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직관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다
유독 인과관계를 두드러지게 인식하는 직관은 이 책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사람들은 통계 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엉뚱하게 인과관계를 적용한다. 통계적 사고는 개별 사례의 결론을 낼 때 그 사례가 속한 범주의 특징을 고려한다. 안타깝게도 시스템 1은 이런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오직 시스템 2만이 통계적 사고가 가능한데, 여기에 필요한 훈련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데니얼 카더먼'의 책이다. 여러 경제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거론되는 이 책의 이론이 궁금해 읽기를 결심했는데, 두께가 말 그대로 벽돌 수준이다. 노벨상을 타려면 이 정도는 연구해야 한다는 숭고한 마음마저 든다. 이 책은 '아모스 트버스키'와 저자가 수십 년간 공동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내용을 담았지만 불행하게도 연구를 주도했던 '아모스 트버스키'는 노벨상 수상 전에 사망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인간이 내리는 직관적 판단과 결정의 편향을 다룬 책이다. 인간의 경제 및 사회활동의 주체로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경제학이 탄생되었지만 기저에는 심리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과 그 행동을 조종하는 생각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특히 불확실한 심리(시스템 1)의 직관에 빠져 체계적 오류에 빠진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경제 시스템은 그동안 합리적인 '이콘(Econ)'이 냉정하게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결정하는 전략적 자아로써 활동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책의 두 심리학자는 인간은 '어림짐작'과 '편향'이라는 확신에 차 오류결정을 반복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충분한 논거와 연구가 인정받은 '전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까지 받기에 이른다.
이 책의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로 인간의 판단능력을 알기 쉽게 구분했다. 말 그대로 Fast는 빠른 직관(판단)을 의미하며 '시스템 1'로 명했고, Slow는 느린 생각으로서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시스템 2'로 구분했다.
우리는 대부분 시스템 1에 의존하고 살아간다.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효율적이며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대부분 즉흥적이란 점이다. 특히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복잡계의 대표 격인 주식시장에서 시스템 1로 대응하다가는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두 심리학자는 인간이 내리는 시스템 1의 직관적인 답의 근거에 대한 의문으로 실험과 연구를 시작하였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리는 심리적 기저에는 '어림짐작'과 '편향'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작동 원리를 바라보는 연구에서 직관적 사고의 장. 단점을 찾게 되었다. 직관(어림짐작)은 매우 빠르고 유용(화재를 직감하는 등 위험감지 능력)하지만 때론 심각하게 체계적 오류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얼마나 직관(시스템 1)에 의존하고 있는지 심플한 예시를 하나 소개한다.
야구 방망이와 공이 한 세트로 가격이 11,000원이라고 하자.(원화로 쉽게 표기)
야구 방망이는 공보다 10,000원이 비싸다고 하면 공은 얼마일까?
대부분 공값을 1,000원으로 대답하지만 답은 500원이다. 공보다 10,000원이 비싸다고 했으니 공이 1,000원이라면 세트값은 12,000원이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잠깐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답을 얻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을 믿고 대답하기에 이른다. 이때 논리적 생각이란 시스템 2의 작동이다.
의심을 지속하기란 확신에 빠지는 것보다 어렵다.
시스템 2는 잠깐 멈춰 생각하는 논리적 원리로 작동되지만 인간은 매번 작동하기를 꺼려한다. 자기 통제력을 발휘해야 하고 인과관계의 당연한 감정반응을 제어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게으른 우리의 뇌는 시스템 2를 조연으로서만 가끔 출연시킬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신체는 시스템 2를 과도하게 작동시키게 되면 '자아고갈'이라는 늪에 빠지는 문제점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뇌를 많이 쓰면 단 게 당기는 현상, 정신적 피로감 누적 등이 있겠다. 우리의 인체는 생각하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하고 피곤해한다. 하지만 예상하다시피 우리의 복잡한 삶을 시스템 1만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 1은 사소한 증거만 있어도 쉽게 넘겨짚도록 설계되었지만, 넘겨짚는 정도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는 못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다 보니 눈앞의 증거만 중요할 뿐이다. 확신은 논리적 일관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내 의견에 확신이 있다면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일관된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뜻이다. 이때 증거의 양과 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빈약한 증거로도 아주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1의 치명적 위험은 '좋은 분위기'에 취약하다. 우리의 뇌는 좋은 분위기와 환경이 반복되면 위험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호감을 보인다. 예를 들어 멋진 옷을 입고 화려한 입담의 투자 권유자에게 속아 의심 없이 투자하여 실패하는 사람들의 그렇다. 모두 시스템 1의 직관에 따른 대가다. 판단을 재고하고 시스템 2를 작동시켜야 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의심 없이 직관에 따른다. 의심하는데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심리학자가 지적한 시스템 1의 체계적 오류의 문제점인 '어림짐작'과 '편향'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저자는 불확실한 세상에 살면서 직관에 의존하는 인간의 심리체제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의도로 책을 썼으며 그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결정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이들의 노벨경제학상의 이론은 '전망이론'이지만 수십 년간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고 집대성한 여러 심리이론을 다룬 이 책의 내용은 읽다 보면 꽤 재미있다. 직관의 체계적 오류의 '어림짐작'과 '편향'에 관한 유형은 여러 가지지만 내가 인상 깊게 읽은 몇 개만 추려 주식투자로 비유해 보았다.
