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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Sep 11. 2024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조금씩 한 걸음을 딛고 있는 요즘

친한 언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저는 남들보다 노력해도 얻어지는 게 적을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항상 세상은 나에게만 가혹한 것 같아요. 지친 어느 날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때 그 언니가 깔깔 웃으며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며 자신의 남편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똑똑한 사람,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온 우주의 에너지가 도와주는 것 같은데 평범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풀이 죽고 어떤 날은 다시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운 좋게 기회가 찾아왔다. 임용 시기가 다 끝나고 낼모레가 개강인 목요일에 급하게 걸려온 전화 한 통.


강의를 할 수 있냐는 물음. 물론입니다. 나에게 온 소중한 기회였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나는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의 사정에 의해 또는 학교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해 이유는 상관없었다. 그러고 나니 스케줄이 꼬였다는 것과 어찌어찌한다고 해도 체력과 지금의 건강 상태로는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는 해야 한다. 앞으로의 한 스텝을 위해서는 별수 없었다. 그래도 행복하고 벅차고 기쁘고 그랬다. 쓴 지원서만 백 통이 넘을 것이다. 그중 합격했어도 확인 후 아닌 곳은 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좀 더 노력해 보는 수밖에. 이제는 좀 가려서 지원하기도 하고 집에서 먼 곳은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어학당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고 팀티칭이 아닌 독자적인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팀을 만나면 시너지가 배이지만 역할도 안 하는 팀티칭을 만나면 답이 없다. 의외로 그런 분들이 계신다. 멘털이 강하신 분들이. 지금은 개의치 않고 내일만 하지만 예전에는 그 스트레스도 컸다.


어학당 수업에서의 학생들은 순수하고 열정이 있는데 구조적 문제가 가끔 힘들 때가 있었다. 그래서 학부를 꿈꿨고 이제 그 길이 열렸다. 이제는 어떻게 교수하고 학습 자료를 만들까 가 고민이다. 평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고민해 볼 기회가 생겼다.


실제 수업을 줄였고 겨울까지는 일단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무리해서 좋을 것도 없고 대신 재교육이나 학습 교수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지속적으로 해 볼 생각이다. 다음 주가 연휴라 휴식도 좀 하고 다시 달려볼 생각이다. 긴 방황을 끝내고 이제야 다른 시작을 하고 있는 요즘 설레기도 하고 벅차기도 한다.


늘 노력해도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작다는 것에 투덜댔는데 이제는 이 스텝 하나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 이제는 또 한 계단을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속도는 느리지만 가고는 있으니 불만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에게는 이것도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자리에 만족하고 조금씩 더 힘내볼 생각이다. 아직 무더운 여름이 끝이 안 보이지만 지금 후회하고 못한 일을 몇 년 후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내가 가는 이 느린 걸음의 행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면접을 수 없이 봤고 대답을 수 없이 했으며 그 답변에 대한 후회도 많이 했다. 지금도 면접을 수도 없이 보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나는 이 과정이 성장한다고 믿었지만 그때의 그 감정은 늪 같아 다신 겪고 싶지 않다. 사람이 참 그렇다. 힘들 때는 죽을 것 같더니 이제 조금 살만 하다.


일 년의 임용 기간이 끝나고 또 구직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면접을 보고 경력도 있으니 조금은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실제는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 기분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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