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로또 10억에 당첨이 되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근데 반대로, 빚이 10억이라면? 우린 로또 10억에 당첨되는 상상은 많이 해도, 빚이 10억이 생긴다는 상상은 하지 않는다. 아니, 하기조차 싫다. 그 심정이 상상이 되긴 할까? 근데 여기 40의 나이에 빚 10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켈리 최라는 이 40세의 여성은 10억의 빚을 지고, 센 강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한다.
다리 위에서 넋이 나간 채, 몇 시간을 서있던 그녀는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항상 '자랑스러운 우리 딸'이라고 말해주던 엄마,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죽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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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사업의 CEO가 됐다. 도시락이라고만 들으면 하찮게 들릴 수 있겠지만, 연 매출이 무려 6000억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엇이 그녀를 10억 빚쟁이에서 연 매출 6000억 사업가로 만들었을까?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는 켈리 최가 어떻게 인생의 밑바닥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적힌 책이다. 그녀의 또 다른 책 <웰씽킹>이 그녀 인생 전체에 걸쳐서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마인드 셋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면,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에는 빚 10억이 생기게 된 과정부터 그녀의 기업 '켈리델리'를 세우고, 성공시켰는지 구체적인 과정이 담겨있다.
그녀는 이전 사업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적한 스스로의 문제는 3가지였다. 하나, 너무 자만했다. 둘, 경험이 부족했다. 셋, 공부가 부족했다. 사실 첫 사업이다 보니 실패하는 건 당연했다.
그녀가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거였다. 거울을 봤을 때, 그녀는 전보다 살도 쪄 있었고, 옷도 얼굴도 꼬질꼬질했다. 전에 있던 당찬 사업가의 그녀는 이제 없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시작하기. 그게 그녀가 할 일이었다.
다시 사업을 시작하기 앞서 그녀는 자신만의 3가지 기준을 세운다.
1. 경기를 타지 않을 것
2.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3. 내가 잘하고 좋아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
실패를 통해서 세울 수 있었던 기준이었다.
그 결과, 그녀는 초밥 도시락을 팔기로 하였다. 대형마트와 계약해 그 안에서 즉석으로 초밥 도시락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이다. 게다가 공연하듯 초밥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쇼처럼 구성한 게 포인트다. 유럽에서 아시아인들이 직접 만드는 초밥은 전문가처럼 보였기에 나름 경쟁력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 사업을 준비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무려 2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하고, 공부했다. 직접 발로 뛰기도 하고, 책 100권을 읽어가며 사장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결정적으로 준비는 철저히 하되, 시작은 미루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경영을 전공하지도 않고, 사업 자금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요식업에 종사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녀는 도움을 요청했다. 내 생각에 그녀가 가진 차별화된 강점이 바로 이런 열정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나를 누가 도와줘... 하며 포기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열정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했다.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는 각종 분야의 권위자들에게 열심히 두드렸다. 그리고 기회는 두드리는 사람에게 오는 법이다.
추가로 그녀의 장점은 상대방의 입장을 잘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했던 제안들은 모두 상대방 입장에서 그럴듯하게 들리는 제안이었다. 특히 대형마트와 첫 계약을 시도할 때, 회장이 많은 제안을 받고 바쁠 것을 예상해서 사업계획서를 꼭 필요한 부분만 넣어서 굉장히 간결하게 냈다. 얼마 후, 대형마트에서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대형마트 회장이 그녀의 사업계획서를 보게 된 계기는 모든 사업계획서 중 가장 얇아서였다.
당연히 얇기만 한 사업계획서로는 계약을 따낼 수 없다. 그 안에는 그녀의 비전이 담겨있었기 때문에 계약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녀가 여러 사람에게 비전을 설득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무엇일까?
사람을 설득할 때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얼마나 확신에 차 있는가’의 차이라고 본다. 확신에 차 있다는 건 내가 꿈꾸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뜻이고, 그러한 확신은 말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中
바로 확신이다. 남을 설득하려면 확신이 있어야 한다. 본인조차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남을 설득할 수 없다. 추가로, 비전을 제시할 땐 나만의 비전이어서는 안된다. 설득하는 대상까지 비전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나의 미래'가 아닌 '우리의 미래'가 될 때 비로소 상대방도 함께할 마음이 생긴다.
이후부터는 그녀가 '켈리델리'라는 초밥 도시락 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켈리델리에 대한 그녀의 신념과 사소한 디테일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지 않나 싶다. 이 부분들은 직접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그녀의 노력은 요약할 수가 없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못 가던 소녀가, 공장에서 돈을 벌어 유학을 떠나고, 타지에서 고생하며 일하게 되었다. 그러다 사업을 하게 되고, 10억의 빚을 지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마음먹는다. 이렇게 기구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 그 당시 아시아인으로서 인종차별도 받았을 테고, 여성사업가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런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나 역시 끝까지, 끈기 있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