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츠하이머 해독제

콜레스테롤은 죄가 없다

흔히 뇌는 포도당만 연료로 사용하며, 매일 120~140g 정도의 포도당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인체생리를 너무나도 단순화한 말이다. 포도당은 걸핏하면 몸과 뇌가 가장 '선호하는' 연료라는 식으로 인용된다. 하지만 인체가 일반적으로는 포도당을 제일 먼저 연료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만 '선호'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병을 치료하거나 완화시키는 약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치매환자의 70%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은 현대인의 불치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기억력, 사고력 및 행동상의 문제를 일으켜 가족과 간병인을 힘들게 한다. 정상적인 노화과정을 겪으며 사망하는 자연사(自然死)는 축복일 정도다. 신경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암보다도 두렵게 느껴진다. 수명 단축은 물론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사랑하는 가족이나 미래의 자신 그리고 지인들의 치명적 질병 앞에서 무기력한 채 손을 놓고 싶지 않아 책장을 열었으리라 생각한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현재의 의학계를 눈총을 등지고 당당히 출간한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찾고 싶었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식습관(뇌 연료 대사작용을 바꿀)과 생활습관을 수정하고 스스로 관리하면 증상이 크게 개선(약 처방이 아니다)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책 후반부에 그가 본격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케톤 생성 치료법(케토제닉 식이요법)'은 최첨단 연구 결과로 지금까지 진행했던 약물처치보다 치료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의사들과 정부에서는 삶을 바꿀 가능성까지 있는 이 치료법을 대대적으로 소개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케토제닉 식이요법이 만성질환은 물론 뇌 대사작용에도 놀라운 효과가 있음이 각종 잡지나 웹사이트, SNS , 전문가 강연 등에 알려지고 있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고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 지독한 질병이 식이요법만으로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의사들은 자기 분야 외에 케톤이나 뇌 연료 대사작용에 관한 논문을 제대로 파고들만큼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다.



이중맹검(double-blind test) 실험과 위약을 사용한 새로운 연구가 빈약한 현실과 60년 이상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가 뿌리 깊게 쌓여 고정관념으로 박제된 현실과 의학계의 표준 치료법은 식습관과 생활습관만으로 알츠하이머 질병치료가 된다는 수많은 논문과 대비될 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장벽 뒤에는 거대 제약회사의 힘까지 작동하고 있다고 암시한다.



각설하고, 저자는 뇌 건강에 관한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연구 논문결과물들을 모아 '알츠하이머'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 및 치료방법을 상세히 이 책에 담았다. 결과적으로 파괴적인 질환인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책이다.



퇴행성 변화과정 유발하는 생화학적, 생리학적 이상을 이해하면 명확한 방법으로 치료가능하다.


알다시피 우리의 뇌와 몸은 구석기시대에 결정된 유전자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병리학적 측면에서 우리의 골치 아픈 알츠하이머 병을 관찰했고 의학논문을 섭렵한 결과 알츠하이머는 비만, 관상동맥질환, 2형 당뇨와 비슷한 질환임을 발견했다.



즉 뇌 연료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의미다. 따라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꾸면, 다시 말해 구석기시대의 식습관으로 전환하면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상식처럼 알고 있던 식습관이 사람의 생리작용과 맞지 않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고 있었는데, 읽으며 그동안 실수를 깨달은 사람처럼 자주 놀랐던 것 같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진화과정과 맞지 않는 우리의 식습관(밀, 옥수수, 쌀, 곡물기반의 탄수화물을 주요 열량 공급으로 교육)은 전폭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적은 양을 섭취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진실은 현대인은 비타민, 미네랄, 천연 지방 부족한 정제 음식을 다량 섭취함으로써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대사증후군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가 정말로 포도당 대사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오랜 기간 인슐린 분비가 과도하게 늘어나 뇌신경세포의 구조가 바뀌고 베타아밀로이드가 축적된 데다 뇌가 필요로 하는 지방산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주요 미량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라면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뇌가 포도당이 아닌 다른 연료를 사용하게 하고 건강을 지켜줄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등, 뇌의 물질대사기능과 구조 이상을 개선할 식이요법을 실천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는 뇌가 필요한 영양을 주지 않아 굶어 생기는 질병이다. 뇌가 필요한 영양은 포도당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말한다. 우선적으로 선호되는 대사 일 뿐 지방과 케톤보다 안전한 연료는 아니다. 뇌에게는 '케톤'이 유용한 연료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뇌에게 유용한 케톤은 불행하게도 스스로 사용하지 않는 구조이며 인슐린 수치가 아주 낮을 때에만 생산한다. 즉 실제로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고 그 결과 인슐린 수치가 낮아져 인체의 물질대사 스위치가 바뀌어야지만 포도당 대신 지방이 주에너지원이 되어 케톤도 에너지원이 될 만큼 생산된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야 했을 때,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든 식물이 자라지 않는 오랜 겨울을 견뎌내야 했을 때, 뇌에 포도당이 아닌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다행히 포도당이 부족할 때 뇌는 기꺼운 마음으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케톤을 소비했다.




