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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cide Mio Oct 21. 2024

호"심"술

인터넷 세상에서 마음 지키기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이후 이전에는 없었던 고민거리와 논쟁 거리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사람을 죽음으로 까지 몰아가는 악성 댓글과 그것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을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줄여보자는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법으로 막아질까요? 과연 얼마나 그런 법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과연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악성 댓글이 줄어들까요? 물론 실명제나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악플러들은 아이피 주소를 조작하거나 인터넷에 무수하게 떠다니는 개인 정보들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해외에 주소를 둔 서버를 사용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법을 무력하게 만들 방법은 무수하게 존재합니다. 그리고 실제 악플러가 엄격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아울러 과연 어떤  댓글을 악성 댓글이라고 누가 규정을 할지 그리고 만일 법으로 그것을 규정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준이 확대되어서 해석된다면 사람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의 유통도 막을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있어 왔으므로 결국 악플을 막으려는 법은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시도의 일환으로 흐를 가능성이 너무나 많습니다. 


악성 댓글은 결코 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법과 함께 다른 해결책도 같이 적용이 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법 보다도 법 이외의 곳에서 해야 할 일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악성 댓글의 피해자가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악성 댓글로 인해 비극적인 선택을 한 이들, 특히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 역시 악성 댓글의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댓글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다른 이들을 괴롭히는 일들은 이제 흔히 듣는 일이 되었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도 많이 있어 왔습니다. 이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사용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악성 댓글들에 대해서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절대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으니 문제이지요. 무시하려 해도 그 짧은 댓글 속에서 나온 작은 단어 하나하나에 깊은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그 악성 댓글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하지요. 그러나 종종 그러한 시도는 더 큰 상처를 입는 것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일단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대는 그런 사람들과 싸워서 내가 이기고 그들의 악플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악플이 심해지면 아예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들을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은 그러한 악성 댓글에 감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생각이 들고 그 댓글들 때문에 내가 받는 상처가 커지면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은 줄어듭니다. 당장은 한 시간이 한 주일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사라집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악성 댓글이 달리면 피해자들은 세상에 알려질 자신의 모습이 두렵고 또 다른 사람들이 그 악성 댓글을 읽고 자신을 오해할까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셔야 할 것은 그런 악성 댓글을 읽고 그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바로 본인 자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들의 사람들은 그런 악성 댓글을 읽지도 않을뿐더러 그것들을 읽었더라도 그냥 흘려지나 칠 뿐입니다. 그들은 악성 댓글을 보고 여러분을 판단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도 아니고 또 수백 개나 달린 악성 댓글을 읽을 시간과 여유도 없습니다. 심지어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결국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악성 댓글의 피해를 입는 당사자뿐입니다. 만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런 악플을 읽고 그것으로 나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과의 관계는 빨리 끝낼수록 좋습니다. 


결국 나 혼자 고민하고 신경 쓰는 악성 댓글, 어쩌면 나를 아는 우리 부모님들만 신경을 쓰실 그런 댓글들이라고 생각하면 그것에 대한 나의 반응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걱정하는 악성 댓글인데 실제 그런 악성 댓글에 관심을 가지는 '남'은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신경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종종 문제가 되는 경우는 사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노출시키는 일은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즉, 내가 공개하는 사적인 정보가 널리 퍼졌을 때 최대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사적인 정보를 생각하고 그것의 절 반 만을 공개하라는 것입니다. 절반이라고 한 이유는 나는 긍정적인 의도로 큰 고민 없이,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올린 정보이지만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그것을 비틀고 왜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개된 내 정보를 악용해서 악성 댓글이 달렸을 때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 정보만을 공개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도 정보이지만 의도치 않게 내가 공개해 버리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셔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일은 과연 누가 이러한 악성 댓글을 다는가 하는 문제인데 몇몇 알려진 사건들의 예를 보면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게 있더군요. 그런데 중요한 공통점 중의 한 가지는 이들이 익명성이라는 방패 속에서만 활동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익명성이라는 탈을 벗어버리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결코 그들이 나보다 잘 나서 나에게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설사 아무리 논리적인처럼 보이는 악성 댓글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은 비겁자들일 뿐입니다.


