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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Code 시대의 철학

MCP와 슬래시 커맨드가 만드는 능력의 형식

by AI러 이채문


클로드에서 말하는 AI 코딩 에이전트의 미래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력(力)’과 ‘능력’의 두 겹의 의미

— 에이전틱 코딩의 현장에서 다시 묻다


‘력(力)’은 사물의 상태를 바꾸는 작용이며, ‘능력’은 그러한 작용을 의도와 방향성 속에서 배치할 수 있는 가능성의 구조입니다. 물리학에서 힘은 벡터이기에 방향과 크기를 가집니다. 철학에서 능력은 목적과 가치의 좌표를 가집니다. 따라서 힘은 즉각적인 변화의 원인이고, 능력은 그 변화를 어디로 보낼지에 관한 규칙, 즉 규범적 지향입니다. 이 두 개념은 분리될 수 없지만 동일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힘을 갖고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반대로 뚜렷한 능력의 프레임을 갖고도 충분한 힘을 확보하지 못해 정지합니다.


이 글은 사용자가 제공한 대화를 토대로, 지난 1~2년 사이 에이전틱(agentic) 코딩이 개발 현장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장면을 하나의 사례로 삼아, ‘력’과 ‘능력’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살핍니다. 대화 속 화자는 중학생 때 TI-83 Plus 계산기에 베이식(BASIC)으로 답안을 넣어 보며 “작은 장치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주입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이 일화는 힘과 능력의 원형적 구도를 보여 줍니다. 계산기는 처리 능력이라는 잠재적 힘을 갖고 있었고, 사용자는 시험이라는 제약 속에서 그것을 특정 목표를 향해 조직했습니다. 그 순간 장치는 단순 계산기를 넘어 목적-적합적 시스템으로 변환되었습니다.


오늘의 개발 현장에서 이 구조는 새롭게 반복됩니다. 과거 우리는 IDE의 자동완성처럼 미세한 단위의 힘을 보조적으로 호출했지만, 이제는 모델이 스스로 파일을 읽고, 계획을 세우고, 수십·수백 개의 변경을 한 번에 밀어 넣는 대규모 작용을 수행합니다. 이 변환은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힘과 능력 사이의 분업 구조를 재편합니다. 모델은 텍스트 조작의 ‘력’을 고도화하고, 엔지니어는 목표, 제약, 위험, 가치—즉 ‘능력’의 프레임을 설계합니다. 업계 논의에서도 에이전틱 코딩은 프롬프트에 기반한 직관적 생성에서 출발하되, 아키텍처·보안·통합 같은 상위 층위의 기획적 능력을 인간이 계속 담당하는 분화가 가속된다고 설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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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방향의 형식, 력은 작용의 내용 — 에이전틱 코딩의 네 가지 관점


물리학적 관점: 벡터로서의 힘, 목적론으로서의 능력

물리학에서 힘은 운동 상태를 변화시키는 원인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세계에서의 ‘힘’은 텍스트 조작·파일 편집·테스트 실행처럼 물질이 아닌 상징 공간에서의 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에이전틱 코딩은 이 작용을 자동화하여, “사람이 직접 텍스트를 만지는” 국면을 줄입니다. 이때 능력은 목표 함수와 제약 집합의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로거를 새로 추가하라”는 지시는, 힘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명세합니다. 모델은 방향을 주면 힘을 행사합니다. 반대로 방향이 모호하면 힘은 흩어지고, 방향이 과도하게 경직되면 힘은 경직된 규칙에 갇혀 현실 적응성을 잃습니다. 결국 능력은 힘을 과소·과대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최적화 문제의 성격을 띱니다.


철학적 관점: ‘가능성의 형식’으로서 능력, ‘실현의 사건’으로서 력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자면, 능력은 가능태, 힘의 발휘는 현실태입니다. 에이전틱 코딩은 모델에게 더 긴 자율 시간과 더 넓은 컨텍스트를 제공할수록 현실화의 연속성이 유지됩니다. 그러나 이 연속성은 그 자체로 선이 아니며, 인간의 목적적·규범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으면, 모델은 단지 연산을 지속하는 존재가 될 뿐입니다. 대화 속 조언—“처음에는 코드를 쓰게 하지 말고 코드베이스에 대해 질문하라”—는 능력을 곧장 ‘력’으로 소모하지 말고, 먼저 의도적 맥락을 구성하라는 규범을 제시합니다. 이는 에이전트의 힘을 방향-형식에 종속시키는 훈련입니다.


사회적 관점: 도구·프로토콜·조직 기억 — ‘력이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

현대의 힘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프로토콜과 도구의 연동성에 의해 배가됩니다. MCP(Model Context Protocol) 은 모델이 외부 도구·데이터와 안전하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하여, 에이전트의 ‘력’을 실제 업무 시스템에 연결합니다. MCP는 “AI를 앱과 데이터 소스에 꽂는 USB-C”라는 비유로 자주 설명되며,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를 통해 모델이 양방향으로 맥락을 취득·갱신하게 만듭니다. 이 표준은 에이전틱 코딩의 작용 공간을 넓혀 주는 사회적 인프라이자, 능력이 힘으로 현실화되는 배선(配線) 입니다.

