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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Aug 13. 2023

홍콩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홍콩 유학생부터 인턴, 집 구하기 그리고 취업 성공까지

이번에 홍콩에서 취업도 했고 비자를 기다리며 여유가 생겨 홍콩 5년 차 생활/취업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중국에서 유학을 했었고 중국 학교를 다니다 국제학교에서 졸업했다. 그리고 대학을 홍콩으로 왔다. 고생 끝에 졸업했고 홍콩대와 작별했으며 수많은 면접을 보고, 탈락하고, 망해서 쪽팔림에 이불킥도 해보고 경험 끝에 대기업에 합격했다. 


그러니까 타지에서 유학하는 당신이 좀 더 편한 삶을 살았으면 하여 내 고생에서 얻어낸 노하우를 봐줬으면 좋겠다!




1. 친한 대학 선배 한 명이라도 만들어 두기


고학번이라고 해도 그저 홍콩을 더 알 뿐이니 부담 갖지 말고 다가가면 생활 팁도 얻고 강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폐쇄적인 만큼 한인끼리라도 도움을 얻어야 편하다. 안 그럼 강의 고를 때, 수업 짤 때, 아플 때, 비자+ nol 갱신/얻을 때 막막한 부분이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난 잘 못 했던 부분이다. 선배들과 거리감도 느껴져서 동갑이랑 주로 놀았는데 4학년이 되어보니까 진짜 별거 없다. 신입생이 다가온다면 그저 반가운걸. 그러니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단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둬보자. 




2. 기숙사를 나가면 얻는 것은 미친 방값뿐

홍콩 집값은 상상 이상으로 비싸고, 거지 같다. 

그러니 기숙사에 붙어있는 게 부모님께 하는 일종의 효도 아닐까? 난 1년 휴학한 거 포함한다면 5년 연속 기숙사에서 지냈다. 휴학 때도 기숙사장한테 잘 말해둬서 기숙사에서 살았다. 왜 가능했는진 잘 모르겠다. 단 밖에 나오게 된다면 한 달에 최소 6000 HKD/달 (약 100만 원)은 써야 인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하지만 '최소' 100만 원이다. 더 나은 자취방을 구한다면 10000 HKD/ 달 (약 170만 원)은 넘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홍콩 집값을 다 망쳐놨다. 

홍콩의 '관짝 집' 월세는 대략 4000 HKD 68만 원이다. 출처는 연합뉴스.

물론 기숙사 탈락하거나 지원 시기를 까먹었다거나 자취하고 싶다면 이하의 방법이 있다: 


1) 카리타스 숙소에 들어가는 것. 이건 그나마 방값이 싸다고 들었다. 하지만 대기하는 사람이 꽤나 있고 답장이 잘 안 온다. 사실 기숙사 생활 질려서 탈출하려고 연락 몇 번 해봤는데 답장이 한 번도 안 왔었다.

2) 학교 주변 원룸 구하기. 나만 그런 건지 학교와 집이 멀면 수업 가기가 싫어졌다. 당장 집값 때문에 먼 곳에 집을 구한다면 자체공강하는 당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기가 시작하는 9월, 1월쯤 좋은 방들은 구하기 힘들 것이다. 근데 매물 나오는 거야 예측 불가능 하니까 뭐 운 좋으면 득탬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방값 싸고 괜찮은 곳은 학기 중반쯤에 좀 나온다. 

3)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집을 같이 렌트하기. 이 방법이 집 값을 제일 아끼면서 제대로 된 방을 얻는 방법이다. 친구가 없다면 페북, 28 hse, spacious 등 웹사이트에서 셰어 플랫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홍콩 지하철 맵 MTR 

홍콩 지리적으로 좀 더 첨언하자면 홍콩 아일랜드의 왼쪽, 그러니까 대략 케네디타운 Kennedy Town부터 코스웨이베이 Causeway Bay 까지는 집이 비교적 비싸다. 케네디 타운 아래쪽에 위치한 바다가 보이는 리펄스 베이 집값은 그냥 미쳤다 거긴 부촌 중의 부촌이다. 오른쪽은 그나마 낮다. 한국인은 오른쪽 파란색 라인과 보라색라인이 만나는 부근의 타이쿠 TaiKoo에 많이 거주한다.

