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궁이 Oct 17. 2023

아이들과의 추억

 INA INA

"이나 이나~~~~!! "

내 이름을 멀리서도 부르고, 지나가다가 날 보며 놀라 외친다. 

'이상하다. 요 며칠 사이 아이들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부르는 거지?'

Chin~Chinois 신~~~ 시노아라고 놀리고 도망가거나 불러도 니홍~하고 부르는 게 익숙한데 오늘따라 이상하네. 


어른들은 예전과 같은데, 아이들이 유독 나를 알아보는 것 같고 몇몇은 한참을 졸졸 쫓아오며 이름을 부른다. 

자기네 물건을 사달라는 새로운 영업전략인가? 우연치고는 외치는 저 말은 너무 내 이름이다.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수간호사 마사요와 동료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동네 아이들이 '이나'라고 부르며 쫓아오는데, 그게 무슨 뜻이 있냐고.


역시 그들도 별다른 이유를 생각해내지는 못했다. 

그냥 네가 외국인이라 그런 거겠지, 어른들이 너를 부르는 말을 누가 듣고 소문이 났나 보다 하고 말아서 

나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오전 근무를 시작해서 열심히 환자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있는데, 

병동에 처음 보는 꼬마아이가 나를 보더니 '이나'하더니 활짝 웃으며 마망(엄마)을 부른다. 

병실 안에 있던 아이 엄마가 내다보고 피식 웃는다. 

새로 입원한 환자 보호자 같은데 이 귀여운 녀석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병원도 넓어서 일하다 널 데려다줄 수 도 없는데 왜 이리 따라오는 거야' 하면서도 어느새 와서 가만히 내 손을 잡고 있는 이 귀여운 녀석을 뿌리칠 수 없었다. 


예상했지만, 동료 간호사 아저씨들이 

"너 언제 애를 낳았냐고, 나한테 왜 말 안 했냐?" 놀리기 시작한다.

중환자실을 제외한 외과 병동 업무(IV, IM주사, 수술부위 드레싱)를 마무리할 때까지 내 옆에 붙어 있는 아이 덕분에 하루종일 똑같은 말을 듣느라, 귀가 아플지경이었다.


아이는 퇴근길에 병실에 데려다주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남편을 간병하는 아이 엄마는 

본의 아니었지만, 하루종일 둘째 아이를 돌봐준 나에게 메르씨보꾸(Merci beaucoup)를 수십 번 말했다. 


그 김에 물었다. 

아침에 왜 나를 보고 웃었냐고. 아이도 당신도 나를 보고 웃고 

동네 아이들이 나를 '이나'라고 부르더라. 

근데 내 이름이 '이나'다. 혹시 당신도 내 이름을 알아서 웃었나요?


아이 엄마가 활짝 웃더니, 

그게 아니고, 지금 canal 5에서 인기 많은 인도드라마 여주인공이 너처럼 생겼는데, 이름이 'INA'다.

아이들이 그래서 너를 알아보는 것이다.


인기드라마 INA????

오호~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집집마다 TV가 없어서 있는 집에 가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보는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지금 누리는 이 인기의 배경이 이해가 된다. 


그나저나 나도 좀 보고 싶네. TV가 없어서 너무 궁금하네. 

인도드라마여~~~ 끝나지 말고 계속되어라~~~~~~!!!

<하루종일 나랑 붙어있던 꼬맹이, 퇴근길에 엄마한테 데려다주며 기념으로 찰칵>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한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