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대상의 개인화가 행동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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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교는 한 사람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행위를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회적 비교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에 자동적으로 발생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그냥 보기만 해도 사회적 비교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사회적 비교는 프로덕트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습관 형성이나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덕트들은 사용자들의 행동 변화를 돕기 위해 랭킹과 같은 형태로 사용자들의 사회적 비교 행위를 유도합니다. 비슷한 목표를 지닌 사용자들끼리 서로의 순위와 기록을 비교하는 것이 행동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비교를 활용한 행동 변화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비슷한 목표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그중에 어떤 비교 대상은 나보다 순위나 기록이 높을 것이고 어떤 대상은 나보다 기록이 낮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어떤 사용자는 자신보다 행동을 잘 수행하는 사람의 기록만 보고 싶을 수 있고, 어떤 사용자는 자신보다 행동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의 기록만 보고 싶을 수 있습니다. 혹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그냥 많은 사람의 기록을 확인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본 연구는 사용자들에게 사회적 비교 대상을 노출시키는 데 있어 개인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과연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 개개인이 원하는 사회적 비교 대상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것이 행동 변화 (본 연구에서는 걷기)에 더욱 효과적인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우선 본 연구는 각각의 연구 참여자에게 맞는 사용자 프로필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적 비교 대상 유형을 상향식, 하향식, 혼합식으로 세분화했습니다. 각 유형들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나보다 높은 기록을 가진 비교 대상, 나보다 낮은 기록을 가진 비교 대상, 모두를 포함한 비교 대상에 해당합니다. 또한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도 두 가지로 세분화했는데, 첫 번째는 신체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총 걸음 수였고 두 번째는 참여자들이 주관적으로 보고한 동기부여 정도였습니다. 참여자들의 동기부여 정도는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참여자들이 매일 응답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측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설계를 바탕으로 21일 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일 차부터 9일 차까지는 랜덤 하게 세 가지 사회적 비교 유형의 사용자 프로필을 제공했습니다. 이때 사용자 프로필은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초기 단계에 랜덤 하게 프로필을 제공한 것은 알고리즘을 짤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인 MAB모델을 활용해 최대한 모든 선택지를 반복적으로 제공해 봄으로써 각각의 참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회적 비교 대상 유형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알아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개인화된 사회적 비교 대상을 노출시키기 위한 알고리즘이 완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10일 차부터 21차까지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군에게는 각각의 참여자들이 선호도를 보이는 유형에 맞춰 사용자 프로필을 보여주었고, 대조군은 기존 9일 차까지와 동일하게 무작위로 사용자 프로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사람들은 세 단계를 거쳐 사용자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자신의 하루 걸음 수와 함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4명의 프로필을 확인했는데, 이때는 가상의 사용자 이름과 걸음 수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누르면 각 사용자의 걸음 수와 관심사를 키워드 형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 명의 프로필을 선택하면, 직업이나 취미 같은 더 상세한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 한 번으로 제한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목표 걸음 수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고 다른 사용자 프로필에 순위 정보를 추가하지도 않았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상향식 비교 대상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다른 사용자의 프로필을 보여줄 때도 지나치게 걸음 수 차이가 많이 나는 프로필은 제외했습니다.
