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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Jul 16. 2024

길고양이와 함께하는 따뜻한 일상 정원 공유 일기 1


출근길에 가끔 로드킬을 당한 길고양이들을 보게 된다. 그런 날이면 눈에 들어오는 작은 길냥이들이 잘 커가기를 바란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준 적이 있는가? 길냥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큰 아이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 키우기를 원했다. '나중에 네가 독립을 하면 그때 키워.' 남편의 비염을 핑계 삼아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 모른척했다. 딸의 고양이에 대한 호감으로  우리 가족은 길냥이를 보면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대화의 하나로 등장하기도 했다. '엄마, 누나가 좋아하는 줄무늬 고양이야.'




집을 짓는 동안 잠시 머물렀던 용인 지곡동, 코로나 기간이라 재택근무를 했던 남편과 나는 거의 매일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늘 비슷한 곳에서 만나는 고양이가 있다. 뭔가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간식을 사서 들고나갔지만 한 번도 주지 못했다. 어떻게 줘야 할지를 몰라서. 그 간식은 어디로 갔을까?



오랫세월 고양이에 대한 호감이 스며들었고 전원주택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길냥이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길고양이 깜장이와 만남


새로운 집으로 입주를 하게 되었고, 길냥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딸에게 '고양이들이 보여.' 말하니, '그러면 엄마, 길냥이들은 깨끗한 물이 중요해요. 물을 좀 주세요.'라는 답을 듣고 물을 주기 시작했다.'엄마 그릇은  길냥이들이 먹기 좋게 얇고 부드러우면 좋아요, 햇반 그릇이 딱이에요.'  물그릇을 올려놓은 데크는  고양이도 와서 마시고 새들도 와서 홀짝이은 짧은 순간의 쉼터가 되었다.


매일 주는 물 덕분에 검은색 길냥이랑 가까워졌다. 처음으로 우리 부부에게 다가온 길냥이 까망이는 우리 집에 오는 사람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 길냥이가 아니라 집냥이 같았다. 잡에만 안 들어왔지 사회성이 뛰어나 사람들과 곧잘 친해졌다. 딸아이는 우리를 보러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까망이랑 놀기 위해서 오는 것처럼 보였다. 



까망이 이전에 큰 고등어라고 불리는 길냥이도 있었지만 너무 경계를 해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까망이는 밥을 먹다가도 늘 귀를 쫑긋 세워 주변을 살폈고, 큰 고등어가 나타나면 쏜살같이 사라졌다. 둘이 싸우는 소리가 나 달려 나갔지만 어떤 도움을 줄 수 없었다. 큰 고등어를 피해 높은 나무에 올라간 까망이. 






길고양이는 우리 부부의  소중한 이웃

이렇게 우리 정원에 놀러오는 길냥이들은 우리 부부의 소중한 이웃이 되었다.



작은 고등어의 등장 


내가 쉬는 날 정원에 나가 있으면 까망이는 어느새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내 무릎 위에 올라올 정도로 친근함을 보였다. 큰 고등어가 오면 달아났던 까망이는 작은 고등어가 나타나도 싫어하지 않았다. 작은 고등어는 점점 우리 마당에서 보이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귀여운 새끼 고양이가 보였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새끼 고양이가 작고의 품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 작고가 엄마인듯하다. 고양이들은 어느 정도 자라야 새끼를 낳을 수 있나?



감쪽같이 사라진 까망이


새끼 고양이가 나타난 지 3일 만에, 작고와 새끼 고양이가 밥을  먹을 때 까망이가 보초 서더니  그 이후에 까망이는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도 가끔 까망이가 보고 싶다. 새끼 고양이도 사라졌다. 지금은 작은 고등어만 남아있다. 



신기하다. 까망이가 있을 땐 다른 고양이들이 오면 특히 큰 고등어가 나타날 때 전쟁이 일어났다. 작고를 보고도 큰 고등어는 공격을 하지 않는다. 다른 고양이들이 가끔 보이는데 그들도 작고랑 입맞춤을 하고 잠시 놀다가 사라진다. 까망이랑 작고의 차이가 뭘까?




작은 고등어랑 약한 연대 시작



작은 고등어는 주는 사료는 다 먹고, 간식도 주면 와서 먹지만 곁을 내주지 않았다. 조그만 소리를 크게 내도 먹다가 도망간다. 내가 까망이에게 했던 것처럼 만지려고 하면 언제 갔는지 거리를 두고 앉아 쳐다본다. 가만히  살펴보고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시 와 먹는다. 밀당을 얼마나 하는지.



중성화한 고양이는 귀 한쪽이 잘려있다고 들었다. 작고의 귀도 잘려있는데 그런 건가? 그래서 경계심이 심한가?



길냥이 집사가 된 우리 부부. 까망이를 거쳐 작고와의 만남은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있다. 책임감과 위안 어떤 것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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