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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크가드너 Jun 11. 2024

가지치기가 두려웠던 나, 이제는 堂堂한 장미 전문가?

전원생활 4년 차인데도 여전히 초보정원사이다. 정원에서 하는 일은 늘 새로워 조심스럽다. 새로운 싹이 나면 이것이 풀인가? 꽃인가? 몰라서,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다. 어느 정도 자라야 알 수 있어 기다려야 한다. 자꾸만 사는 꽃씨와  구근은 언제 심어야 하나? 어떻게 심어야 하나? 정원 가꾸기 첫해에도 이런 걱정을 했고 해가 가도 같은 생각을 한다. 언제나 익숙한 정원사가 될까?


가장 모르겠는 건  전정을 하거나 꽃대를 잘라야 할 때이다. 얼마만큼 잘라야 할지? 잘못 잘라 죽어버리는 건 아닐까? 마구 잘라 식물들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닌지? 내년에 꽃이 안 피면 어떡하지? 등등 질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망설이게 된다.



정원에 핀 장미들




 작년에 우리 집에 핀 장미들이다.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코끝에 장미향이 나는 것 같다. 이 장미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나 흐뭇함에 행복하다. 거의 매일 아침 사진을 찍으며 변화를 즐겼다. 5월 말에 생일인 친구에게 장미를 주니 너무 좋아라 한다. 몸이 뒤로 넘어갈 만큼 격하게 반응을 했다. 저렇게도 좋아할 일인가? 이렇게 뜨겁게 반응을 하니 주고 또 주지.



 나에게 귀하고 좋은 것을 줄 수 있어서, 기쁘게 받아주는 이가 있어 그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듯했다.

     

모든 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장미도 그렇다.장미 가지치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미니 장미는 관목장미보다는 나무자체가 작아 가시가 약해도 찔리면 너무 아프다. 관목장미는 더 아프다. 해가 묵을수록 장미가시는 무시무시해진다. 정원일도 장비빨이니 장미전정을 위한  장갑을 마련했다. 전정가위를 소독하기 위해 알코올도 준비했다. 처음부터 준비해 사용했더라면 가시에 덜 찔렸을텐데.




장미꽃은 새로운 가지에서 나오기 때문에 가지치기를 잘해야만 많은 꽃과 아름다운 형태를 볼 수 있다. 새로운 가지로 많은 양분과 물을 보내기 위해  전정을 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하면 위기의식을 느낀 식물들이 더 많은 꽃을 피운다. 장미는 일반적으로 봄철과 가을철 2번의 전정을 한다. 봄철엔 새로운 가지 생성을 위해서 가을철 꽃이 진 후에는 내년을 위해서이다.


정원사 노릇을 시작하고 첫해에 집에 올라오는  왼쪽 담벼락에  하얀 장미를 심었다. 그 해엔 10송이도 안되게 꽃이 피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다음 해엔 정말 흐드러지게 핀 장미가  지나다닐 때마다 바빠도 몇 초라도 머물게 했다. 향을 맡기도 하고 얼마나 피었는지 어떤 꽃이 지는지 확인을 하게 된다.

 



장미전정을 해볼까? 용기를 내 장갑을 끼고 전정가위를 들었다. 먼저 죽은 가지, 병든 가지, 손상된 가지를 잘라준다. 여기까지는 쉽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살겠다고 나온 멀쩡한 가지들을 선택해 제거를 해줘야 한다. 땅에서 위로 쭈욱 키만 크게 나오는 도장지를 잘라낸다. 서로 교차가 돼 성장에 방해되는 가지들도 자른다. 안쪽으로  자라는 가지들도 없앤다. 전정가위를 들 때마다 고민이 돼 기준을 정했다. 소통. 바람이 잘 통할 수 있게, 햇빛이 안쪽까지 머무를 수 있게 해 주기로. 초보정원사인 내가 가지치기를 마음 편하게 하는 방법이다.  ‘사람도 소통이 중요한데 너희들도 그렇구나.’ 식집사 맞네 식물이랑 이야기를 한다.




장미 전정을 할  때 적어도 1/3 정도 잘라야 하는데, 그러면 꽤 튼실한 가지들이 잘려나간다. 그 가지들을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가지들을 그냥 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 삽목을 해볼까? 정원일 할 때 교과서인 동네선배 정원사에게 전화를 한다. "장미 전정했는데 튼실한 가지들이 많아요. 버리기가 아까운데 어떻게 해요?" "튼실한 가지를 한 뼘정도 잎이나 잎눈을 5개 정도 남겨서 물에다 담가두었다가 그늘에 꽂아 두면 뿌리를 내릴 거야."  줄기를 심어놓으면 뿌리가 내린다고? 꼬리 잘린 도마뱀도 아니고 신기하다.   




삽목 한 가지에 새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바로 남편에게 자랑을 한다. ‘여보, 삽목 한 장미 싹 나온 거 봤어?’ ‘세상에  뿌리를 내려 꽃까지 피었어?’ 사진을 찍어 공유해 준다.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데도 남편은 ‘응 봤어.’ 초간단 답을 한다. 같이 감동을 하자고  말을 하는 건데.


사다 심은 나무에서 꽃을 피운 것보다 내가 삽목 한 가지에서 꽃을 피우니 큰 일을 한 것처럼 정말 기쁘다. 창조자의 기쁨이라고 불러도 되려나?  

 


가지치기를 한 후에는 장미에 물을 충분히 주고 퇴비를 준다. ‘미안, 힘들었지?  이걸로 마음 풀어.’ 또 식물에게 말을 건다.



지난해 장미전정을 일부만 하고 일부는 못했다.  관목장미를 넝쿨로 만들어보겠다고 인위적으로 반대쪽으로 잡아당겼고 나머지 반쪽도 그대로 두었더니 장미가 절반도 못 피고 병충해가 심하다. 스트레스가 심했나 보다. 올해는 제대로 해줄게.  성향대로 키워야 하고 부지런하게 전정을 해야 함을 이렇게 경험으로 배운다.




머리로는 가지치기가 식물에 도움이  되는 꼭 필요한 일이란 걸 알지만 아직도 전정가위를 들고서 어리버리 한 초보정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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