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래도 둘째는 좀...
이제 초딩이 된 아들 녀석이 요즘 들어 부쩍 있지도 않은(생길일도 없는) 동생이야기를 한다.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난 또 최대한 어른스러운 척 경악을 숨기고 되묻는다. 그래 알겠어, 근데 왜?
“동생이 생기면 엄마가 동생이랑만 놀아주고 동생만 이뻐할 것 같아서 싫어.”
나 참... 초딩아- 니가 곧 내 세상인데, 게다가 니 엄마는 싱글인데 그게 무슨 고민이냐 어이없다가도 이내 이 아이의 세상엔 ‘엄마’만이 전부구나 싶어 아차 싶었다.
아마 최근 친구가 낳은 둘째 딸을 보러 갔을 때 귀여워하던 제 엄마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아들내미는 잔병치레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병원 방문은 연례행사 수준이었고 그날도 연례행사 중 한 날이었다.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세상 낯가리며 조용히 살고 싶은 한 엄마의 아들은 ‘이 구역 인싸는 나야’를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마치 단골인 양 병원을 휘젓고 있었다.
극내향인인 내가 부끄러움에 몸이 베베 꼬일즈음, 다행히 한 할머님께서 녀석의 밝은 인싸력을 좋게 봐주시고 말을 받아주셨다.
“아이고, 누굴 닮아 이래 이뻐~ 엄마 닮았어, 아빠 닮았어?”
순간 나와 아이는 똑같이 굳었다.
하지만 우리 둘의 머릿속은 똑같지 않았으리라.
뭐라 대응을 해야 할지도 고민이었지만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혹여 상처받지는 않을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갑자기 조용해져선 아무 대답 없이, 아무 표정 없이 있는 아이를 두고 난 급히 ‘엄마 닮아서 이쁘죠’라고 수습을 해보았다.
얼레벌레 그 상황을 모면하고 아이가 다른 관심사를 찾아 떠나자 영문을 알 리 없는 할머님이 또 내게 말을 걸어왔다.
“첫째예요?”
네, 그렇죠. 대화를 끊으려는 시그널을 보냈지만, 내 맘 같지 않게 할머님은 둘째는 있냐- 더 안 낳냐- 나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혼자 키워요. 아빠는 없어요.”
나의 마지막 일격이었다.
더 이상 말 걸어주지 마세요... 마음속으로 수백 번 빌며 PTSD가 오기 직전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할머님의 변화구가 날아왔다.
“아이고~ 그래도 하나 더 낳아요.”
...?
나의 완벽한 KO패였다.
그렇게 너덜너덜 진료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 아들 눈치를 보다가 넌 엄마 닮아 이쁜 게 확실하다며 너스레를 떨어보았지만 예상치 못한 녀석의 한마디로 난 결국 TKO패 당했다.
“아빠가 잘생겼으니까 난 아빠 닮은 거 아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