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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상황은 없다

단단한 사람은 지루함을 견딘 것일 뿐


내가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이 수험생일 때는 오전 5시에 일어났었다.  여름철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겨울에는 한밤 중인가 싶을 정도로 아침이 낯설었다.  전날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핑계로 음주를 한 날이면 말 그대로 비몽사몽으로 기어 나와 싱크대를 부여잡았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가족의 하루가 시작되지 못한다는 사명감이라는 무게는 상당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정착된 기상시간 덕택에 아이들이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서부터 1시간 연장된 기상시간은 꿀 같은 보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기상시간은 지금껏 정착되고 있다.   


분주함이 사라진 중년의 아침은 평온하고 고요하다.  건강히 시작했다는 만족과 함께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시작되는 아침이 좋다.





알람이 울릴 때 '조금만 더' 라며 자신과 타협을 하다가 지각을 하거나 서두른 경험들이 한두 번씩 있을 것이다.  타협을 거부하는 저항의 순간은 체념이 짧을수록 좋다.  별 것 아닌 결정 같지만 졸음이라는 유혹을 견디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순조로움이 보상으로 이어진다.  습관으로 향하는 작은 노력이다.


라베송은 "습관은 그것을 낳은 변화를 넘어서 존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습관의 내면화를 이루게 되면 본능적 게으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게으르다.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변화를 시도하려면 저항하는 뇌에게 반복이라는 습관을 체화(體化) 함으로써 지금의 행위가 중요하다는 착각을 심어줘야 한다.  뇌는 나의 것이지만 항상 내편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익숙한 상태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일들이 있다.  현재 지옥에 있거나 현실에 만족하지 않을 때다.  나를 천국으로 데려가는 것도 나이고,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는 것도 다름 아닌 나다.  사람들은 선택의 책임을 추궁할 때 흔히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을 하지만 그것은 의무를 방기한 변명일 뿐이다.


불가피한 상황은 늘 존재한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가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상황들은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고 왔다가 잠시 머무른다는 사실이다.   짧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쉽게 미루던 습관이 지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이럴 때 내면의 단단한 습관이 있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저)'에서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성공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생한 경험과 인터뷰 및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는데 요지는 굉장히 작은 습관들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최고의 자리에 있는 선수들과 보통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전자, 재능 그리고 기가 막히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매일같이 하는 훈련에서 오는 지루함을 견디는 게 관건이죠.  같은 리프트 동작을 하고 또 하는 거요."  



즉 지루함을 견디는 노력이다.  정상에 있거나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높은 재능은 '열정과 도전'이 끊임없이 샘솟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똑같이 우리들처럼 동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그들은 지루함을 느낄 때 지속적으로 할 동기를 찾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에 자주 나오는 질문 중에 '해야 하는데 힘들어요, 어떻게 하나요?'라는 상담이 많다. 그럴 때 스님은 '싫은 마음이 일어날 때 그냥 하세요'라고 심플하게 답을 해주신다.  하기 싫다는 동기가 수없이 생성되는 이유를 무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수많은 이유와 상황을 결부시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변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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