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죽기 전에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해온 일에 대한 자책이 아니라,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합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걷다 보면 멈춰야 할 때가 생깁니다. 그것이 갑작스럽든 예상 가능했든 말이죠.
단지 우리가 원하는 순간에 죽음이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만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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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과거, 인생을 살기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겨우 열몇 살에 인생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도, 그 당시 저는 제가 가장 비참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비밀 일기장에 사과를 10개 그려두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사과를 검은 폭탄처럼 칠했죠. 사과라 보기 어려워진 것들이 어느새 10개에 가까워졌을 때 저는 유언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에야 법 공부를 하며 안 사실이지만, 그 나이대의 제가 쓴 유언장은 효과가 없더군요. 그 안에 쓴 내용도 지금 생각하면 어렸습니다. 모아둔 돈을 어떻게 나눴으면 하고, 가족들에게 남기는 이야기였죠.
마지막 사과가 아슬아슬하게 달려있을 때 문득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딱 100가지는 경험해봐야 한다, 다짐하고 쓴 것이 제 첫 번째 버킷리스트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쓰고 까먹었었습니다. 100개의 리스트를 다 쓸 때쯤 제 생활이 좀 나아졌거든요. 그 종이는 몇 년 후 청소를 하다 발견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보니, 제가 그토록 원했던 것들이란 이미 반쯤 이룬 것들이더라고요.
카카오톡 해보기, 내 핸드폰 가지기, 뮤지컬 보러 가기 등 지금 생각해 보면 가능한 것들이 그때는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이라고 뭐 다를까요.
저는 가끔 기분이 안 좋거나 자존심이 상하면 ‘나는 이거 할 거야!, 이거하고 싶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왜 하고 싶은 것이 없지.'하죠.
저도 나중에 죽을 때 ‘이걸 했어야 했는데 까먹었네..’라며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사람이 말을 꺼냈으면 행동이라도 해봐야죠! 그것이 처음 사는 인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수 작가님 소설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 ‘인생에 자유이용권이 있다면~’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데요.
푹빠져 생각해 보니 다른 건 몰라도 저도 제 자신 하나만큼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뭐든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을 자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저는 제 이용권을 최대한 활용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즐거울지, 실망스러울지는 장담할 수 없겠어요. 그래서 이 매거진에서 여러분께 그 경험과 감상들을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