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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심리학

재난은 사회적 약자를 벼랑 끝으로 몬다 


자기 힘으로 고통스러운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삶의 질곡은 벗어날 수 없는 게 된다.  그저 낑낑대며 인내하고 참아야 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실험사회심리학지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불공정한 상황에도 더 잘 수긍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인도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쿠마르 센에 따르면 가난은 단순히 돈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 사회가 가난한 사람에게 적합한 대우, 가난한 사람에게 적합한 꿈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선을 긋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놓고는 아이들에게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 꿋꿋이 이겨낼 수 있다고 설교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매장입구에서 키오스크를 먼저 만난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기억해도 이 같은 사회 구조적 변화의 촉매역할은 코로나 팬더믹이었다.  코로나 팬더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반강제로 언택트 Untact(콘택트 contact에 부정과 반대를 뜻) 시대를 경험했다.  대면하지 않아도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경험들은 재빠른 소비형태를 양상 했고 굳건해졌다.  물론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기업의 압승이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3년여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들었다.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선택적 박탈이 인정되면 빠르게 순응하는 수용적 태도를 보인다.  팬더믹은 종료되었지만 화학적 변화 이후 사람들은 예전의 생활로 완벽히 돌아가지 않는다.  느슨한 연대감과 편리함이 어느새 적응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택트시대를 지나오면서 많은 불행한 상황을 지켜봤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끔찍이 고립된 상황을 경험했고 그 안에서 선택은 오로지 순응적 태도뿐였다.  자유를 잃었고 사람 간의 불신, 혐오, 극심한 경영환경등은 새롭게 직면해야 했던 고통이었다.  고립된 상황은 창의성을 방해했고, 무엇보다 사회적 태도가 심각하게 보수적으로 변했다.



행동심리학 박사인 이 책의 저자 정인호 씨는 코로나 팬더믹을 통해 알게 된 사회적, 국가적 이슈들을 짚어보며, 시민들의 심리적인 방향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하고, 분노하고 혐오를 갖는지 많은 사례를 꺼내 설명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과 시민들이 한 방향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서, 시민이 국가에게 바라는 것은 '공정성'이라는 것과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분배적 공정성'보다 '절차적 공정성'이 얼마나 신뢰구축의 기본이 돼야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신뢰'가 자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언택트시대를 경험하면서 바라본 여러 인간의 본성(심리)중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간단히 소개한다.



* 파노플린효과 - 특정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사려고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심리는 나도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그들은 특정 명품 브랜드를 가지면 마치 스스로가 값어치 있는 브랜드 집단에 속한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싶은 심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 샤덴프로이데 schadenfreude- 피해를 뜻하는 '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freude'가 합쳐진 단어로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일컫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이전엔 잘 나가던 사람이 코로나19 펜더믹으로 인해 매출이 뚝 떨어졌거나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심각하게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팬더믹으로 드러난 '新카스트제'였다.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함께 개인의 힘으로 해결방안이 딱히 나오지 않는 현실에 막막함마저 들었다.   '코로나카스트'라고도 불린 이 말은 사회계층의 단층선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읽힌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밥벌이의 고단함이 경제적 약자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하인 머레이 Hein Murray'는 이렇게 말했다.


"재난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영원한 허상을 버려라.  그리고 재난은 모든 걸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쓸어간다'는 생각도 버려라.  전염병은 쫓겨나서 위험 속에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들을 집중 공격한다."



저소득층은 코로나 펜더믹 속에서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일터로 나가지 않으면 생계가 힘들다.  실직과 무급휴직에 처하지 않은 것에 만족할 정도다.  반면 초고소득층은 팬더믹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경제 충격은 빈부격차의 단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카스트 속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이들에게 미래를 계획할 심리적 자원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으로의 시대는 빈부격차가 기존보다 더 확실히, 더 견고히 벌어질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후퇴가 없고 적응된 소비패턴은 이전의 시대로 회귀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은 펜더믹 경험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고 개인과 조직은 더욱 보수적인 시각으로 공고해졌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기존의 사고만으로는 살아선 안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언택트 심리학 / 정인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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