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수누나 Jul 12. 2023

싱글맘, 신이 된 사연

신발 말고 그 신(神) 맞아요

초등 1학년 1학기 막바지가 되며 부쩍 달라진 아들 녀석. 학교에서 대체 무얼 배우는지... 유치원생 때와는 다른 인격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특히 도가 튼 분야는 (엄마 한정) 약 올리기인데, 덕분인지 나도 어지간해선 화가 나지 않는 현자가 되었다. 하지만 신(神)이 되기엔 역부족인데?




싱글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난 이후론 솔직히 그 어느 때보다도 삶이 너무 안락했다. 자기 위안이 아닌 순도 100% 진심인데 애석하게도 아무도 안 믿어준다.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각설하고 이런 안락한 싱글맘의 삶에도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가 있긴 했다. 혼자 양육을 하다 보니 개인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점인데, 특히 술꾼 타이틀에 자부심이 있던 나에겐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내 아들은 어엿한 초딩!

지 엄마가 크롭티를 입으면 주위를 살피며 조용히 배꼽을 가려주고 또 혼술을 할 때면 ‘이제 그만 먹지?’와 같은 말로 인생 1.5회 차 정도 되는 면모를 뽐내고 있다.


기회는 찬스다!

이제는 일탈이 가능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며칠 전 난 결국 일을 벌이고 말았다.



SSUL. 8

<선조치 후보고>

내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부모님 눈치에 기죽던 어린 시절에도 뭔가 해야겠다 싶으면 일단 저지르고 봤다. 그런데 지금이라고 다를 게 있을 리가?


며칠 전 내가 계획했던 사건은 아래와 같다.


1) 같은 동네에 사는 20여 년 지기 남사친에게 연락해 당일 저녁 약속을 잡는다.


2) 울 엄마에게 ‘내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데, 저녁식사도 해놓고 재울 준비도 미리 해둘 테니 손주 녀석 좀 봐달라’고 한다.


3) 그리고 초딩이 귀가했을 때 이 사실을 알린다.


<객관식 문제/5점> 위 문항 중 문제가 된 사건을 고르시오. (정답 : 3번)


안타깝게도 싱글맘의 아들 녀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냐, 남자냐 여자냐, 나도 같이 가봐야겠다 등 남편이 있었어도 하지 않을 법한 잔소리로 나를 당황시켰다.


하지만 나도 호락호락한 애미가 아니었다. 할머니에게 부탁하며 막무가내로 집을 나서려는데, 삼촌(남자친구입니다...)한테 엄마 바람피운다고(허락도 받았습니다...) 이르겠다며 으름장까지 놓더니 문 밖으로까지 나를 쫓아와 잡아당기며 무력시위를 했다.


-솔직히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 순간은 현타가 제대로 와서 그냥 파투 낼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산 쪽에 사는 나를 배려해 픽업해 주기로 했던 내 친구도 마침 도착을 했고, 아들 녀석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틈을 타 난 도망치듯 냉큼 차를 타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차창 너머의 초딩은...

엄지를 밑으로 내린 채 “우우~”하고 야유를 보내며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강경하게 나왔으나 내 맘이 편할리 없었다. 심지어 초딩으로부터 분 단위로 페이스톡, 보이스톡을 포함한 카톡이 왔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난 그날 아들 녀석의 완전한 승낙을 받았고 그래서 친구들과 맘껏 수다 떨고 놀다가 만족스럽게 귀가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자본주의가 만연한 이 시대, 내 아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진하게 물들어있던 덕분(?)이었다.



구매 확답을 받은 초딩은 더 이상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자본을 통해 엄마에서 신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건종결 후 알게 된 반전.

일련의 모든 사건은 퍼즐을 갖기 위한 초딩의 철저한 설계에 의한 것임을 자백받았습니다.


-이상 모두가 행복했던 결말. 마침-


작가의 이전글 싱글맘, 키우고자 하는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