동시에, 클로드 코드(Claude Code) 는 훅(Hooks), 슬래시 커맨드, CLAUDE.md 같은 하네스(harness) 를 통해 모델이 언제·무엇을·어떻게 실행할지 제어 가능한 지점들을 제공합니다. 사용자는 커밋 메시지 규칙을 슬래시 커맨드로 제도화하고, 반복되는 쉘 명령을 사전 승인하여 마찰을 제거합니다. 이는 능력이 슈도-규칙의 형태로 코드 저장소에 체화되어, 다양한 주체가 동일한 방향성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심리적 관점: ‘신속한 피드백’과 ‘몰입의 유발’ — 능력이 성장하는 조건

TI-83 Plus에서 바로 프로그램을 올려 즉시 결과를 확인하던 감각은, 오늘의 에이전틱 코딩에서도 핵심입니다. 신속한 피드백은 자기효능감을 강화하고, 능력의 스키마를 빠르게 재구성하게 합니다. 대화 속 조언—작은 태스크는 이슈에서 @에이전트 멘션으로 PR 위임, 중간 태스크는 계획 모드로 정렬 후 자동 적용, 어려운 태스크는 인간 주도·에이전트 보조—는 과제 난이도에 따른 권한 배분이라는 메타-능력을 훈련합니다. 능력이란 결국, 어떤 힘을 언제 얼마나 맡기고, 어디까지 검토할지를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실천적 판단력입니다.


기술적 관점: 평가는 어디에 있는가 — 벤치마크, 현실, 그리고 ‘바이브’

힘의 성능을 가늠하려는 시도는 늘 있습니다. SWE-bench 같은 벤치마크는 에이전틱 코딩 시스템이 오픈 소스 이슈를 해결하는 능력을 수치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합니다. 일부 논의는 SWE-bench가 버그 수정 편향이 강하고, 설계·통합·발견학습 같은 현장적 과제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동시에, 업계는 SWE-bench의 라이트·베리파이드·멀티모달 등 파생 지표를 갱신하며 현실 근사도를 높이려 노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실무자는 결국 “바이브 체크”—하루 업무를 통째로 새 모델로 수행해 보는 전체적 체감 평가—를 중시합니다. 이때 능력은 수치로 환원되지 않는 총체적 감각을 통해, 어떤 힘이 실제로 업무의 방향성을 살려 주는지 가늠합니다.




능력은 중복이 아니라 ‘력’을 배치하는 형식

에이전틱 코딩이 드러낸 최종 정리


결국 우리는 다음의 결론에 이릅니다. 첫째, ‘력’과 ‘능력’은 서로를 전제합니다. 능력이 없는 힘은 목적을 상실한 충동이며, 힘이 없는 능력은 실현되지 못한 이상입니다. 둘째, 두 개념의 차이는 시간과 구조에 있습니다. 힘은 지금 여기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작용이고, 능력은 그 사건들이 어떤 경로로 축적되어 목표로 수렴할지를 규정하는 형식입니다. 셋째, 에이전틱 코딩은 이 차이를 제품 구조로 구현합니다. 모델·도구·프로토콜(MCP)·하네스(훅·슬래시 커맨드·CLAUDE.md)라는 작용의 층은 힘을 증폭하고, 사람·팀·조직은 목표·정책·권한 배분이라는 능력의 층을 설계합니다.


이 구조를 생활화하는 몇 가지 실천을 제안합니다.

탐구 먼저, 생성은 나중에: 새로운 코드베이스에서는 먼저 질문·리딩·기록을 통해 의도적 맥락을 세팅하십시오. 이는 능력이 힘을 낭비하지 않도록 해 줍니다.

난이도에 따른 위임 전략: 쉬운 과제는 에이전트에 완전 위임, 중간 과제는 계획 정렬 후 자동 적용, 어려운 과제는 인간 주도·에이전트 보조로 구조화하십시오. 이는 능력이 힘을 과소·과대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실천적 최적화입니다.

프로토콜과 하네스의 제도화: MCP, 훅, 슬래시 커맨드를 통해 조직의 관습적 지식을 코드화하고, 능력을 재사용 가능한 형식으로 저장하십시오. 그럴수록 동일한 힘이 일관된 방향성으로 발휘됩니다.

다층 평가: SWE-bench와 같은 정량 지표를 참조하되, 반드시 업무 단위의 전체 체감—바이브 체크—로 보완하십시오. 지표는 힘의 일부 단면을 비추지만, 능력은 전체 실천 속에서만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TI-83 Plus에 답안을 적재하던 소년의 경험은 오늘의 우리에게 중요한 상징을 남깁니다. 작은 기계의 힘은 큰 능력의 문을 엽니다. 그러나 문을 여는 손잡이는 언제나 방향을 정하는 인간의 판단입니다. 에이전틱 코딩이 약속하는 미래—“코드는 더 자주 기계가 쓰고, 우리는 더 자주 목표를 설계한다”—는 단지 노동 분업의 변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힘과 능력의 새로운 합이며, 우리가 무엇을 가능하다고 말할지, 그리고 그 가능성을 어디로 데려갈지에 대한, 더 넓고 더 책임 있는 철학적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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