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이별
보도블록이 아닌 흙으로 그들을 보내주렴
긴 장마가 서서히 끝을 향해 가는 듯하다.
날씨는 여전히 습하지만 태양빛 또한 지지 않으려 열을 내뿜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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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에 길바닥 위 지렁이들을 봤다. 밟히고 말라죽은 모습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 모습이 징그러워 친구들과 움찔거리며 피해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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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비 오는 날 땅 속에서 나온다. 피부로 숨을 쉬는 그들에게 비 오는 날 젖은 흙은 호흡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익숙해져 잘 살아가던 그들에게 세상으로 나오는 것은 꽤나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색한 물기와 보도블록을 지나 자신들이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열심히 움직였을 것이다.
그렇게 큰 물방울들이 몸에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가 그쳐도 흙은 물을 머금고 있기에 돌아갈 수 없었을 그들이 한 선택이 가만히 있는 것이었을까.
어떤 선택이든 지렁이들은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 길을 향했다.
햇빛의 강렬함에, 예상치 못한 발걸음에 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세상엔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는 죽음이 많다.
며칠 사이에 또래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힘든 순간에도 꿋꿋하게 노력해 왔을 이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야 했던 것이 가슴 아프다. 그렇게 보내서는 안 됐다. 험한 곳에서 고통만 느끼게 해서는 안 됐다.
20대 중반이 된 지금, 나는 이 사회가 세상에 갓 나온 20대들에게 한 번에 많은 짐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
1~2년 전도 나에게는 '그땐 철이 없었지. 많이 어렸지.'라 느끼는 시기인데, 뉴스에 나올 만큼 큰 사건들을 몸소 견뎌야만 했던 그들이 안타깝다.
현재를 사느라 아등바등 힘든 시기이다. 미래를 보고 달리라 하지만 당장 코 앞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쁘다. 나의 또래들이, 그리고 이제 20대가 될 아이들이 고통보다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오늘도 나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