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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진 Jun 30. 2024

1987- 서귀포의 6월

[역사 에세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커버사진-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




어느덧 초여름에 접어든 오늘,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이해서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으로 향했다.

올레시장 공원에 6월 민주항쟁 기념비가 있기 때문이다. 올레시장 공원 기념비에 참배하려고 했는데, 공원에 도착해 보니 낮술을 걸친 듯 보이는 삼춘들이 하필

6월 민주항쟁 기념비 주변의 벤치에 앉아 시시덕거리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아예 기념비 앞 벤치에 드러누워 낮잠을 주무시는 삼춘도 있었다. 

도무지 혼자 기념비 근처에 다가가

참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삼킨 채 발길을 돌렸다.


2023년 6월 16일                  2022년 9월22일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의 6월 민주항쟁 기념비 (2022년 9월 22일)

위 사진들은 작년 6월과 재작년 9월에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에6월 민주항쟁 기념비를 참배하며 찍어둔 것을 올린 것이다.


https://youtu.be/drQ5zGZ86XQ?si=MAiUQNs0vAT3UHUk

      영상출처: 다음- youtube

                   「광야에서」- 안치환


1987년 군부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이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했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시 남문 로터리와 중앙로터리, 서귀포 매일시장(現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함께 가세하여 '호헌철!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항쟁 대열에 합류했다.


「4.3 그 진실을 찾아서」(前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양조훈 著) 의  '1987년 제주에서의 6월 민주항쟁 관련 부분'


양조훈 前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이 집필한 저서 <4.3 그 진실을 찾아서>에서 1987년 당시 제주도에서의 6월 민주항쟁 상황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아쉽게도 서귀포에서의 6월 민주항쟁에 대한 부분은 나와있않지만, 현재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의 기념비가 당시의 서귀포 시민들이 6월 민주항쟁의 뜨거운 역사에 함께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 외에 외치는 구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제주 4.3 진상규명'이다. 6월 민주항쟁은 그동안 금기어였던 '4.3'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고, 최루가스가 쏟아지는 제주시와 서귀포의 거리에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헌철폐! 독재타도! 4.3 사건 진상규명!'을 목놓아 외쳤다.    


당시 중3이었던 나는 부끄럽게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치에는 무관심했고 제주 4.3에 대해서도 무지했었다.

그때의 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한복판에 있었고, 고입시험을 준비해야 했으며,

다음 해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무지했던 내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진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늘 데모만 한다고 툴툴거렸던 그때의 철없던 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https://youtube.com/watch?v=GIvyqhywCvg&si=JPc0wBer31zwMtVB

       영상출처: 다음- youtube

             영화 「1987」 엔딩 장면


영화 <1987>을 보고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그 엄혹한 시절, 젊은 청춘들이 목숨을 바쳐가며 왜 그토록 처절하게 싸워야 했는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눈물을 흘리며 '타는 목마름으로'를 목놓아 불러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는 왜 몰랐을까.

6월 민주항쟁을 되새길 때마다 그 당시 대학생 언니 오빠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37년 전 6월,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쳐 스러져간 이들을 기리며 지금, 2024년 6월의 서귀포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그때 제주의 6월 그날, 전경들과 대치하던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눈물을 흘리며 불렀던 '타는 목마름으로'를 오늘, 길을 걸으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불러본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https://youtube.com/watch?v=uthRFHPmAJ0&si=_EAT6AQkn5q0wP5a

        영상출처: 다음- youtube

            「타는 목마름으로」- 안치환



                             -2024.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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