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운동을 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1만 년 전 조상들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상들은 마라톤을 하지도 않았고 수영복 입는 계절을 앞두고 멋진 몸매를 만들려고 운동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신체 활동은 순전히 생존 때문이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위험에서 도망치기 위해, 새로운 거처를 찾기 위해 걷거나 달렸다. 뇌는 몸을 움직이면 도파민이 분비돼 기분이 좋아지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그 이유는 사냥 같은 신체 활동이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이 만성적으로 인식하는 질병 대부분은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는 이 책은 빼앗긴 집중력과 각종 스트레스 그리고 노화를 예방하고 싶다면 신체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아직도 석기시대에 머물고 있으며 신체활동만이 생존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안데르스 한센'은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 뇌는 어떤 변화가 생기고 효율성이 생기는지 수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어떤 식으로든 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뇌 연구 분야는 아직도 기초단계에 있고 앞으로도 개척되고 탐구할 여지가 많지만 저자가 밝혀낸 운동과 뇌의 관계를 말하는 이 책은 '운동하면 좋겠지' 정도의 인식 수준을 뛰어넘어 운동만이 삶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부작용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뇌연구에 가장 인상적인 발전을 준 것은 자기 공명영상(MRI)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MRI는 인간의 뇌 뚜껑을 연 것처럼 두개골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뇌와 운동에 대한 긍정적 결과물을 얻게 된 첫 번째는 60세 피험자들의 사례였다. 1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MRI 결과는 놀라웠다. 운동을 한 그룹의 뇌의 여러 부분이 서로 효과적으로 통합되고 뇌의 연결 패턴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즉 노화프로세스가 멈춘 것이다.
3개월만 규칙적으로 지구력 운동을 해도 단어 기억 능력이 상당히 향상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운동에 노력을 투자할 가치는 확실하다. 기억력 향상 정도는 건강이 좋아진 정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뇌는 25세 전후로 해마다 조금씩 작아진다고 한다. 물론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새 세포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기존 세포가 죽는 세포가 더 빠르다. 하지만 노화와 해마의 수축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운동이었음이 뇌연구사례로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녹초가 될 정도의 운동은 아니며 특히 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규칙적인 운동(오래 걷거나 30분쯤 달리기만 해도 충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안심시킨다.
반복과 연습은 뇌의 연결을 강화한다.
그렇다면 왜 운동이 뇌 활동에 최적의 처방일까. 그것은 하나의 신체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아노를 칠 때 뇌는 시각, 청각, 후각피질을 모두 사용하듯이 우리의 뇌는 우리 몸이 움직일 때 모든 프로그램을 더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뇌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킨다.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있는데 MRI 검사결과 뇌세포 간 연결상태를 관찰하면 피험자가 어떤 삶을 사는지 대략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뇌 영역의 연결성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피험자는 대부분 훌륭한 기억력과 집중력, 높은 교육 수준, 음주와 흡연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고, 분노 조절을 잘 못하거나 술과 약물을 남용하는 경향 등 부정적 특성을 지닌 사람들에게서는 반대의 패턴이 관찰되었다는 점이다. 뇌 상태는 태생이 아닌 습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부족한 것을 유전 탓으로만 돌리지 말자.
현대인들이 판단력이 흐려지고 통제력과 불안을 겪는 주요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코르티솔'이다. 이때 우리의 뇌는 고도의 경계상태라고 한다. 석기시대로 비유하자면 생존을 위해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를 할 때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때 코르티솔의 스트레스 반응을 가라앉히고 브레이크 페달을 할 수 있는 물질이 '해마'와 '전두엽'이 있는데, 해마는 스트레스 반응을 제어하고 브레이크 기능을 강화하는 물질이며 전두엽은 사태파악 및 분석적 사고능력을 담당하고 있다. 해마와 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제어하거나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속하게 잠재울 알코올을 찾는데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반복적 요구를 받아드리다 보니 신체는 물론 뇌도 파괴되는 길로 접어든다. 물론 이때의 저자의 처방도 '답정너' 운동이다. 한마디로 운동은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 몸 즉 해마와 전두엽이 정상작동하게 만들어 준다.
석기시대의 뇌는 스트레스가 오래 지속되는 생활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두는 것만이 현대인의 유일한 대책이라는 얘기다. 30분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정도로도 충분히 효과를 본다고 말한다. 물론 규칙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면 매우 좋다. 근육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겨난 대사산물을 중화하는 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근육은 스트레스라는 유해물질을 처리해 주는 보호센터정도로 나는 이해했다.
조상들에게 신체 활동이란 사냥으로 먹을 것을 확보하거나 위험에서 도망치는 것을 의미했다. 즉 생존을 돕는 행동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러닝머신 위를 뛰면 뇌는 이를 생존 확률을 높이는 활동이라고 해석하고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라앉힌다. 좀 더 철학적인 관점으로 보자면 불안은 인간의 지능이 초래한 직접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내가 놀라웠던 부분은 잦은 스트레스와 과로 그리고 각종 뉴스 홍수로 가득 찬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뇌는 보상이 없으면 집중도 없는 뇌로 이미 길들여져 있다는 지적이었다. 즉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다는 의미였고, 더 자극적인 영상만을 쫓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ADHD 스팩트럼의 어딘가에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 운동이 좋은 이유는 도파민 수치를 높여 주의력 및 보상 관련 시스템을 미세 조정해 주기 때문이다. 뇌의 보상체계인 측좌핵은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수치를 높여 집중력을 높여주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운동의 강도가 사람들이 겪는 증상별로 차별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특징은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을 보인다. 이들에게 약물복용 말고 도움이 될 방법은 예상하다시피 운동인데 강도가 높을수록 좋다고 한다.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이다. 물론 운동을 어떤 식으로든 하라는 뻔한 결론이지만 석기시대의 뇌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선택지는 없다는 점이다. 뇌가 당신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행동을 통해 뇌를 다스려야 한다.
뇌와 운동에 관한 모든 궁금증이 대부분 해갈된 시간이었다.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 웨이트 트레이닝도 뇌에 긍정적이지만 유산소 운동이 더 좋다.
- 치매를 위한 최고의 약은 30분가량의 걷기다.
- 걷거나 달릴 때 뇌에서는 다양한 정신적 프로세스가 가동된다.
- 칼로리를 많이 태우지 않는 사람은 전두엽이 훨씬 더 빨리 수축된다.
- 아이들 교육에 신체 활동은 학습능력을 강화시킨다.
- 아이들의 뇌 성능을 높이는 데에는 스탠딩 책상 권장.
- 창의력에는 20~30분 정도 달리기가 좋다.
- 기억력 향상에는 유산소 운동(30분)이 좋고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 ADHD 진단환자는 강도 높은 운동이 좋다.
- 우울증, 스트레스는 30분 자전거 타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