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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란 Feb 07. 2024

17살, 자퇴

2004년생 "무소속" 학생의 홀로서기: 프롤로그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한다는 말을 곧잘 듣던 나였지만 중고등학교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중학교 때는 이른바 '일진' 아이들의 교묘한 폭력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고등학교 때는 그들을 피해 명문사립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기숙사 생활로 인해 공부와 친구들 간의 경쟁, 교우관계와 같은 것들이 생활과 분리되지 못해 힘들었다.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3개월이나 밀려버린 1학년 1학기부터 나의 고등학교 생활은 무언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았다.


 결국 이러한 스트레스는 내 안에서 점점 쌓여가 틈만 나면 머리를 옥죄어오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평소에도 옆자리 친구의 숨소리가 거슬려서 눈에 글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과 우울이 나를 감싸버렸다. 상담실의 상담선생님과 상담도 해보고 담임 선생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학교를 나와야겠다는 나의 결심에는 변화가 없었다.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부모님께 자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한 번에 자퇴를 허락하진 않았다. 게다가 나의 경우, 검정고시를 2023년에 칠 수 있어 대학 진학이 늦어진다는 꽤나 큰 리스크도 감당해야 했다. 그래도 나의 완강한 입장에 결국 자퇴의 허락을 받아내었다.


 그때를 회상하자면 11년 동안이나 당연하게 다니던 학교를 나오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큰 결심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학교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다.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원하던 고등학교에 진학했음에도 내가 행복할 수 없다면 나오는 것이 오히려 당연했다.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다고 한다. 그저 생존만이 있을 뿐이다. 그때의 나는 생존을 원했고 학교를 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진화의 방법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생각에 나의 학교 밖에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처음으로 내디딘 걸음은 그저 실감 나지 않았다. 


 17살 12월에 나선 교문 밖은 여느 겨울 방학 때와 같은 차가움을 하고 있었고 나도 그렇게 들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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