만일 길을 가다가 서너 살짜리 아이가 어른인 여러분들에게 욕을 한다는 가정을 해 봅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저 웃고 지나칠 뿐입니다. 어른들 중 누구도 그렇게 욕을 하는 어린아이와 얼굴을 붉히며 싸우지 않습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그런 서너 살짜리 아이들과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그들이 성인이라 하더라도 익명성에 숨어서 악성 댓글을 다는 그 순간 그 사람들은 '천진무구한 동심'으로 돌아간 악동들일 뿐입니다. 


세 살짜리와 멱살을 잡고 싸우시겠습니까? 그냥 웃어넘기십시오. 웃지는 못하시겠거든 그냥 아이들의 장난이겠거니 하십시오. 흔히 말하는 악플러와 세 살짜리의 다른 점은 하나도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신경 쓰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악성 댓글 때문에 사람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서 벌어질까요? 물론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저는 일부 언론에 그 원인을 돌리고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에서는 네티즌의 의견이라는 것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사실에 네티즌의 의견을 첨부하여 소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네티즌의 이야기만을 자료로 해서 쓰는 기사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해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악성 댓글과 루머들이 기존의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점점 더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전혀 밝혀진 사실이 없는 한갓 소문을 기사화하여 사람들의 말초적인 관심을 끌어 보려는 이러한 일부 언론의 태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언론에 소개되고 싶은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근거 없는 그러나 더욱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소문들을 만들어 내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광고 수입을 위해 조회 횟수를 올리려는 목적에서 온갖 거짓 정보들을 인터넷 올리는 이들까지 등장하여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블로그나 기타의 수단으로 많은 일반인들이 기존의 언론이 가지고 있던 정보 생산자의 아성에 도전하지만 여전히 기존의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은 막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판이나 개인의 블로그에 머물러 있다가 사라질 소문들을 언론에서 옮겨 보도함으로써 갑자기 많은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한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기사를 올린 언론사는 그것을 통해 좀 더 많은 클릭수를 끌어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근거 없는 그러한 보도로 인한 결과를 책임지는 언론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 번 가만히 땨져 보십시오. 과연 여러분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존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악성 댓글이나 근거 없는 소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셨습니까?


악플로 인한 비극적인 일들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역시 그러한 헛소문을 보도하는 자세, 즉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하는 보도 자세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보도하는 정보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가진 언론이라면 자신들이 가진 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유명인들의 자살을 모방하는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충격적인 일을 보면서 상처를 받을 독자들을 생각해서 그들의 정신적인 상처를 위로할 수 있는 기사나 전문가들의 조언을 소개하는 일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것이 무관의 제왕이라는 언론이 가진 권력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부디 인터넷을 통해 악성 댓글을 다는 그런 사람들과는 차원을 달리 한 언론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폐해들은 우리가 제대로 준비를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중 먼저 앞서 제시한 문제들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것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판단력과 사고력입니다. 비록 그럴듯하게 포장이 되어 소개되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보고 또 과연 그 정보가 믿을만한 정보인지 자신의 머리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터넷과 함께 태어나서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능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학교와 사회가 같이 나서서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제대로 된 정보 이용 교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이런 일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은 누가 있을까요? 인간 사회와 그 사회가 생산해 내는 정보에 대해, 그리고 그 정보를 사회에 필요한 방식으로 재가공하고 사람들이 그러한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그러한 정보의 역할과 이용법에 관해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제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을 하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만 각 급 학교의 도서관과 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사서 선생님들은 대학 교육 과정을 통해 정보의 생산과 이용에 관한 공부를 하신 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하고 악성 댓글이나 기타 여러 가지 인터넷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 교육에 앞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모범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이들은 그 들이 접하는 인터넷의 환경과 그 속에서 어른들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지 배웁니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어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최근에 벌어지는 논의들을 접하며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칫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한 전반적인 반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이미 그러한 반감 때문에 인터넷을 거부할 수는 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와있는 존재가 인터넷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거짓 정보와 악플에 대한 걱정은 인터넷의 이미지를 매우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들로 인해 인터넷이 가진 유용성이 가려질까 하는 걱정이 됩니다. 


결국 인터넷도 하나의 도구이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린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사람을 잡는 살인자의 칼이 아니라 사람의 고치는 의사의 메스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칼과 칼의 사용법, 그리고 그것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이 법보다 먼저 우리에게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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