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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궁이 May 07. 2024

마흔다섯

♩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

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게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흰머리


흰머리가 돼버린 원래 검은 머리 

너는 이제 나를 떠나가는구나.

1년에 한 두 개 보일까 말까 하더니

이제는 머리를 쓸어넘길때마다 빼곡해지는 

보고 또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백발.


진짜 가관인 건, 구레나룻.

구레나룻에 짧고 얇은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아기 흰머리가 

안 뽑히려고 요리조리 피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도 늙네 늙어. 너라고 피해 갈 수 없지'


주름, 


20대 때부터 챙겨 발라야 한다는데, 

얼굴에 뭘 바르는 걸 귀찮아하더니

그것 봐라. 


이곳저곳에 선명해진 나이테가

'난 경고했었다~'하며  앞다투어 금을 긋는 중. 


근손실,


소화불량.

먹으면 흘리고 

물 마시다 컥컥 


뇌는 근육이 없다는데, 

뭐가 손실되고 있기에

한 손에 폰을 들고 집안을 뒤지며 폰이 어디 있나 외쳐대고

어제 보낸 이메일을 새까맣게 잊고서 오늘 마치 처음인 양 보내고

일, 공부, 육아, 글쓰기 

너무 할 일이 많아서 과부하인가?


피부,


시간은 

소리 없이 티 없이 흘러가는데

남긴 흔적 자욱하구나


첫째 임신 때 나타난

기미가

양쪽 뺨 위에 지도를 그리고

갈수록 짙게 피부 깊숙이 뿌리내린다.


아무리 입꼬리에 힘을 줘봐도 

축 쳐진 불살은 불독 같고.

머릿결도 푸석푸석 

버릇처럼 쓸어 넘기다 

툭툭 끊어져 잔머리만 늘어간다.


맑았다 흐렸다 

요즘 날씨처럼

기분이 하루종일 널을 뛰는 


지금 나는 갱년기.

티 내는 에이징을 어찌 막으리오. 

안티에이징은 

다 뻥이요.





-2024년 5월 봄날, 나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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