몸이 가장 선호하는 연료는 '포도당'이 아니라 '지방'이다.



'저탄고지 식단'을 권장하는 이 책은 요지는 선명하다. 탄수화물을 아주 적게 먹으면 몸은 지방을 주로 태워 에너지를 얻는 몸으로 바뀌게 된다. 소량으로 섭취한 포도당은 포도당만 연료로 사용하는 조직에 공급된다. 단백질은 소량 분해해 아미노산을 연료로 쓰기도 하지만 몸의 진짜 에너지는 지방이다. 몸에 지방에 쌓이는 이유기도 하다. 케토제닉 식단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강변하고 있다. 케토제닉 식단은 목숨을 살리는 식단이라고.



본질적으로 알츠하이머는 뇌가 소비해야 하는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다. 혈액으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고 인슐린혈증, 인슐린 저항성, 포도당 대사능력 감소등은 뇌의 여러 부위를 굶주리게 하고 뉴런을 죽여 알츠하이머를 발병시킨다.



건강한 지방을 섭취하라는 말은 쉬운 주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때 '건강한'이란 의미는 야생 또는 방목지에서 자유롭게 먹이를 섭취한 동물의 지방을 의미한다. '영양의 비밀 / 프레드 프로벤자 저'이란 책에서 강조했던 야생이나 방목지에서 자란 동물들은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화합물인 '피토케미컬'을 먹이로 섭취하며 자란다. 즉 생화학적 풍성함이 있는 지방을 의미하며 에너지 밀도만 높고 현대인이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가공식품에 든 지방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건강한'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소비자인 우리는 발품과 온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은 수십 년간 누명으로 고통받아 왔다. 저자는 콜레스테롤은 악당이 아니며 혈관 속에서 누수되거나 화재진압을 막는 소방관 역할이라는 사실을 병리학적으로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섬세한 뇌세포를 만들고 유지하고 수리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다. 우리가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알고 있는 LDL 콜레스테롤 역시 뇌에 꼭 필요한 영양물질이며 수치를 낮추기 위해 처방하는 '스타틴약'은 오히려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지 못하게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뇌를 훼손하고 독성물질을 만들어 굶게 만들고 결국엔 죽게 만들어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게 만드는 범인은 무엇일까. 너무 많이 먹어 불안정하고 쉽게 산화되는 불포화지방이 원인이다. 범인은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 그리고 과다섭취하는 오메가-6 때문이다. 오메가-6는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하는 식물성기름(옥수수기름, 콩기름, 홍화씨유, 목화씨유)다. 공장의 가공과정을 확인하면 속았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저자는 오메가-3, 오메가-6 섭취에 대한 중요한 비율은 4대 1 내지 5대 1이라고 하지만 현대인들은 오메가-6 지방산을 오메가-3 지방산보다 20배, 25배 더 먹고 있다. 정크푸드를 습관화하는 현대인들과 학업에 바쁜 청소년들이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튀긴 음식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 사용기름이 문제다.



우리의 혈관을 저자는 고무관으로 표현했다. 콜레스테롤은 고무관 속에서 혈액을 원활히 움직이도록 돕는 소방관이지만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과 오메가-6로 무장한 음식물이 계속해서 투입되게 되면 '유리관'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오해를 넘어 누명까지 씌웠던 지방(콜레스테롤)의 위치를 시급히 올려놔야 할 것 같다. 저탄고지 식단을 지속하기 위한 상세한 안내가 책에 담겨 있다.



나는 무엇보다 케톤 생성을 위해 가장 빠르게 취할 수 있는 행동부터 시작하려고 MCT가 풍부한 코코넛 오일을 구입했다. 코코넛 특유의 냄새가 싫어 무향으로 구입했는데 거부감이 없어 좋다.



MCT는 인슐린 수치가 높고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 때도 케톤을 생성할 능력이 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전략을 실천하라고 설득하지 못한다고 해도 코코넛오일이나 MCT로 만든 오일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먹여야 한다. 연료로 사용할 케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퇴행성 질환을 역전시키거나 막을 수는 없겠지만 단기간으로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어 알츠하이머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나아가 간병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알다시피 탄수화물은 꼭 곡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채소들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탄수화물을 단번에 끊기 힘들다면 서서히 줄이는 방법도 있다.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야 한다. 기저귀를 차고 알츠하이머에 걸려 평생 쌓아 올린 인품을 무너지게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늘 따라붙는 건강의 3요소를 저자도 잊지 않고 얘기한다. 바로 음식, 건강한 수면, 운동이다.



참 유익한 책이었다. 책을 읽었다면 실천해야 자기 것이 된다.





<알츠하이머 해독제 / 에이미 버거 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저속노화 마인드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