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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Mar 09. 2024

잘 살기 위한 준비운동

어긋난 문법처럼 

세상을 잘 살아가고 또한 잘 살아내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할 일은 뭘까?  

   

그동안 나다운 모습으로 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춘기의 격동보다 더한 시간을 보냈다. 한껏 성이 부풀어 오른 고슴도치처럼 앙살스럽게 사람들과 사이에서 날을 세우고 살았다. 해야만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살았다. 당연하고 마땅한 일로 날을 채우기보다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들로 일상을 수놓으라 말하던데. 지나치면 그것도 독이 되는 걸까. 원대로 살았더니 멋대로 지내게 되는 날들이 더 많더라. 거기엔 외로움이 차곡차곡 덧입혀졌다. 


외로움을 자꾸만 끌어안기보다 나도 누군가와 어울리며 하하 호호 즐겁게 살아가고 싶었다. 멋대로 살기보다 함께 잘 살고 싶었다. 그 방법은 뭘까?     



수영을 잘한다 해도 갑작스레 물에 뛰어들면 몸에는 무리가 가게 마련이다.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어주고, 물의 온도에 내 몸이 조금씩 녹아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입맛을 다시듯 물맛을 알아채며 물에 내 몸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야 수영을 해도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충분히 남에게 반항적이었던 내가 다시 세상이라는 구간에 합류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준비운동으로 다시 철저히 혼자가 되는 것을 택했다. 외로운데 또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쩜 어긋난 문법과 같은 일인 것 같지만 말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괴로워할 게 아니라 혼자서도 그윽해야 누군가와는 향긋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무리와 함께하더라도 나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을 때 더한 외로움을 느꼈다. 내가 내 편이 되지 못한 날엔 나를 미워하고 자책할 때는 함께 있어도 행복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쓸모없는 인간이라며 스스로를 깍아 내렸다.      


나는 철저히 나와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이 뭔지 아직 알아차리지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함께 하기 위해 먼저 혼자를 택했다. 

세상 눈치를 다 보는 내가 혼자인 나를 두고 누군가는 수군거릴 생각에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혼자서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다시 카페를 가며 혼자 운동을 하고 그렇게 혼자살이를 해보기로 했다. 


나란 종족에 대해서 철저히 파헤쳐 보기로 했다. 공부하는 마음으도 내 자신을 깊이 알아차리고 싶었다. 나를 음미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만하면 나도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면 그 날 다시 세상에 손을 내밀고 싶었다. 새로 태어났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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