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영방송과 정부가 싸우고 있는걸까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렵답니다. 비단 내가 다니는 회사뿐이 아닙니다. KBS, MBC, EBS, TBS, YTN, 연합뉴스까지. '공영' 내지는 '공공'등의 이름을 단 회사들이 다 그렇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주인없는 회사들이 다 그런 셈입니다.
아! 여기서 혹시 모르는 사람들이 계실것 같아 덧붙여 설명드리자면 우리가 아는 많은 신문사나 방송사들은 다 주인이 있습니다. SBS의 주인은 태영건설, TV조선의 주인은 조선일보. 신문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서울신문의 주인은 호반건설, 한국일보의 주인은 동화마루 등등이 그런 것이겠지요. 그리고 오너일가 역시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금 공격을 받는 방송사들은 주인님이 안계십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도 그러하구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어? 왜 공영방송들이 문제일까?' 이유는 많을겁니다. 방만경영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편파보도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방만해지고, 편파적인 회사들이 전부 주인이 없습니다. 그러면 결론이 나오네요. '주인이 없으니까 방만해지고, 주인이 없으니까 자기맘대로 편향적이게 되었구나!. 그렇다면 주인을 만들어줘야겠다. 그래서 주인있는 회사들끼리 자유롭게 경쟁하면 소비자들은 더 다채로운 콘텐츠를 향휴할 수 있겠지! 트로트, OTT, 영화, 콘텐츠 만만세!'
아마 지금의 정부와 높은 어른들은 미국 방송시장처럼 한국의 방송지형을 만들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공영방송은 BBC입니다만 BBC는 영국의 공영방송사입니다. 프랑스의 FRA, 독일의 ARD나 ZDF등 유럽의 방송시장은 공영방송사들이 중심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다양한 민영방송사들이 존재합니다. 반면에 미국의 방송시스템은 조금 다릅니다. BBC나 ARD가 각 국가의 미디어 시장을 선도하는 것과 달리 민영방송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주회사들은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미디어산업이 헐리우드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디즈니에게 팔렸지만 '루퍼트 머독'으로 알려진 뉴스코퍼레이션의 전신은 FOX입니다. 뉴스코퍼레이션그룹은 대표적인 보수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 트럼프주의라고 했던 보수채널 폭스TV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들을 소유하고 있지요.
또 디즈니도 있습니다. 마블을 인수하고, abc방송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목표아래 여러 미디어 그룹들을 소유하고 있지요.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을 가진 CNN방송사의 사주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입니다. 배트맨으로 알려진 워너브라더스와 다큐채널인 디스커버리가 합작한 미디어 지주회사입니다. 그 외에도 통신기업인 COMCAST등이 방송사와 콘텐츠사들을 소유하고 있지요. 그리고 각각의 지주회사들은 경영상태에 따라 방송국이나 제작사들을 서로 팔고사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시장을 한국에 적용시켜본다면 어떠할까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신문사가 있습니다. 이런 기조하에 과거 2008년에 신문사들에게 방송사업권을 허락한 것이지요. 종편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아마 지금의 정부와 방통위원장 아저씨도 종편회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역할을 주고 싶을 겁니다. 조선미디어그룹을 FOX처럼 키우고, 중앙미디어그룹이나 SBS는 디즈니가 되고 싶을 겁니다. 그들을 도와주려면 자연스레 KBS나 MBC가 가진 권한과 기능들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공평해야하는 국가기관이 '종편과 민영의 번영을 위해!'라는 당위로 공영방송사들을 축소시키면 국민들이 보기에 좀 이상해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방만경영', '편파성' 등의 이유를 가지고 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미국처럼 되면 문제점은 없을까? 바로 이 지점이 지금의 MBC나 언론노조, 시민단체가 싸우고 있는 포인트입니다. 주인이 있는 방송사들은 컨트롤 하기가 쉽습니다. 주인만 달래면 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자나 PD등의 종업원들이 있다 해도, 주인이 결국 운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주인의 결정방향에 끌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민영만 있는 체제는 위험합니다. 애초에 우리나라가 90년대에 민영방송체제를 도입할때부터 제기되던 위험이기도 하구요. 결국 말을 잘 듣는 방송사, 신문사만 남게 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양해지고 소비자들도 분중한 상황에서 구시대적 투쟁만으로는 공영방송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종사자로 솔직히 공영방송 내부에 있는 사람들도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왜 자기들이 다니는 KBS MBC TBS YTN이 중요한지, 본인들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민영사, 종편사와 똑같은 기자/PD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처음 이 회사에 왔을때부터 5년정도 동안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해왔는지. 어떤게 역할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차근 차근히 적어볼까 합니다. 내 스스로도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냥 내 기록용으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