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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Jun 25. 2024

아버지 생신 모임 전원생활의 꽃 바베큐파티로

엄마

엄마를 만나러 간다. 엄마를 보러 간다.

작년 이맘때쯤이다.
일요일엔 일이 끝나면  근처 성당에서 저녁미사 참례 후 집으로 온다. 그날도 그랬다. 미사가 시작하기 전에 '하느님, 엄마 이제 그만 아프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를 했다.


미사가 끝나고  차에 타서 보니 둘째 오빠와 남편에게 여러 통의 전화가 와있었다. 불길한 느낌!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도 이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여보, 익산 내려가야 해, 어머니 하늘나라로 가셨어. 내가 데리러 갈까?'

 '아니야, 갈 수 있어.‘

 '힘들면 중간에 차 세워. 내가 데리러 갈게.'

혼자 가겠다고 답은 했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하기가 어려웠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과 주먹으로 눈물을 훔친다는 의미를 경험한 날이다.


코로나와 함께 집을 지었던 터라  친정 가족 중에 다들 오지 못하고 둘째 오빠네만 다녀갔다. 드디어 작년 석가탄신일에 아빠 엄마의 막내딸인 우리 집에서 아버지 생신 모임을 했다.


집을 지어서 이사했지만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 아빠도 우리 집에 오는 걸 거부하셨다.

'집은 어떻게 지었냐?' , '아파트 살다가 주택 사니 힘들지는 않냐?', 등등 질문만 하셨다.

 좋다는 말에 '잘 됐다, 엄마가 얼른 나아야 갈 텐데.'


더 이상 미루면 아버지도 힘드시다고 생각하셨던지, 아니면 사위에게 한 번도 안 온 게 미안하셨던지  우리 집에서 생신 모임을 허락하셨다.


남들이 쉬는 날에 일을 하는 나를 대신해 준비하느라 남편이 바빴다. 바베큐 파티를 하면  거의 모든 일들이 남편의 몫이다.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후식인 감자나 고구마를 굽기. 먹고 나서 치우는 것의 대부분도 그렇다. 잘 자려진 상차림에 난 숟가락만 얻는 형상이다. 그러니 바베큐파티가 즐겁지. 그럼에도 인사는 대부분 내가 받는다.


아버지 생신 모임 때도 그랬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스럽게 비가 오는 대신 날이 흐려 정원생활의 꽃인 바베큐파티가 가능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날에 사용하는 바베큐 그릴과 우리 가족만 모일 때 먹는 작은 그릴이 있다.


큰 그릴은 큰오빠와 올케가  이사 선물로 보낸 것이다. 3년 만에 그 그릴을 열일을 했다.  아버지와 우리 4남매 부부와 2세들 일부가 모였다. 엄마가 없는 모임이라 허전하고 서운했지만, 오빠와 올케들이 너무 많은 축하를 해주었다. 마음에 들어 하니 전원생활을 시작하게 이렇게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제주에 사는 셋째 오빠네는 하루 더 머물기로 하고  아버지와 가족들은 점심만 먹고 광주로 서울로 익산으로 흩어졌다. 아버지는 어떠셨을까? 막내딸이 사는 모습이 맘에 드셨을까?  엄마가 없이 혼자 다녀가셔서 괜찮으셨을까? 병문안 가서 막내네 잘 살고 있더라, 집도 좋더라 하셨을까?'다음엔 엄마랑 같이 오마.' 하셨는데.


오빠네와 분위기 좋은 카페를 가려다 차를 돌려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노을 맛집을 놔두고 밖에서 방황을 하냐?' 노을 맛집인 우리 집 정원을 오빠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듯. 4명이서 각양각색으로 즐기는 노을멍과 정원멍. 이거지. 전원생활을 하는 이유가 넉넉함과 자연의 일부가 되는 맛.


 제주에서 부동산을 하는 오빠네는 우리 집에 와보기 전에는 지도상 위치만 보고 걱정을 했었다. 처음에 우리가 이 땅 괜찮냐고 물었을 때 부정적인 반음을 보였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듣고 싶은 말만 들었군.

직접 와서 이쪽저쪽 보고서는 잘 선택했다고 해 우리 부부도 좋았다.



아버지의 바람을 달리하고 우리 집에서 가족이 모인 후 한 달 정도 지나  엄마는 막내딸 집에 한 번도 못 와보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우리 집에서 아버지 생신을 위한 바베큐파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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