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
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게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흰머리
흰머리가 돼버린 원래 검은 머리
너는 이제 나를 떠나가는구나.
1년에 한 두 개 보일까 말까 하더니
이제는 머리를 쓸어넘길때마다 빼곡해지는
보고 또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백발.
진짜 가관인 건, 구레나룻.
구레나룻에 짧고 얇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아기 흰머리가
안 뽑히려고 요리조리 피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도 늙네 늙어. 너라고 피해 갈 수 없지'
주름,
20대 때부터 챙겨 발라야 한다는데,
얼굴에 뭘 바르는 걸 귀찮아하더니
그것 봐라.
이곳저곳에 선명해진 나이테가
'난 경고했었다~'하며 앞다투어 금을 긋는 중.
근손실,
소화불량.
먹으면 흘리고
물 마시다 컥컥
뇌는 근육이 없다는데,
뭐가 손실되고 있기에
한 손에 폰을 들고 집안을 뒤지며 폰이 어디 있나 외쳐대고
어제 보낸 이메일을 새까맣게 잊고서 오늘 마치 처음인 양 보내고
일, 공부, 육아, 글쓰기
너무 할 일이 많아서 과부하인가?
피부,
시간은
소리 없이 티 없이 흘러가는데
남긴 흔적 자욱하구나
첫째 임신 때 나타난
기미가
양쪽 뺨 위에 지도를 그리고
갈수록 짙게 피부 깊숙이 뿌리내린다.
아무리 입꼬리에 힘을 줘봐도
축 쳐진 불살은 불독 같고.
머릿결도 푸석푸석
버릇처럼 쓸어 넘기다
툭툭 끊어져 잔머리만 늘어간다.
맑았다 흐렸다
요즘 날씨처럼
기분이 하루종일 널을 뛰는
지금 나는 갱년기.
티 내는 에이징을 어찌 막으리오.
안티에이징은
다 뻥이요.
-2024년 5월 봄날, 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