1. 어림짐작(휴리스틱) 오류
- 대충 판단해서 의사결정하는 사례로써 대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결정하는 방식.
- 내가 이 회사를 좋아하는지(대기업인지) 여부만을 보고 구매를 결정.
- 감정적 판단이 논리적 판단을 앞서는 상황.
- 잘 생각나는 것에 비중을 높이는 편향.
2. 닻 내림 효과 편향
- 처음 입력된 정보가 정신적인 닻으로 작용하여 이후 판단에 계속 영향을 주는 오류.
- 매수 단가가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침.
- 매수 단가에 닻을 내려 매수 단가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흥정.
-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기업의 주식투자 시 기존의 실적만 보고 예상.
- 자신의 판단(닻 내림)의 근거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가치판단하지 않음(시스템 2 작동 불능)
3. 평균으로의 회귀
- 모든 것은 평균으로 수령하려는 성격이 있다는 이론.
- 개인의 경험적 인과적인 판단은 절대적 가치로 작동하는 오류 범함.
- 한 두 번은 확률이 벗어나는 일이 있지만 대부분 평균 실력으로 회귀.
- 기업의 경영은 실력과 운이 많이 작용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함.
- 예측을 증거와 짝짓는 행위는 인과관계 해석을 붙인 착각일 경우가 많음.
4. 사후 확신 판단의 오류
- 결과를 보고 나서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는 편향
- 결과 편향에 빠짐.
- 결정의 질을 평가할 때 결정 과정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결과가 좋았는지 나빴는지만 따짐.
시스템 1이 논리를 짜 맞춰주는 덕에 우리는 세계를 실제보다 더 깔끔하고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고, 조리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과거를 이해했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착각을 낳는다. 이런 착각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존재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인지할 때 생기는 불안감을 덜어준다. 우리에게는 행동은 적절한 결과로 이어지고 성공하면 지혜와 용기가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많은 경영 서적이 이 욕구를 충족하도록 만들어진다.
5. 후광 효과(선입견, 고정관념)
- 결과가 좋다고 해서 원인까지 좋다고 해석.
- 기업의 CEO 가 성공에 미치는 영향은 많아야 30% 밖에 안됨(경제환경, 시장환경이 더 중요함)
6. 전망이론
-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게 된 이론.
- 원시수렵사회부터 일단 피했을 때 생존확률이 높았다는 진화론적 경험으로 인간은 위험을 극도로 싫어함.
- 손실을 이익보다 더 크게 느끼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
- 사람들은 이익을 좋아하지만 손실은 더 싫어함.
- 현재 잔고가 같은 돈이지만 과거의 잔고가 차이가 있다면 기분은 같을 수 없다는 효용성 이론.
- 기존 이론에 손실회피 심리를 추가함.
- 사람은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아픔을 두 배정도 더 크게 느낌.
- 모든 옵션이 나쁘다면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게 보임.
- 사람들은 이익에서는 위험을 회피하고, 손실구간에서는 위험을 추구.
-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시스템 2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투자를 꺼림).
7. 소유효과
- 소유하고 있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편향.
- 매수가가 현재가보다 낮을 때 새로 구매하지도 팔지도 못하는 성향(물려있는 대부분의 경우).
- 전망이론에서 파생된 이론으로 이미 매수가가 구매가로 인식되기 때문(손실회피 성향도 있음).
