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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누나 Mar 24. 2023

싱글맘, 아웃팅?

저... 그... 그게!

아들 녀석이 초딩되기 전, 초등학교 입학 전에 끝내고 싶어 급하게 성본도 변경하고 개명을 하여 어린이집에 통보를 했었다.


우려와 달리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은 이름이 바뀌어서 좋겠다며, 마치 원래 이름이었던 것처럼 당연하게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주었단다. 귀여운 녀석들~ 고마워!




라떼는- 과 많이 바뀐 세상인 건지 내 주변이 고마운 사람들인 건지, 다행히도 '우리 아이'가 엄마랑만 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아직까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겪는 어려움은 간간히 생기기도 한다.



SSUL 2.

아이의 성과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엄마인 나도 잊고 당연시되어 무뎌질 무렵이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가족과 함께 에버랜드를 가는 행사가 있었다.


주차장에서 에버랜드 입구까지 가는 긴 길을 걷던 중간에 친화력 좋은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에게 들었다며 우리 아이가 이름을 바꾼 이유를 물었다.


평소에 난 이혼이나 편부모 가정이라는 사실에 당당했고 또 그렇게 말해왔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순간에도 시원하게 대답을 해야 됐으나...


갑자기 머리가 새카매지며 뭐부터 설명해야 할지 순간 막막한 것이었다.


"아빠랑 같이 안 살아서... 성을 따를 필요는 없어서... 겸사겸사 이름도..."


다시 생각해도 이불킥 할 정도로 뚝딱거리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엄마도 편부모 가정인 줄 몰랐던 것이었는지 순간 놀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숨길 수 없는 어색한 표정으로,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며 그 긴 길을 함께 걸었다.


n년째 익숙하고 당연한 삶임에도 그리고 아무리 많이 바뀐 세상이라 하더라도 내 상황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기엔 몇 글자만은 무리이지 않을까 싶던 날이었다.


하긴 내가 '이혼녀'임에도 우리 엄빠는 아직도 '누구네 딸이 이혼했네'라며 먼 나라 이야기인 듯 말하니- ‘진짜 남’은 오죽하겠어!


참고로 그날에 어색한 대화를 했던 친화력 좋은 엄마랑은 아직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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