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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씨 Oct 29. 2023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스물 넷에 읽었습니다.

1년간 읽은 책 리스트 일부

1년간 약 150권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 군대에서 뭐라도 하기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 습관이 되었다. 그 중 자기계발 책은 이름 좀 날린다 싶으면 호불호가 갈린다 해도 무조건 읽었다. 난 이 책 저 책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다만 유일하게 '일부러' 안 읽었던 책이 있었다. <김미경의 마흔수업>이었다. 내 나이 스물 넷, 마흔 수업은 내게 공감이 안되는 이야기일게 뻔했다.


제껴둔 채 실컷 다른 책들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마흔에 들으면 좋은 수업을 스물 넷에 미리 들으면 어떨까? 곰곰이 따져보니 손해볼건 없었다. 손해는 커녕 오히려 엘리트 코스일 수 있겠다는 지점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첫장을 넘겼다.


다 읽어본 결과, 이 책은 지친 마흔들을 위로해주는 책이었다. 이제껏 지친 2030을 위로하는 에세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4050을 위로하는 책은 없었다. 그들은 방황할 때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4050은 내 부모님 세대다. 올해 딱 엄마도 50을 넘겼다. 두 분 다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서, 조금씩 밀려나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특히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셨다. 공황 장애가 올 정도였다.


항상 강인하고, 때로는 무서웠던 아빠의 모습은 이젠 없었다. 자신감도 많이 잃어버리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쌩쌩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움츠린 아빠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아팠다. 하지만 티를 내면, 더 작아지실까봐 속상한 마음을 더 꽁꽁 숨겼다. 아빠 앞에서 웃으면서 사소한 것도 칭찬하는 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선 내 부모님과 비슷한 4050에게 전했다. 40대에 많이 이뤄놓은게 없을지라도,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김미경 본인도 40대 중반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 강사였다고 했다. 유명해지기 시작한건 50이 거의 다 되어서랬다.


자신도 분명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왜 이리 성공의 길은 멀리 있나 생각했다고 한다. 게다가 자식들 뒷바라지까지 하다보면 김미경 자신은 점점 더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더 투자하기로 했다. 이젠 애들도 다 키웠으니까. 우리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다. 이젠 나보다도 두 분을 위해서 살았으면 한다. 


최근 아빠가 일도 그만두시고, 가정 형편도 급격하게 기울면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최근에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내 자취방 보증금 500만원을 본인이 못해주셨다고 속상해했다. 아빠가 빨리 다시 일을 해서 월세라도 지원해주시겠다면서.


초라해진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만큼 가슴이 미어지는 일은 없다. 어제가 생일이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그동안 못해주신 것 하나도 없다고. 덕분에 이렇게 멀쩡히 자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도전해볼 수도 있다고. 그러니 내게 더 잘해주지 못했다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고, 내가 빨리 성공하겠다고. 이젠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고. 낳아주고,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결혼에 관한 내용이었다. 결혼을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결혼으로 인해 자신을 많이 잃었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다르다. 어릴적부터 무조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부모님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과, 사랑의 힘을 믿는다. 절대적인 내 편이 있는 것만큼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 덕분에 내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던 만큼, 가정환경의 소중함을 믿는다.


마흔 수업을 스물 넷에 읽은 지금, 크게 2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는 마흔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 스물 넷의 나는 어떨까? 더 창창한 가능성의 세계가 내 앞에 있다.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다.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가보자.


두번째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이다. 마음속으로는 가지고 있어도 말로 꺼내기 쑥쓰러웠다. 마음 한 구석에 숨겨놨던 감정을 마주하는 기분이다. 두 분의 청춘을 바쳐 나를 길러주신만큼, 이제는 혼자 사회로 발걸음 할 차례다. 더더욱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꼭 성공해서 나를 등에 엎고 기세등등해진 아빠의 모습을 마주할 테다.


이 글을 보게 된 40대 혹은 50대 분들은 <김미경의 마흔 수업>을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인생을 바꿀 내용이 있다기보단, 소소한 위로가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지 않나 싶다. 자식을 생각하는 모든 부모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대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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