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우 Nov 11. 2023

사업실패 후 맞벌이 + 투잡 1년 후기

힘든 시간도 결국은 모두 지나간다.

10년간 회사생활 /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3년 차

40대 아저씨 /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

아파트 야간경비 / 방제회사 영업직 투자러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 함경북도마오카이입니다.


저희 동네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가 많습니다. 일하러 왔지만 바다를 보며 안정을 취합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적었던 글입니다.>


예전에 제 글을 보셔서 저를 아시는 분도 계실 거고 오늘 처음 보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제가 앞에 쓴 글을 보시면 지금 어려움을 가지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바쁜 일도 있었고 디지털 디톡스 중이어서 종이책을 많이 봤습니다. ㅎㅎ


저는 10년간 자영업에 몸 담았습니다. 코로나를 맞으며 2021년 12월 폐업을 했고 신용회복에 들어갔습니다.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재산정리도 했지만 1억 정도의 빚이 남더군요. 집은 월세로 옮기고 저는 무직에 초등학생 둘과 10년간 살림만 해왔던 와이프를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니 계속 살아야 할지 죽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통장에 남아있던 다음 달 생활비로 트럭을 한대 사서 1년간 와이프와 노점 과일장사도 했었습니다. 불안정한 수입과 날씨. 시즌의 변동성이 커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취업을 생각했습니다. 40대에 취업은 쉽지 않더군요.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 밖에 없었고 체력도 좋은 편이 아니라 힘쓰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진입장벽도 낮고 노동력은 최소화하면서 그럭저럭 생활비는 벌어야겠다는 마음에 보안요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고급아파트 경비일이고요. 급여 수준은 연봉으로 3400만 원(실수령 250만 원) 정도 됩니다. 하는 일에 비해 괜찮은 급여입니다. 대신 근무 시간이 길고 야간에만 격일로 일합니다. 한 달 정도 해보니 격일 쉬는 날 낮에 근무가 유동적인 일이면 투잡이 가능할 것 같아서 2023년 1월부터 낮에는 세 0코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와이프도 정수기 코디를 두 달 정도 하다가 같이 세 0코로 이직해서 영업일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가진 것이 무일푼인 흑수저도 부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은 딱 3가지뿐이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영업인


영업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말이죠. 생활비는 겨우 보안요원을 월급으로 충당하고 그렇게 영업일을 와이프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회사 다닐 때 영업 경험이 있었지만 와이프는 영업의 1도 몰랐고 제가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차츰 역량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는 영업에 관한 책을 엄청나게 읽으며 도전의사를 내비쳤고요 어느덧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9월 정산 후 만족 할 만한 성과가 나와서 보람되기도 합니다. 


보안요원 250만 원

세 0코 영업+관리 180만 원

와이프 세 0코 영업+관리 380만 원

총 세후 입금액 : 810만 원


제는 최소 실적 외에는 와이프에게 실적을 몰아주고요(인센티브 유리) 요즘은 와이프 혼자서도 영업을 많이 다닙니다.)


일을 시작할 때 1차 목표가 둘이 합쳐서 800만 원이었는데 한 동안 600~700만 원 수준에 머물렀던 수입이 9월에 처음 800만 원을 넘겼습니다. 이젠 와이프 혼자서도 영업 다니고 계약도 잘 따내서 대견스럽고 그 와중에 애들 챙겨가며 남편까지 챙기는 모습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 달도 예정 정산금이 세후 800만 원 이상으로 확보했습니다.


저는 보안일을 1년 채우고 다시 자영업을 할까 하다가 분위기를 보니 정말 하고 싶은 업종이 없을 정도로 와닿는 게 없었습니다.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하는 것에 대한 경계도 이제는 많이 생겼습니다. 시기상으로나 금전적으로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지금을 유지하며 지켜보려고요.


날씨가 추워지니 작년 이때쯤 노점에서 과일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제는 한 번에 크게 일어서는 것보다 계획하에 단계적으로 조금씩 리스크 관리하며 안정되게 성장하려고 합니다.


5년간 계획을 세워뒀는데요. 제주도 돌담 쌓듯이 하나씩 실행하다 보면 다시 집도 사고 애들도 하고 싶은 거 시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 와이프가 회사팀장님과 변호사 상담료 관련 얘기를 하더라고요.


'상담만 1시간 해도 10만 원 정도 상담료를 지불해야 해요. 정식계약을 하면 다시 돌려주긴 해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아. 나 예전에 당신이랑 이혼하려고 변호사 상담받은 적 있거든. 근데 남편 재정상태가 위자료는커녕 양육비도 못 줄 거 같으니까 그냥 같이 살아라고 하더라고..."


금전적인 이유로 많이 싸웠는데 지금 잘 살고 있으니 새삼 그때 이혼하지 말고 그냥 살라고 했던 변호사님께 영상편지 보내고 싶네요.



'변호사님 덕분에 아내가 이혼 포기하고 저랑 잘 살아 주고 있습니다. 연락처라도 알면 스타벅스 쿠폰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들 힘들어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 봅니다. 파이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누군가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