- 이때 의도적으로 구매가를 무시하고 시스템 2를 작동하여 판단을 내려야 함
- 현재 주식의 소유판단을 무시하고 현금이 있다면 이 주식을 살지를 가치판단 내려야 함.
- 주식을 구입하면 애착이 생겨 더 좋은 주식이 보여도 놓지를 못함.
- 기업실적의 예측전망을 안 봄
8. 매몰비용의 오류
- 이미 지출된 비용이 회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미래를 결정하는 잘못된 판단.
- 투입된 자원이 아까워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오류.
- 폭설이 내리고 있다고 예상했을 때 야구장 티켓을 끊은 사람은 가지만 무료입장권을 받은 사람은 가지 않는 것과 같음.
9. 틀짜기(프레임효과)
- 좁은 프레임으로 주식을 바라보기 때문에 매 순간, 매분기 손실에 민감해짐.
- 포트폴리오 구성이라는 큰 틀에서 수익을 바라보아야 함.
결론적으로 이해하자면 우리는 주식매수 시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며, 현재 구입하고 싶은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손실회피와 좁은 틀짜기가 합쳐지면 최악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스템 1이 지배하게 된 인간의 게으름은 인간 본성으로 구축되어 직관에 의존하며 살게 되었고, 낙관 편향을 낳았다는 것이 우리의 실체란 말이다. 우리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온화하게 보고 우리 속성을 실제보다 더 좋게 보며, 우리가 세운 목표의 성취 가능성을 실제보다 더 높게 보는 낙관적인 생각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세상은 불확실하며 우리의 생각은 인지편향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예측 불가능해서 예측 오류는 불가피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충분히 훈련을 받지 않아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세계가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팬더믹을 예측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접했던 것처럼 우리의 예측 가능한 미래는 능력 밖에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실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은 과대평가되어 있다.
자본시장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주식투자는 현금흐름의 필수가 되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어림짐작과 편향으로 오류를 연발하는 직관(시스템 1)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후판단의 유혹과 근거 없는 확신을 거부하는 현명한 태도로 살아야 한다. 좁은 프레임으로 주식을 바라보지 말고 큰 틀에서 수익을 계산하는 담대함을 힘들지만 훈련해야 할 것이다.
나는 주식을 하지 않아 심리학적 관점에서 책을 읽었다. 특히 인간의 비합리성과 불안전함 그리고 인과관계의 집착성이 신념으로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감정이 고조되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경험자아와 기억자아를 다룬 챕터였다. 우리의 시스템 1은 삶의 작은 부분을 삶 전체로 쉽게 대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바로 '주목착각'의 본질이었다.
우리는 경험자아보다 기억자아를 중요시한다.
당신은 '경험자아'와 '기억자아'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질문하는 챕터였다. 우리는 경험과 기억을 혼동한다. 인생을 살면서 간직하는 것이 기억이 전부이기 때문에 우리가 삶을 생각할 때 채택할 수 있는 유일한 관점은 기억하는 자아의 관점이다. 그런데 기억하는 자아는 완벽할까? 완벽하지 않다. 사람들은 평균적인 기억보다 마지막 또는 가장 인상적인(정점 또는 종점) 것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책에 예시를 간략히 요약 인용해 본다.
LP 판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30분가량 듣다가 마지막에 찢어지는 음악으로 고막이 아팠던 경우 대부분은 나쁜 소리 때문에 음악 감상을 망쳤다고 보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30분 동안의 음악감상은 망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단 몇 초의 찢어진 소리로 전체 기억을 나쁘게 평가한다. 우리의 30분간 경험자아는 엉망이 된 것이다. 우리는 음악감상이 엉망이었다고 투덜댄다.
경험자아는 기억력이 낮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사실은 나쁜 경험이 아니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콘서트장에 가면 촬영하느라 음악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현재의 경험보다 나의 뒤에 있을 기억자아를 중요시하는 무의식적 행동이다. 아무리 경험자아를 중시하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하면 의미 없다는 생각에 지배당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인간은 경험을 지속한 시간을 무시하고 최고조의 정점시간과 앤딩의 시간으로 삶 전체를 평가하고 지배한다. 자신의 삶을 평가할 때 어림짐작 추정된 기억자아의 원칙에 제압당한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삶 전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질문한다. 그에게는 기억자아는 사라졌고 무의식적 행동에 경험자아만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말이다.
기억자아는 완벽하지 않다. 부분적 사실만 기억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억하지 않더라도 카메라를 내려놓고 순간을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