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군부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난 6월 민주항쟁이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했다.
제주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시 남문 로터리와 중앙로터리, 서귀포 매일시장(現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함께 가세하여'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민주항쟁 대열에 합류했다.
「4.3 그 진실을 찾아서」(前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양조훈 著) 의 '1987년 제주에서의 6월 민주항쟁 관련 부분'
양조훈 前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이 집필한 저서 <4.3 그 진실을 찾아서>에서 1987년 당시 제주도에서의 6월 민주항쟁 상황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아쉽게도 서귀포에서의6월 민주항쟁에 대한 부분은 나와있지 않지만, 현재 서귀포 올레시장 공원의 기념비가 당시의 서귀포 시민들이 6월 민주항쟁의 뜨거운 역사에 함께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호헌철폐, 독재타도' 외에 외치는 구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제주 4.3진상규명'이다.6월 민주항쟁은 그동안 금기어였던 '4.3'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고, 최루가스가 쏟아지는 제주시와 서귀포의 거리에서 수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호헌철폐! 독재타도! 4.3 사건 진상규명!'을 목놓아 외쳤다.
당시 중3이었던 나는 부끄럽게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치에는 무관심했고 제주 4.3에 대해서도 무지했었다.
그때의 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 한복판에 있었고, 고입시험을 준비해야 했으며,
다음 해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올림픽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의 무지했던 내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진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늘 데모만 한다고 툴툴거렸던 그때의 철없던 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