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풀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기호식품! 호불호가 매우 심한 ‘담배’이다.
이 담배는 피우는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듯한 애칭이 존재한다. 내가 자주 생각하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애칭을 공유할 수 있는지다. 지금 담배에 대해서 소개하려는 나도 모든 담배의 애칭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내가 알바를 처음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외우려고 했던 것, 제일 싫어했던 손님들이 있다.
제일 먼저 했던 암기는 담배의 위치였다. 담배의 종류별로 위치를 암기했다. 하지만 이 암기가 하루아침에 끝나는 일이었으면, 나는 지금 쯤 서울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된 이유로 담배를 사는 손님들이 싫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에 대해서 악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담배의 위치를 몰랐기 때문이다. 위치를 모르니, 담배를 사는 손님들의 시간을 빼앗게 되었다. 또 간혹 짜증을 내시는 손님도 계셨다. 이건 내 잘못이니 딱히 욱하지도 않고, 죄송한 마음만 들었다.
담배의 종류는 다양하다. ‘레종’부터 ‘에쎄’ 그리고 ‘던힐’ 등 아주 많은 종류의 담배들이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새로운 담배가 나오는 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자담배(아이코스)는 아직 외우지 못했다.
담배의 애칭은 ‘라이트’가 주를 이룬다. ‘에쎄’에도 라이트가 있고, ‘던힐’에도 라이트가 있다. 거의 ‘너의 이름은’에서의 ‘무스비’ 같다. 뭐만 하면 ‘라이트’가 나와서 알바생들을 괴롭히니 말이다.
제일 먼저 알게 된 애칭은 ‘메비우스 6미리’를 이르는 ‘마일드 세븐’. 일명 ‘마쎄’이다. 이 ‘마쎄’는 그나마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 같다. 어떤 남자손님이 오셔서
“마쎄 하나요.”
라고 하셨고, 그 말에 나는 멘붕이 와버렸다. 내가 당황해서 다시 되묻자, 손님은 친절하게도 풀네임을 말해주셨다.
“네? 어떤 거요?”
“마일드 세븐이요. 저기 있네.”
손님이 가리킨 곳에는 ‘메비우스 6미리’가 있었다. 그렇게 ‘메비우스 6미리’는 쉽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이트’류는 알게 되기까지 매우 힘들었다.
어느 날 아주머니 손님이 오셨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제발 담배만 사지 마라. 담배는 아직 안돼.’
라고 속에서 되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소원이 무색하게도 그 손님은 카운터 쪽으로 다가왔다.
“던힐 라이트 하나 주세요.”
나는 귀를 의심했다. ‘엥? 던힐에는 라이트가 없는데? ‘던힐 스위치’는 있어도” 그래서 나는 손님에게
“던힐 라이트가 맞아요?”라고 물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 자신을 매우 치고 싶다. 검색이라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그런 걸 하나도 생각 못하고 뚝딱거리고 있는 모습에 킹 받았다.
“아, 그게 저도 아저씨 심부름 온 거라. 잘 모르겠네요.”
손님의 말에 나는 더 당황했다.
그때는 솔직히 그 상황에서 탈출을 하고만 싶었다. 해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인터넷에 검색하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던힐은 다 이쪽에 있는데, 혹시 예상가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그러게요. 옆 편의점에서는 '라이트'라고 말하면 바로 주셨는데, 여기에는 없나 봐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옆으로 가봐야겠네요. 안녕히 계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가고 난 후에야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손님을 내쫓은 격이니 말이다. 지금의 나라면, 바로 ‘던힐 6미리’를 드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담배 애칭을 1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나는 너무 아쉽게 손님을 돌려보냈고, 그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담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숙달됐다는 점이었다. 과거에 비해 담배 위치와 애칭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할 때쯤이었다. 마치 운전면허를 따서 운전을 한 지 3년 차 때, 사고가 제일 많이 난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어떤 할아버지 손님이 오셔서 처음 듣는 조합을 말하셨다.
“에쎄 라이트 하나.”
“에쎄요? 던힐 말고요?”
내 말에 할아버지는 약간의 짜증 난 기색으로
“그 박하향 나는 거.”
라고 대답하셨다. 솔직히 내가 담배를 피워본 것도 아니고, 펴본 적이 있다고 한들 ‘에쎄 라이트’를 펴보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향이 어떤지 설명을 하면, 나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당황해서 에쎄 쪽으로 손으로 뻗으며, 손님의 반응을 봤다. 그러자 ‘에쎄 프라임’에서 반응이 오셨다.
“그거 그 하늘색.”
그제야 나는 에쎄에도, 던힐에도 ‘라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던힐 라이트=던힐 6미리/ 에쎄 라이트=에쎄 프라임 /마일드세븐*마쎄=메비우스 6미리 곽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정말 담배에 애칭을 왜 붙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담배의 애칭 이유를 검색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따로 애칭을 붙인 게 아니라 대부분 과거에 불리던 이름이 바뀌어서 과거에 불리던 이름으로 부른 것이었다.
담배와 관련된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다.
때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미성년자들이 담배와 술을 사려고 하는 일들이 많았던 달이었다. 어떤 40대 아저씨가 카운터로 오시더니 담배를 달라고 하셨다. 우리 아빠뻘로 보여서 그냥 드렸더니, 나에게 가장 처음 한 말이
“아니, 요즘 미성년자들이 자주 담배사고 그러는데 이렇게 느슨하게 팔아도 돼요?”
였다.
그때는 정말 황당 그 잡채였다. 당연히 아저씨로 보여서 민증을 보지 않고 판매한 것인데, 약간의 서운한 감정이 들었나 보다.
그렇게 아저씨 손님은 그 말만을 남기고 홀연히 나가셨다. 그때, 민증이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나 보다.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고, 웃기기는 했다. 심심하던 나의 하루를 심심치 않게 만들어줘서 그 손님한테 고맙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담배는 내게 다채로운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다음에 나올 주제는 비닐봉지다. 가장 빌런들이 많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