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강렬해지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지만 내 마음은 최근 몇 개월 사이 가장 차가웠다. 내겐 유독 추운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지향했던 나는, 작년 이맘때쯤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고 싶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너무 좁아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 또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흩어진 말들을 나름대로 모으면 나의 가치관은 그렇게 재정비되고 계속 살아갈 마음도 고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쓴다. 누군가는 다시 태어나도 사람이길 바라지만, 나는 그것만은 피하고 싶을 정도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변수는 너무나 많아 직진하다가도 핸들을 꺾는 일이 빈번하였다. 내가 그리려던 직선은 그렇게 삐뚤빼뚤한 모습이 되어갔다.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 갇혀 최선의 대안을 고르려 했다. 악착같이 노력했다. 내가 한 번 더 움직이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상관없었다.
그게 어느 순간엔 의무시되었고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음을 안 이후에도 멈출 수 없었다. 어쩌면 타인에 대한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에 인간관계에 번아웃이 왔다. 모든 연락들이 괴로웠다.
핸드폰 화면이 한 번 두 번 켜질 때마다 눈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향하는데, 마음은 무시하고 있음을 느꼈다. 혼자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번아웃을 겪기 직전, 착각은 자유로워서 착각을 또 만들고 결국 나를 잠식시킴을 깨달았다. 이제 와서 보니, 나는 타인을 사랑하고 아꼈으나 정작 나에겐 그러지 못하였다. 장난스러운 지나가는, 짓궂은, 내 진심을 자꾸 거부하는 말들을 거절하지 못하였다.
내 마음이 문드러질 때는 보살펴주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단지 나를 돌보는 것이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내가 나를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음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몇 명의 사람을 또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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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내가 이제는 보지 않을 그들을 여전히 소중하게 여긴다. 단지 그들은 그 자신을 더 아낄 뿐이었을 테니.
뜨거운 여름 초록색을 더 눈여겨보게 한 사람을.
맛집을 발견하면 같이 가자고 연락하던 사람을.
재밌는 영상을 보면 나에게 공유하던 사람을.
그저 인연이 아니었던 그 모든 사람들을.
나는 타 버린 마음을 날려버리고 다시 새 마음을 모으면서도, 그저 그 사람들이 지나갈 길에 조금이나마 짐이 덜어지길 기원할 뿐이다. 그들 몰래, 내 마음이 타가는 모습을 보며 불멍을 할 때 했던 생각들을 이어나간다.
내가 나를 사랑하려 하니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