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전공은 소화기내과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검사를 한다.
내시경을 시행하다 보면 이상 소견(정상이 아닌 소견)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 조직검사(Biopsy)를 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암이 정말 의심되어 조직검사를 시행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암은 아닌 것 같지만 눈으로는 100% 확신할 수는 없어, 확인차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다.
검사자의 입장에서 조직검사라는 것은 나의 불완전한 의학적 소견을 서포트해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의사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조직검사를 하려고 한다. 혹시나 내가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을 조직검사가 보완해 주기 때문에.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조직검사는 무서운 존재다. 조직검사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혹시 내가 암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불안이 몇몇 환자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나: '내시경 받으신다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위(stomach)에 부분적으로 염증이 심한 부분이 있어서 조직검사를 하나 시행했습니다. 2주 뒤에 결과 확인하시러 오시면 됩니다'
환자: '조직검사요?? 혹시 암은 아니죠?? 많이 안 좋나요??'
나: '정확한 건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암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확인차 검사 시행한 것이니 우선을 결과 확인해 보죠'
환자: '아... 네... 조직검사 했다고 하니 괜히 걱정되네요...'
------2주 후. 조직검사 확인의 날---------
나: '조직검사는 만성염증으로 나왔습니다. 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정기적으로 검사만 잘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환자: '아! 정말요!! 2주 동안 혹시나 암은 아닐까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걱정을 너무해서 잠도 잘 안 오더라고요....ㅠㅠ 이상 없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2주 동안 맘 졸이며 지내셨던 환자의 마음이 나에게 온전히 전달된다. 혹시나 암이면 어쩌거나 하는 불안 대문에 2주 사이에 얼굴이 더 상해보이는 분들도 있다.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은 불안에 휩쓸리는가 보다. 그 불확실함이 암이라는 두려운 존재(나를 죽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더.
이렇게 불안해하셨던 분들을 만날 때마다 조직검사를 적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조직검사 하지 않았다가 혹시나 모를 암을 놓치면 환자들한테는 훨씬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니, 평소 하던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한다. 환자의 심리적 불안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모를 암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니까.
내 마음에 흔들림이 없게 의학적 지식과 실력을 키워 조직검사 횟수를 줄이고, 환자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