결과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AI를 통해 각각의 참여자가 어떤 사회적 비교 대상을 선호하는지 그 범주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MAB모델을 통해 다양한 사용자 프로필을 제시하고, 사용자가 선택한 것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선호도를 추려나간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본 연구는 이러한 결과에 개인화의 역설이 개입했을 공산이 높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학습된 AI가 참여자가 다른 사용자 프로필을 선택하는 데 있어 일관된 방향성만을 유지하도록 조성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개인화된 사용자 프로필을 확인하는 것이 실제 걸음 수와 동기부여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행동 변화에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만 실제 걸음 수는 오히려 연구 전과 비교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순위 정보나 목표 걸음 수 설정 같이 적극적인 참여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배제하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누어 실제 걸음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살펴봤을 때, 랜덤 하게 사용자 프로필을 제공받은 참여자들의 걸음 수가 개인화된 사용자 프로필을 제공받은 참여자들의 걸음 수보다 2배 이상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화된 사회적 비교 대상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것이 행동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개인화된 사용자 프로필을 접하는 것이 눈에 띄게 효과적이었습니다. 먼저 혼합식 사회적 비교 대상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동기부여가 증가한 반면, 랜덤 하게 사회적 비교 유형 대상을 접한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감소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혼합식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른 유형과 비교해 더 다양한 사용자 프로필을 접할 수 있고, 해당 사용자 프로필들이 본인이 선호하는 사회적 비교 대상에 부합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동기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는 사람들이 행동 변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본인보다 행동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높일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동기부여와 관련된 자기보고 응답 결과에서 상향식 유형보다 하향식 유형을 더 선호한 참여자들이 세 배 가량 더 많이 동기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화는 사용자의 선호도나 흥미에 맞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합니다. 말 그대로만 보면 엄청난 장점일 수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사용자의 흥미나 선호도를 특정 방향성에만 국한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알고리즘의 늪’처럼, AI가 한 번이라도 특정 사용자가 A를 좋아한다고 여기면 A, A’, A’’…에 대한 경험만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용자의 흥미나 선호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데, 이미 학습된 AI는 사용자 변화에 맞춰 탄력적인 개인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프로덕트에 처음 진입했을 때 제공한 관심사 정보가 고착화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화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본 연구에서도 사용자가 특정한 방향으로만 사회적 비교를 경험하지 않도록, 랭킹과 같이 상향식 비교에만 치우칠 요인들을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참여자들의 전체 걸음 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어떤 측면에 더 중점을 두고 프로덕트를 만드는지에 따라 프로덕트를 사용자들이 어떻게 이용할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개인화의 양면적이고 역설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에 따라 무엇을 더 강조할지 결정하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습관 형성이나 운동 관련 어플리케이션들을 살펴보다 보면 랭킹이나 목표 설정이 많이 활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과연 이것이 어느 정도로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용자가 단순히 ‘내가 잘하고 있다’만 느끼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은 나보다 못하는 사람들을 통해 행동 변화에 대한 동력을 얻기도 하지만, 나보다 잘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공부 기록이나 다이어리 기록을 남기는 계정이 큰 인기를 끄는 것처럼, 사람들은 더 나은 행동을 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비교 대상의 프로필을 보여줄 때, 대상의 정보를 어디까지 노출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다면, 흥미로운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용자의 상세 정보 (직업, 취미)를 확인하는 것이 일부 참여자들의 사회적 비교를 활성화하는 기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자체로만 본다면, 다른 사람의 상세 정보를 많이 노출하는 것이 비교의 효과를 높이는 데 무조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적인 맥락이 다른 사용자의 걸음 수와 본인의 걸음 수를 비교하는 것에 일정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필요 이상의 정보를 노출하는 것이 프로덕트에 도움이 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걸음 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용자가 골프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사용자의 프로필을 본 A라는 사용자는 ‘아 이 사람은 운동하면서 걸음 수를 채웠구나. 그럼 나도 한 번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걸어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B라는 사용자는 ‘이 사람은 운동하면서 걸을 일이 얼마나 많았겠어. 나보다 걸음 수가 높기는 하지만, 이거 다 꽝이야!’라고 합리화하는 데 세부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덕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상황이나 맥락에 대한 정보가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고심해 보고 아예 노출하지 않거나 노출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정보가 쓰이도록 적절한 경험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프로덕트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매번 더 나은 방향성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본 연구에서 개인화의 역설에 대해 권유하고 있는 바 역시 그 선택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프로덕트가 당연시되는 요즘, 얼마나 더 적절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적절’하다는 것이 개인화의 역설이 보여주고 있는 두 가지 측면 중 어디에 더 가까울지는 각각의 프로덕트가 나아가는 방향성에 따라 다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덕트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편리함과 일회적인 즐거움인지, 보다 장기적으로 사용자에게 영향을 주는 디지털 경험인지에 따라 개인화의 활용 정도를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UX George는 아래 논문을 대신 읽어드렸어요. 여러분이 프로덕트 만드는 시간은 소중하니깐요!
Zhu, J., Dallal, D. H., Gray, R. C., Villareale, J., Ontañón, S., Forman, E. M., & Arigo, D. (2021). Personalization paradox in behavior change apps: Lessons from a social comparison-based personalized app for physical activity. Proceedings of the ACM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5(CSCW1),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