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대답

by 록유

<소개글>에 관해 공부를 하고 '친구'를 소개하는 글을 써보라고 했다. 단순히 좋아하거나 친한 친구가 아니라 자기에게 뭔가 '의미'있는 친구에 대해서 쓰라고 했다.

특별한 점이 있으면 더욱 좋고.

아이들은 이런 저런 기억을 떠 올려보며 궁리를 하더니 내게 묻기도 하면서 결국 한 사람씩 소개할 친구를 정했다.

씩씩한 민경이는 자신에게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어렸을 적 엄마가 돌아가신 같은 반 남자 아이에 대해 쓰기로 했다. 마음여린 연수는 뚱뚱하고 지저분하고 공부도 못해서 왕따를 당하는 같은 반 친구에 관해, 그리고 새침떼기 소영이는 누구할까 누구할까 계속 고민하다가 의미 있는 친구는 아니고 특별한 점이 있다면서 지체장애자인 남자아이에 대해서 쓰기로 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글을 쓰는 동안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대다가 아이들이 쓰는 대상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질문을 퍼부었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는 연수랑 소영이와 2학년 때 같은 반을 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옷은 지저분하고 머리는 안 감고 몸에서는 냄새가 나 남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단다. 공부도 못하고 가난하고 성격도 너무 소심해서 아기고양이같이..(연수의 표현) 수줍음이 많고 목소리도 너무 작단다.

그 아이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소영이가 2학년 생일파티 때 그 아이를 초대했었다는 말을 했다.

"어머, 그 때는 왕따가 아니었나 봐?"

"아뇨, 그 때도 왕따였어요. 더럽고 그랬어요."

평소 나는 소영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이기적이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었다.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만 다른 아이가 힘든 걸 얘기하면 자신은 반대로 자랑을 하고 잘 하는 것을 늘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대답을 듣고 나란 사람은 또 하나밖에 볼 줄 모르는, 편협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각진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

"근데 너는 왜 그 애를 초대했니?"

"뭐 좀 많이 먹이려구요. 평소에 잘 못 먹잖아요. 근데 생일 파티에 왔는데 많이 안 먹던데요."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소영이의 그 따뜻한 말에 감동받아서.. 그래서 얼떨결에 한다는 말이

"소영아~ 너 선행상 줘야겠다아~."

조금만 힘들면 포기해버리고 아예 노력조차 할 생각을 안 해서 나를 지치고 힘 빠지게 만들었던 소영이였지만, 그 아이는 이렇게 눈부시게 반짝이는 보석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 빛은 보지도 못하고, 어둡고 빛바랜 색만 들여다보며 '그게 다이겠거니..' 성급한 결정을 내렸었나 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은 모두 착하다.'

그 '착함'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검은 먼지에 묻혀 빛을 잃어가고 끈적끈적 때가 끼어 욕심에 찌들은 어른이 되겠지만 괜찮다. 다시 닦아내면 된다.

깨끗이 닦고 씻어서 빛을 통과 시키면 스펙트럼은 또다시 수만 가지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낸다. 어른도 아이다. 그러니까 어른도 모두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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