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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el Oct 30. 2023

나락...<벼의 방언>

쌀의 please!!...

휴~~~이제야 밥상에 올라왔네!!...

누구나 태어난 목적이 있을 것이고 살아가는 것에는 의미를 부여하고 또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한 역할이 있다. 나는 건강한 쌀로 자라서 이렇게 식탁에 올라오는 것이다.

요즘은 밥을 천시?하는 시대라 그런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서 맛있는 밥이 되어 식탁에 오르는 것'


거기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가 잘 자라고 마지막 역할까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같은 농부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의 출생부터 마지막 식탁에 오르는 순간까지 노심초사하며 우리를 지켜주고 다듬어준다.


우리에게도 푸르른 시절이 있다.

육묘판이라는 곳에 상토와 볍씨를 담아 발아시키고 몇일이 지나면 우린 아주 예쁜 새싹이 되어 세상구경을 하게된다. 새싹이 자라 어린이 벼가 된 우리는 따뜻한 봄을 만나 물이 풍부한 논에 옮겨지게 된다.

논으로 이사하고 나면 우리의 푸르름은 걷잡을 수 없이 물결처럼 넘쳐나게 된다.

사람들처럼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고 또 불혹이라는 중년도 지나게 된다.

노년까지 가는 순서가 사람들은 평생이라고 하는 아주 많은 기간동안 이루어지지만 우리는 해마다 그것을 겪게 된다. 

따뜻한 봄에 태어나서 추석을 지나 가을이라는 계절즈음에,

우리는 벼라는 풀나무?에 뭉쳐있다가 탈곡이라는 과정에서 개개의 낟알로 새로운 시간들을 맞는다.

그 시간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시련을 겪게되고

우리를 파고드는 병들과도 싸워야하는 시련을 겪게 된다.

그싸움에서 끝내 이기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우리를 위한 또다른 거름이 되어버린 친구들도 너무 많다.


태풍으로 몸을 가눌수가 없었다. 거센 비바람에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나락들이 서로 의지하며 붙들고 서 있으려 해보지만 여지없이 무너진다.

한쪽 친구들이 넘어지니 그위를 다른 친구들이 넘어지고 넘어지며 넘어진 나락들로 층을 이룬다.

논두렁 쪽에 있는 친구들은 논두렁 흙들이 비에 쏟아져 내리니 하염없이 바닥으로 엎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뜨거운 여름동안 햇빛을 받아 안아서 성장한다.

우리 각각이 가진 차이로 빨리 크고 더디고의 차이, 빨리 익고 조금 더디게 익는 차이는 있지만 무더위 속에서 서로 경쟁하며 성장한다.

한데 가을문턱에서 우리는 매번 절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거센 비바람을 몰고오는 태풍으로 이번에도 지쳐 쓰러진 친구들이 부지기다.

농부들이 태풍이 오기 전 논두렁이나 쌓아놓은 제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둘러보고 애를 써주지만

태풍은 그런 노력들을 허사로 만들어 버린다.

몰아치는 태풍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리끼리 붙잡고 의지하는 것 말고는.

태풍이 지난 뒤 우리를 애처롭게 쳐다보는 농부들을 우리도 애잔한 마음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안밀리고 싶었으나 주저앉아버리게 되어 너무 미안했다.

태풍을 잘 피해 건강하게 자라고 익어서 노랗게 물든 우리를 고생한 그들에게 선물되어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태풍이 지나고 나면 또 여러 가지 병충해들로부터 우리는 습격당한다.

습한곳은 사람들에게도 위해이듯 우리도 마찬가지다.

괴롭힘의 주범에는 ‘이화명충’이란 놈, 깨시무늬병’이란 놈 등등.. 이름도 어렵다.

수확을 앞두고 노란물결로 넘실대야하는 들녘을 불그스럼 병든 물결로 만들때는

아파하는 우리도 너무 힘들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농부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듯 힘든 성장과정을 지나

우리가 마지막에 사람들의 식탁에 따뜻한 한그릇 밥이 되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뭐....!!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식탁에 오른 우리를 김오르는 밥의 따뜻함만큼의 따뜻함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우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인거지. please!!

산다는 건 모두가 다~아 힘든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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