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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클로버 Jul 06. 2024

미안 미안해, '극한직업'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110일 차

 취미가 뭐예요? 라고 물어보면 뜨개질을 말하곤 한다. 여기 와서도 끊임없이 뜨개질하거나, 비즈 공예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겐 '뜨개 메이트'가 필요하다. 뜨개질하는 동안, 눈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줄 콘텐츠로는 역시 영화나 드라마가 제격이다.

 뜨개 메이트로는 추리물도, sf도 좋아하지만, 외국 콘텐츠는 어렵다. 놓친 부분을 보기 위해 계속 뒤로 감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피곤할 때는 새로운 서사를 소화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대사나 서사에 집중할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소비하지 못하고 부채감이 쌓일 때는,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게 된다.


'대탈출'이나 '여고추리반'같은 익숙한 예능이 주로 선택되지만, 가끔 '댐즐'같은 생소한 영화도 골라보긴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미 한번 봤던 예능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데, 이번에는 <극한직업, 2019>을 보게 되었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경찰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열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쾌한 대사들이 쏟아지며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왜 자꾸 장사가 잘되는데!' 어쩌면 이 영화의 핵심을 담고 있는 대사다. 이번에는 이 대사가 '왜 자꾸 일이 많은데!'라고 들렸다. 분명 워홀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국보다는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쉴 틈 없이 일하고, 공부하면서 보내고 있다. 휴일이 생기면 재충전하기 바쁘다. 덕분에 글이 좀 늦어졌다.


그래도 잠깐씩 카약도 타고, 프라이드 퍼레이드도 보긴 했지만!
미안 미안해!X2 글이 늦어져서 미안해~


 극한직업을 처음 본건 동생이 당첨된 시사회에서였다. 그 당시에는 이병헌 감독의 작품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시사회에 간 목적은 오로지 이하늬 배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한 사진들. 철저하게 이하늬만 찍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깔깔 웃다 보니 저절로 마약반 식구들 모두에게 정이 들었다. 무능력해 보이지만 중심을 잘 잡아주는 반장, 열정적인 이하늬, 무섭게 생겼지만, 중국어도 가능한 능력자 진선규, 누구보다 사건에 집중하는 이동휘,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하고 시키지 않는 것도 열심히 하는 막내 공명 등등. 다섯 명의 메인 캐릭터를 둘러싸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매력은 클리셰들을 잘 비틀었을 뿐만 아니라, 통쾌한 결말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마약반이 하나씩 특기를 보여주면서 멋지게 승리하는 결말.

 다만 앞서 나왔던 요리 스킬이 엔딩의 액션씬과 연결되었다면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은 든다. 치킨을 튀기며 단련된 팔로 화염을 이겨낸다거나 하는..ㅋㅋ

레몬커스타드 케이크. 산뜻함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묵직한 맛이었다.

 얼마 전에는 캐나다에 온 지 100일이 된 기념으로 백일 떡 대신 작은 흰색 케이크를 하나 샀다. 그 사이 2024년은 반이 흘러갔고, 나는 새로운 일도 시작했다.

 어쩌면 극한 직업처럼, 여기에서 생활이 어쩌면 훗날 내 생활의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내가 배워온 것들이 다 쓸모가 있는 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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