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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이 도서관에 들어간다면

by Alcide Mio

미국의 아이다호 주 보이지에 살고 있는 딜런 헬빅은 올해 열한 살의 어린이입니다. 그림책 읽기를 좋아한 딜런은 읽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책이 동네의 공공 도서관 서가에 놓여 있기를 바랐지요. 그러다가 여덟 살 때 "딜런 헬빅의 크리스마스 모험"이라는 새로운 그림책을 쓴 딜런은 그 책을 몰래 도서관에 들고 가서 서가에 직접 꽂아 두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딜런은 단순히 책을 도서관 서가에 놓아 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노트북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자신의 “책”이 마치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인 것처럼 스티커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도서관에 갔을 때 그 책은 서가에 없었고 딜런은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생각은 아마 도서관에서 그 책을 보고 분실물 코너에 넣어두었던지 아니면 버렸겠거니 했다는군요. 그러나 실제 일어난 일은 어머니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서가에 있는 딜런의 자작책을 발견한 도서관의 어린이 사서는 그 책을 읽은 후 그 책의 내용이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하는 조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그 책을 목록에 포함시켜 정식 도서관 장서로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지역 언론을 통해 딜런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그 책은 여러 명의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인기도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zWHdm7s3SVY?feature=shared


도서관에 일을 하면서 자신의 책을 도서관에 홍보하는 작가들 그리고 출판사들의 연락을 자주 받습니다. 도서관에 책이 소장되어 있다는 것은 책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고 또 그것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물론 모든 작가가 딜런과 같은 방식으로 책을 도서관에 두지는 않겠지요.


종종 출판계에서 도서관의 도서 대출에 대해 그것이 자신들의 영업 이익에 손해를 끼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도서관의 대출을 통해 책이 더 홍보되고 도서관에서 책을 접한 이용자가 그 책을 다시 구입하는 구매자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도서관이 가진 구매력을 생각한다면 도서관 만을 통해서도 최근 평균 초판 인쇄 부수라는 2,000-3,000 부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도서관의 장서 구입 예산이 충분치 못 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도서관계와 출판계가 같이 힘을 합해서 도서관의 장서 구입 예산을 늘여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작업도 진행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서관계과 출판계는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어진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쓰인 책 이미지는 이 이야기를 보도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서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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