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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 Jun 05. 2024

초소형 전기차를 타다가

초소형 전기차 쎄보C를 구입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쎄보C를 선택한 이유는 식당의 음식배달 시 좁은 골목을 이동할 때 더 편리하고 주차가 용이한 차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구매 고려 대상이었던 르노의 트위지는 창문이 비닐에 지퍼 형식이며, 히터와 에어컨이 없고, 좌석 배치도 2인이 앞뒤로 타야 되는 구조라 선택에서 제외했다. 에어컨과 히터가 있으며, 2인이 나란히 탈 수 있는 쎄보C는 내가 알고 있는 차의 관념에 비추어 봤을 때 조금 더 차 같아 보였고, 편리해 보였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이 차는 식당 배달할 때 사용할 예정이었기에 나는 이 차가 가져다줄 큰 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초소형 전기차 쎄보C를 구입한 후, 나는 동네의 모든 골목과 도로를 새롭게 탐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녀석의 형편없는 승차감은 나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선사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충격,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고스란히 전해지는 진동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 나는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세상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다.


쎄보C의 덜컹거림은 나의 온 신경을 도로 위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디에 방지턱과 맨홀이

이 있는지, 어느 구간의 노면이 파손되었는지, 어떤 골목길이 유난히 좁은지... 마치 손으로 더듬는 것처럼 도로의 굴곡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제 도로의 세밀한 사정에 눈을 뜨게 되었다. ‘아, 저 골목길은 너무 좁아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꼼짝없이 후진해야겠군.’, ‘저 방지턱은 유난히 높으니 속도를 줄여야지.’ 쎄보C를 타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정치인들이 쎄보C를 탄다면 어떨까?’


푹신한 가죽 시트에 몸을 맡긴 채, 방음벽 너머 세상의 소음을 차단한 고급 세단에 익숙한 그들. 과연 쎄보C를 타고 덜컹거리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마 그들에게 방지턱은 그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가는 흔한 둔덕에 불과할 것이다. 울퉁불퉁한 도로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겠지만,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세상의 진짜 모습은 쎄보C의 덜컹거림처럼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낡고 위험한 도로처럼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채, 안락한 세단에 갇혀 있는 이들에게는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처럼 느껴질 뿐이다.


쎄보C를 운전하는 나의 모습은 어쩌면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덜컹거리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충격과 마주하며, 때로는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쎄보C의 핸들을 잡고 오늘도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덜컹거림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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