아파트가 많고 주거지역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오른쪽 보라색라인에 있는 로하스파크 Lohas Park 역, 청콴오 Tseung Kwan O 역이다. 홍콩 과기대생들이 많이 거주한다. 근데 집도 좋고 가격도 싼데 교통이 좀 불편하다고 들었다. 보라색 라인 두 갈래로 찢어진 것만 봐도 그럴 거 같다. 
홍콩 윗부분은 잘 모르지만 확실한 거라면 빨간색 라인 상단에 위치한 샴쉐이 포 Sham Shui Po역은 피해야 한다. 여긴 좀 무법지대 느낌. 용감하고 두려울 게 없다면 말리진 않겠다.





3. 아플 때는 대학병원이나 개인병원을 가는 것이 현명


홍콩 아이디카드 (HKID)가 있다면 퍼블릭 병원은 거의 무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미쳤다는 거. 한 번은 너무 아파서 퍼블릭병원 응급실 갔는데 거기서 7시간 기다렸다. 끙끙거리다가 의사와 만날 때쯤이면 자가치유해서 나아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 줄을 기다리는 홍콩사람들은 정말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한국 의료시스템이 이럴 때마다 뼈저리게 좋다는 걸 느낀다. 

홍콩의  공립 병원 

제일 나은 선택지는 대학에 있는 진료소/병원을 가는 것이다. 전화나 해당 웹사이트로 예약이 가능할 텐데 대개 예약이 꽉 차있어 당장 아픈데 담주에나 의사를 볼 수 있고 그렇다. 그러니까 예약은 포기하고 아침 일찍 문 열자마자 쳐들어간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다. 


프라이빗 병원은 좀 비싸다. 근데 아파서 죽을 거 같으면 어쩔 수 없지 않나... 가야지... 병원비만 빼고 다 좋은 곳이다.





4.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면 가입을 권장한다 


이건 강추하는 취업팁이다. 그냥 맨땅에 헤딩하듯이 링크드인 두드리는 것보다 한인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공고에 지원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다.  


인맥 취업이 최고겠지만 그런 인맥 만들기가 쉽나. 그리고 정정당당히 회사 앞문을 뚫는 것은 그 누구한테나 힘들고 어렵다. 

이런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공고는 대다수의 홍콩인과 중국인을 배제한, 홍콩에 있는 한국인을 원하는 경우고 그렇다면 한국어를 한다는 하나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의 강점을 갖춘 셈이다. 


스펙이 없고 학점이 낮고 이런 건 잠시 미뤄두고 자신을 갖고 지원해 보자. 


난 학점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경험을 강점으로 밀어붙였었다. 꾸준히 인턴을 해왔으며 학교 랩실, commercial lab, 스타트업, 대기업 다 찍먹 해봤다. 처음엔 cv에 쓸게 없어서 막막했는데 조금씩 뭐라도 하면서 채워나가니 뭐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 됐었다. 주변에 더 잘 되고, 성공한 동기들이 있지만 일단 나는 이런 식으로 나마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도록 노력했다. 살길을 찾으려는 사람한테 더 다양한 선택지가 보이는 거 같다. 


아마 미래에 뭘 할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꽤 있을 거 같다. 나도 아직 잘 모른다. 사회 경험 또한 많지 않다. 내가 배운 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갈지, 다른 것을 배울지, 그냥 취업을 할지 졸업 후엔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고 그 어떤 것도 확실히 성공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게 답이라고 선뜻 말해주기엔 나부터가 너무나도 부족한 처지다. 다만 1-3학년때 탱자탱자 놀고 4학년 때 취업이란 부담에 짓눌리는 것보단 차근차근 뭐라도 해오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부 쪽은 잘 모르겠고 할 말이 없다ㅋㅋ. 꼭 인턴이 아니더라도 동아리나 봉사활동이나 아르바이트하는 걸 추천한다. 그렇게 무엇이라도 하다가 보면 좀 더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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