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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Jan 21. 2024

한국어 강사의 하루 07

시험은 선생님도 싫다!

시험이 또 돌아왔다. 학생들도 시험이 싫지만 강사인 나도 마음의 부담과 일이 많아지는 것이 좋지는 않다. 수업을 했으니까 당연히 그 결과도 받아야 하는 거지만 상담과 시험은 항상 해도 부담스럽다.


상담도 담임이 다 하는 학교도 있고 팀티칭 강사와 나눠하는 학교가 있다. 물론 그런 것이 전혀 없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탈자를 낮추기 위해 상담은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상담이 깊이가 있든 없든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하고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하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은 기한이 정해져 있기에 마감을 맞춰야 해서 점심시간까지 상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담은 항상 시험과 일정이 겹치게 되는데 시험의 결과를 가지고 상담을 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시험을 보고 상담을 한 후 다시 시험 출제의 일정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다시 바빠졌다. 시험문항 수가 많아 시간도 좀 걸리고  검토에 수정까지 일정이 빠듯하다.


그래서 가끔 시험 은행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울대 한국어 급수별 문제 은행이 과별로 있으면 거기에서 문항 스타일별로 꺼내 문제를 편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강사가 시험 문제 출제 당연할 수도 있지만 내가 낸 문제의 수준을 자신할 수 없다! 보통 워크북 문제 유형으로 비슷하게 출제는 하고는 있지만 출제 유형을 조금 수정하는 정도이며 출제 기준에 부합은 자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시험 출제가 강사가 학교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기도 한다. 어떤 학교는 출제가 없고 검토와 수정만 있고 또 어떤 학교는 출제부터 복사까지 일정이 타이트하다. 그리고 또 어떤 학교는 출제도 없이 A, B, C유형에서 돌아가면서 복사해 강사들의 부담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이직을 결심할 때 첫 질문이 "그 학교 시험 출제 있어요?"이라면 말 다 한 거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학교 중하나는 상담도 출제도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 시작할 때 이 출제가 정말 부담스러웠고 같은 강사들의 수정 답메일이 더 부담스러웠는데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이걸 제하고도 출제에 복사에 시험 결과 정리에 할 일이 태산인데 사람들은 모른다. 한국어 강사가 그냥 수업만 하는 줄 안다. 처음에 나도 그랬듯이. 이 시기에는강사끼리 서로 더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데 일의 강도가 세서 그런 것 같다.


채점의 경우도 본인이 채점하고 또 교차 채점하고 여러 번 해도 오류가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 오류를 줄이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그게 이상하게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다. 어떤 학교는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다. 정말 부럽다.


제일 원하는 것은 시험 출제도 없고 채점도 컴퓨터로 자동으로 하는 것이고 시험 결과도 학교 전산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학교들이 전산화가 되어 있지만 간혹 이것조차 안 되어 있는 학교도 많아 강사들이 실제 수업보다 이러한 일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강사라는 직업이 수업만 할 수는 없다. 물론 어떤 수업이든 시험과 채점 강의 평가까지 연달아 있지만 마감이 타이트한 경우가 제일 힘들다. 오늘 시험 보고 내일까지 제출은 좀 무리다. 적어도 일주일 정도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상담의 경우도 그렇다.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상담하라는 걸까? 기준 질문이 정해지고 강사가 보완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기준이 없다는 사실,


또 시험이 남았고 설 이전에 모든 과정이 끝난다. 그리고 잠시 방학을 보낼 수 있다. 요즘 유튜브를 보니 일본온천, 료칸 여행이 자주 보인다. 정말 모든 것을 두고 저곳에 나도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조금 지쳐서 그런 것 같다. 강사라는 직업이 4학기라 여유가 있는 삶일 줄 알았는데 4학기가 지나 일 년이 또 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일본어와 영어 콘텐츠가 새롭게 올라오는 것을보고 있자니 강의식보다는 자료 제공하는 식으로 바뀌는 것 같아 조금 다행스럽다.


유튜버의 목소리 톤이 안 맞으면 나도 강의를 잘 안 듣게 되고 속도가 빨라 자꾸 스탑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바뀌는 추세에 마음이 좀 놓인다.


쉼표가 필요한 요즘이다. 다행히 요즘 한 카페에 새로 가입하고 그 기대에 설레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묘한 긴장감이 나를 조금 일깨우고 있는 요즘이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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