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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Jul 29. 2023

외로움과 고독

혼자여서 쓸쓸함과 행복

외로움과 고독은 깊게 분석하자면 감정이냐 상태이냐의 차이이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의 쓸쓸한 감정을 말하고, 고독을 혼자 있는 그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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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을 두려워했으나 고독을 사랑했다.

유치원을 다니며 가끔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을 기다릴 때는 외로움을 느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곁에 있었지만 어둑해질수록 기다리던 이들이 오지 않을 때에는 혼자 불안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밤에 혼자 자는 것도 외로워했다. 특히 나는 엄마 곁에서 잘 때 안정감을 느꼈다. 지금도 가끔 잠이 오지 않아 불안해질 때에는 엄마 옆으로 슬그머니 가서 눕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동생도 커 가면서 혼자 자는 연습을 해야 했을 때에는 양을 300마리 넘게 세어도 잠이 오지 않아 엄마가 옆에 와서야 잠든 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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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치원에서 낮잠 자는 아이들 사이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던 것은 행복했다.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않고 나 자신에 집중하는 그 시간,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그 몽롱했던 순간의 즐거웠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선생님이 ‘심심하지 않아?’라고 해도 소리 없이 웃었던 것이 생생하다.


밤에 잠들지 않는 날이면 나는 방과 베란다를 연결하는 창문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곤 했다. 은은하게 불어오는 밤공기와 약하게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고 신경 쓰지 않던 그 순간이 온전히 내 것만 같아서 좋았다. 그럴 때면 밤의 무서움은 사라지고 혼자의 시간을 즐겼다.


지금도 나에게 외로움과 고독의 느낌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도 외로움은 두려워하고, 고독을 사랑한다.


조금 변한 것은 낮의 외로움을 싫어하고 밤의 고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내가 혼자 있고 싶은 기분일 때 고독을 느껴서인 듯하다.


물론 둘은 따로 오다가도 함께 오고, 그러다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처럼 잠깐 왔다 가기도 하고 강렬하게 나를 휘젓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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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외로움이 나를 훑고 있는 중 고독이 찾아왔다. 불완전한 인생의 순간을 체감하다가 다시 안정을 찾을 때 행복을 느꼈다.


생각을 하고 감정이 있어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외로움과 고독이 나 스스로를 바라볼 때 체험하는 가장 큰 그것들이다. 잠들기 전 잠시라도 고독한 시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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