..."
"요즘은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손도, 발도 , 잇몸도 많이 붓는 거 같아요."
"손발이 붓는 건 신장 때문이고 잇몸이 붓는 건 세균 때문이에요. 양치가 제대로 안 되는 게 원인이죠."
"저 진짜 담배도 끊고 양치도 오래 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오른쪽 위쪽 그리고 깊은 안쪽을 가르치며 플라그가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변명이 통하지 않게 팩트를 딱 집어 주셨어요. 오른손잡이인 제가 칫솔을 왼손으로 잡아야 솔질이 잘 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사소한 귀찮음으로 대충 하는 게 걸렸습니다.
유전적으로 잘 붓는 잇몸이다. 치열이 음식물이 잘 끼인다. 스트레스가 많아 흡연이 잦다(현재는 금연 중) 잠을 푹 못 자서 그렇다. 등등... 이곳 치과를 다니면서 내 부은 잇몸과 양치질에 대한 변명을 줄 곳 했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의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양치질을 제대로 안 해서 그래요~!!"(기본이 안 되어있다)
"잇몸에 좋은 치약이나 약 같은 거 추천해 주시면 안 될까요?"(요행을 바라는 거죠 ㅎㅎ)
"야채 많이 드시고~! 양치질만 잘 되어도 잇몸 붓는 일이 없습니다~! 굳이 약은 안 먹어도 됩니다~!"
다정한 말투로 한결 같이 양치질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양치질도 제대로 못한다는 소리 들으니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또 매번 방문해서 치료받고 그 이야기를 듣습니다. 벌써 3년째입니다. 원인은 세균입니다. 양치질만 잘하면 잇몸은 좋아집니다. 잇몸치료 별거 없습니다. 스케일링해 주시고 소독해 주십니다. 치료받고 나면 한 6개월간 또 멀 정합니다. (카드 돌려 막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러고 보니 제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기본에 충실하면 문제 될 것이 없는데 미루고 대충 하고 건너뛰고 하다 보니 피가 나고 붓고 터지고 이까지 뽑아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2021년. 더 이상 대출 돌려 막기가 힘들겠다 판단하고 신용회복을 생각하고 연체중일 때입니다. 매장계단에 앉아 한자리에서 담배 한 갑을 다 피운 적이 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 때문이다. 참 운도 없다. 이제 좀 잘되려나 싶었는데. 신세한탄만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욕심내서 고기를 잔뜩 먹고 귀찮아서 이도 닦지 않고 커피며 담배며 신나게 마시고 즐기는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붓고 피도 나고 잇몸 터지고 신용도 터지고 인생도 터진 거겠죠. 인생이라는 양치질부터 제대로 배우고 하루3번 양치질하듯 부지런하게 살았어야 했습니다.
신은 어쩌면 저처럼 게으르고 무지한 인간을 위해 모든 만물의 프로세스를 얼추 통일시켜 놓으신 듯합니다.
어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멍 때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우와 수초를 키우는데 일주일에 한 번 환수와 필터 청소를 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저에게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되다가 어항이 뿌옇게 흐려지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청소를 합니다. 와이프는 관리도 못하면서 욕심내지 말고 갖다 버리라고 합니다.
마치 수학 공식 같습니다. 항상 답은 동일하게 나옵니다. 차 트렁크에 짐을 더 넣을 곳이 없어야 정리를 합니다. 주유불이 들어오고 한참 뒤에야 주유를 합니다. 신을 양말이 다 떨어져야 세탁기를 돌립니다.
오늘 제 자신에게 독하게 독설을 퍼부어 봅니다.
<증상>
욕심은 많은데 그 욕심을 채우려면 부지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때서야 움직이는데 잔머리가 비상하여 어떻게든 수습은 함(대미지가 크다)
야망도 있고 진정성도 있으나 꾸준하지 못하고 실증을 잘 내니 말만 앞서는 헛 똑똑이임.
<처방>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누워 있겠느냐 네가 어느 때에 잠이 깨어 일어나겠느냐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 있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잠언 6장 6-11절]
정말 빈궁이 강도 같이 찾아오는 걸 겪었습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인 건가요...
레이 님의 추천으로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있습니다. 절반정도 읽었는데 너무 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어서 큰 감동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잇몸 치료도 중요하지만 인생 치료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나 자신의 몸값을 올리라는 세이노님의 가르침처럼 마음 굳게 먹고 부지런함과 꾸준함을 연마 중입니다. 다 읽고 나면 꼭 후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6월 마지막주 부족할 것 같았던 영업실적을 와이프와 함께 부지런히 다닌 결과 10건의 추가 실적을 확보했습니다. 1주일 남기고 정말 다급했었는데 하늘이 도우셨는지 정말 간절하니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6월을 보내고 7월을 맞이합니다.
2023년도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신용회복도 만 2년이 넘었고 3년 차입니다. 이렇게 한 달 한 달이 지나고 7월이 시작되고 다시 출발선입니다. 제가 1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월요일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부지런하게 달려서 멋진 7월 만들어보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이은우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