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아닌, 고독감.
Not loneliness, solitude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감정을 보고, 표정을 읽으며 느껴지는 진심들이 나의 삶을 움직여왔다.
그런 관계 속에서의 교감이 내 에너지의 근원이자,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원동력에 의문이 생겼다.
왜 나는 ‘나로 인해’가 아니라, ‘타인을 통해서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는 걸까.
그 질문은 오랫동안 내 안을 헤짚어 놨다.
최근 혼자 고민하고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나는 외로움과 마주했다.
그때 난 다시 정리했다.
이 외로움을 피하려 하지 말고,
‘나만의 고독감(孤獨感)’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것을.
고독감으로 이 시간을 바라보면, 혼자 있음이 결핍이 아니라 존재의 회복이 된다.
타인에게 맞추던 시선이 나를 향하고,
관계 속에서 잃었던 내 중심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온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감각,
침묵 속에서도 충분히 살아 있다는 확신,
그것이 고독감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결국, 고독감은 나를 고립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나 자신과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
다시 세상과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고독감은 나에게 ‘별로인 나’를 마주할 기회를 준다.
타인 앞에서는 감추고 싶었던 모습들,
불완전하고 서툰 나의 부분들이 조용히 드러나는 시간이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내 안의 모난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고,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들을 다시 어루만진다.
나는 스스로를 자주 만나 대화하고,
그 대화 속에서 점점 더 ‘나를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이 생긴다.
고독감은 외로움의 다른 느낌을 준다.
고독감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외로움이다.
자유로워지고, 나를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가장 깊은 나만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나는 여전히 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