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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Oct 19. 2024

지금은 토픽철이다.

나는 지금 수험생 모드이다.

수업을 배정받고 보니 토픽 수업이다. 토픽 1과 2의 차이가 커서 학습자들은 토픽 2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쉽게 공부를 하지는 못한다. 실제 토픽 1은 너무 쉽고 토픽 2는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어렵다. 그래서 학습자의 입장에서 어제는 하루 종일 토픽 쓰기 부분을 풀어 보았다.


직접 문제를 풀어봐야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이 애매한지를 알 수 있기에 큰맘 먹고 공부가 아닌 풀이를 해 보았다. 그런데 텍스트 내용에서 주는 정보가 많고 일정한 틀이 보였다. 그냥 지금까지 가르쳐 왔는데 원점에서 다시 학습자 입장이 되어 보자고 생각하고 해 본 결과 만족스럽다.


잘 가르치려면 잘 알아야 되고 철저하게 학습자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도서관에 몇 시간을 앉아 그 문제들을 다 풀고 나니 허리가 뻐근하다. 맘처럼 오래 할 수도 없는 나이가 참 아쉽다. 다음 주는 중간 시험일이다. 그래서 테스트가 계속 잡혀있다.


그들도 모두 긴장되고 막연해서인지 카톡이 왔다. 시험 내용을 정리한 파일을 달라는... 하

충분히 제공했고 영상도 있어서 본인들이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그 정도 고생도 안 하고 다 먹여달라는 것인지 나 역시 대학원 시절 교수님의 시험 범위는 처음부터 끝이라는 말에 얼마나 좌절했는지 그런데 입장이 바뀌니 또 이렇다.


학점을 짜게 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그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점수는 나쁘지 않을 텐데. 웃기는 이야기지만 내가 대학원 다닐 때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한다. 


"내가 시험 문제를 내는 날이 오면 진짜 쿨하게 알려주고 노력하는 이가 결과를 받게 하겠다"라고 시험에 지친 어느 날 씩씩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물론 나의 기억에는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말에 동요할 생각이 없다는 거. 남편이 "쯧쯧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이런다큰일이네" 눈을 흘긴다.


시험이 주는 긴장감은 중요하든 가벼운 시험이든 항상 힘들고 스트레스가 있다.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평가의 스트레스와 점수 비율에 어려움이 있다. 출석을 사정하는 학생들도 많고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형평성에 대해 언급하고 출석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어 못 해준다고 못을 박았다.


야박해도 어쩔 수가 없다. 공부를 하던 시절이 끝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시험과 씨름하고 있다. 그리고 입장은 달라졌지만 스트레스가 있다. 


어제 그렇게 토픽 쓰기 답안을 쓰고 내가 즐겨 종결하는 어미를 알게 되었고 그게 답안과 조금 차이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시 국어 공부를 하는 기분이다. 문제집을 풀면 기분이 좋다는 어느 수학 전공자의 말을 조금은 이해하는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그게 무슨 영역이든 문제집을 풀 생각이다.


그리고 어학 공부를 위해 매일 한 문장 쓰기 관련 서적을 사서 어제부터 시작했다. 무언가 끊임없이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쉬운 게 하나도 없고 노력이 안 들어가는 것도 없다. 조금씩 성장하는 기쁨도 크지만 매일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이 생각보다 많다.


토픽이 jlpt와 비슷한 관점으로 들여다보면서 공부를 할 생각이다. 나도 수험자이기에 어학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어학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강의 스킬도 점검해야겠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겨울일 테고 그러면 또 새 학기가 시작되고 있을 것 같다. 다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상황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매일 시간이 부족한 느낌. 공부는 언제쯤 끝나려나, 수업 준비는 언제쯤 완벽해지려나 조금 내가 더 여유로울 수는 있을까 가을비가 내리는 날 여러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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