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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랑 May 05. 2024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도 주눅 들 필요는 없어요

나는 그냥 ‘나’입니다.

얼마 전 시어머니 핸드폰에 나를 저장해 둔 이름 때문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조회수가 10,000건이 넘었다. 덜컥 겁이 났다. 시어머니가 이 글을 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어머니가 글을 읽었을 땐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까 걱정이 되었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불현듯 생각이 바뀌었다. 2일 날 새벽 7:15분쯤 어머니에게서 카톡메시지 하나가 와있었다.



잠이 깨기 전에 확인한 카톡이라 한참을 또 내 이름 풀네임을 읽고 또 읽었다. 웃음이 났다. 그리고는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났다. 어머니 말투는 똥막대기 같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어머니 말투에 분명 나에게 악감정이 있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내가 입을 열자. 내가 부정하는 친부얘기를 생각 없이 내뱉는 시어머니를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생각할게 아니라. 나는 불편합니다라고 입을 열자. 나를 미워하고 있나? 넘겨짚을게 아니라 물어보자. 왜 내 이름을 풀 네임으로 적어놓으셨는지 지레짐작 생각할게 아니라 내 생각을 말하자. 이건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성은 빼고 불러주시면 안 되냐고 물어봤던 것처럼 말이다.


내부모가 선택한 일 ‘이혼’ 또한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듯이 타인이 내게 그렇게 물어본다고 해서 그 사람을 똑같이 미워하고 있다는 날 발견하고 나를 이해하게 된 아침이었다.




신랑은 5/5일 어린이날 친구 결혼식이 부산에서 있다고 한다. 나도 따라 내려가겠다고 했고, 아들 자전거를 파는 총판점도 부산에 있고, 내 생일파티도 같이 내려가서 하자는 신랑에 말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좋게 생각하고 내려가려고 했다.


“자기야. 나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 어머니가 나 친부 얘기하신 거 이번에 그냥 웃으면서 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려고. 내가 너무 진지하게 말씀드리면 나부터가 자격지심 있구나라고 느끼실 거 같은데 난 그렇게 생각하게 하시는 것도 싫거든 그래서 생각한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 다만 자기는 옆에서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지지 않게만 잘 풀어지도록 도와줄 수 있겠어?”


“좋아! 잘 생각했어”


이렇게 말하면서도 느껴졌다. 내가 어떤 걸 정확히 싫어하는지. 과거를 붙잡고 있던 건 나라는 것. 그걸 인정하지 않은 것. 타인의 행동을 내 마음대로 해석한 것. 대화의 시도를 하지 않은 것.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까지 안고 살았던 것.


결국 난 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다만 나의 내면아이와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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